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브 라이너 감독의 2007년 영화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한 장면. 국제신문DB

보수 성향의 '더타임스(The Times)'와 대척점을 이루는 진보 성향의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은 영어권에서 화제가 되었던 책 '죽을 때 후회하는 5가지'를 소개한 바 있다.

이 책은 오스트레일리아의 호스피스인 브로니 웨어(Bronnie Ware)가 환자들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 보여준 삶에 대한 통찰을 후회라는 관점에서 기록한 것이다.

책에 의하면 시한부 환자들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은


1.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닌 다른 사람이 기대하는 삶을 산 것

2. 너무 열심히 일하느라 인생을 낭비한 것

3.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지 않고 감추며 산 것

4. 옛 친구들과 연락하지 못하고 바쁘게 산 것

5. 행복과 즐거움을 세속적인 욕심에 빼앗긴 것이다.


이 책의 어느 부분을 보아도 돈, 부동산, 출세, 성공, 권력, 학위에 대한 후회는 없다. 살아있을 때 중요하게 생각한 것들이 정작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는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살아있을 때 등한시한 것들이 죽을 때가 되었을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겨졌다.

삶의 급한 것들이 인생의 중요한 것들을 놓치게 하였다. 얼마나 어리석은 인간의 선택인가? 그런데 살아있는 자들에게 이 어리석음을 아무리 말해도 또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이러한 어리석음을 알면서도 먼저 간 사람들과 똑같은 길을 걸어간다.

교회에서 성경공부 시간에나 신학교에서 강의 시간에 많은 교인과 학생에게 버킷리스트를 작성해보라고 하면 대부분 내용이 거의 동일하다. 세계 여행, 진정한 사랑을 나누는 것,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자기 마음대로 한번 살아보는 것, 정말로 하고 싶은 것 해보는 것 등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 사람은 지금 할 수 있는 것도 현재 상황에 대한 핑계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시도조차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을 정말로 죽기 직전의 시간까지 자꾸만 미루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자기가 없는 세상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인간의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미래가 자기 자신이 없는 상황에서 어떤 가치가 있을까? 공자는 세상의 중심은 자신이라고, 석가는 자신의 실존을 직시하라고, 예수는 자신을 사랑하라고 말한다.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자신과 자신을 위해 실존하는 세상에 대한 인식의 차이와 간극은 실로 엄청나다.

행복을 위해 일 년에 단 하루라도 자신을 찾아 떠나는 시간의 여행이 필요하다. 미래의 준비만큼이나 현재의 누림도 중요하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반응하고 내면적 필요에 충실해야 한다. 날마다 삶의 현주소를 점검함으로 죽기 전에 행복을 누리는 것이 진정한 지혜다.

버킷리스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라이프리스트다. 현실적 요구에 밀려 잃어버린 자신을 찾는 것이 행복의 첫걸음이다. 창조주는 모든 인생에 단 한 번의 삶을 허락했다. 그러므로 자신의 행복과 실존을 잃어버리지 말아야 한다.

가야교회 담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