1972년 1월 12일 자 국제신문(국제신보)에 실린 인간문화재 시리즈 '수영야유 범 역의 태명준 씨' 기사.

- 국제신문 등 1972~1989년 기사
- 이남선·박덕업 등 예인들 조명
- "1971년 이전도 묶을 것"

국립부산국악원(원장 서인화)이 부산 지역 국악·전통예술·민속의 역사를 담은 채 잠자던 '항아리'를 찾아내 뚜껑을 열었다.

1972년부터 1989년까지 국제신문과 부산일보가 보도한 국악 기사와 기고를 충실하게 담은 책 '근현대 부산국악사 1'을 국립부산국악원이 펴냈다. 국립부산국악원총서 제4집이다.

'이 제대 각시역으로 인간문화재로 지정된 이남선(李南先) 씨는 65세인데도 얼굴은 각시처럼 곱다.…제대 각시역의 적격조건을 "몸의 움직임이 항상 부드러워야 하며 목소리가 고와야 한다"고 말한다. 고역도 많이 치렀단다. 뤼프케 전 서독 대통령 환영 가장행렬 땐 용변을 참다못해 대열을 이탈, 담벼락에 서서 실례하다 괴물 취급을 받았다'.(국제신문 1972년 1월 17일자 5면 '인간문화재 시리즈 4 동래야유 제대 각시 이남선 씨')

부산민속예술보존협회 홈페이지에 이남선 씨는 1981년 별세한 것으로 나온다. 달리 찾기 힘든 기록을 43년 전 신문에서 찾아냈다.

전통예술 맥이 이어지는 장면을 절묘하게 잡아낸 기사도 있다. 국제신문 1972년 2월 3일자 5면 '인간문화재 15 동래야유 말뚝이 박덕업 씨'다. '70에 말뚝이 탈을 쓰고 50분을 뛰어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던 장사가 이젠 못 먹어서 어지럽다고 합니다.-83세의 최고령 인간문화재 박덕업(朴德業) 씨의 건강을 문장원(文章垣) 씨는 이렇게 걱정한다. 박 씨는 동래야유 왕년의 연희자 중 유일한 생존자.'

기사는 이렇게 이어진다. '그러나 후계자 걱정은 풀었다고 안심이다. 부산대학교 학생인 이상열 군이 말뚝이로 정착했기 때문. 이 군은 연산동으로 집까지 옮겼다고 한다'. 기사에 나오는 문장원(1917~2012) 선생은 부산 전통예술 보존과 전승에 앞장선 명인이다. 박덕업 옹이 후계자로 지목한 이상열 씨는 중요무형문화재 제43호 수영야류 이수자로 1969년부터 지금까지 탈춤을 추면서 '탈춤 명무' '가장 부산다운 말뚝이춤'으로 평가받는다. 박덕업 옹이 후계자를 제대로 찾았다.

이 책은 880쪽에 달한다. '당시 신문에 국악과 민속 기사가 얼마나 들어 있을까' 갸우뚱할 수 있는데, 상상 밖으로 종류와 양이 풍부하다. 제작 실무진(부산대 문성철 오진호 박효빈 김해인 권규희 손수린 씨)이 해설에서 "생각보다 국악 기사량이 많아서 먼저 1972년부터 1989년까지만 담았다"고 밝혔다.

'야유(野遊)는 오광대와 다르다' '우리나라 첫 어린이 극단 한나라 공연' '햇빛 본 삼천포 늑도 민요' '민요를 찾아서 시리즈' 등 신문 특유의 접근이 눈길을 끈다. 이런 기사도 있다. '옛사람들의 풍류를 전해주는 유일한 기생집단인 동래권번이 해체될 위기에 빠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유일한 권번이 막다른 궁지에 빠지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국제신문 1972년 7월 29일자 5면 '해체 위기에 놓인 전통의 동래권번')

국립부산국악원이 최근 펴낸 '근현대 부산국악사 1'의 표지

강백천 문장원 태명준 천재동 정시덕 김석출 하보경 정순남 김수악 등 당대에 활약한 숱한 예인, 강용권 서국영 정상박 심우성 등 학자, 배승원 조갑제 최화수 양희주 이문섭 박재정 강동수 박창희 등 현장을 뛴 기자 이름을 만나는 것도 흥미롭다. 서인화 원장은 "1971년 이전 기사도 묶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책은 비매품으로 공공도서관 등에 둔다.

참고로 국제신문은 군사정권에 의해 1980년 강제 폐간됐다가 1989년 복간했고, 1950년 8월~1977년 5월은 제호가 국제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