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차이나타운' 속 보스 엄마 역의 김혜수. 비정한 세계를 헤치고 나아간 '엄마'를 연기하려고 보정물로 펑퍼짐한 엉덩이와 뱃살을 만들었고 얼굴 가득 기미를 분장했다.

- 펑퍼짐한 엉덩이에 기미 분장도
- 줄담배로 저음 카리스마 장착
- 손발톱까지 거친 세월 표현해
- 일영 役 맡은 김고은과 첫 호흡

건강한 관능미의 대명사인 김혜수가 영화 '차이나타운'에서 '김혜수다운 것'을 버렸다. 섹시한 몸매도, 깨끗한 피부도, 밝은 웃음과 목소리도 던져버렸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차이나타운'은 인천의 차이나타운을 배경으로 지하철 보관함 10번에 버려진 후 암흑가의 여자로 성장하는 일영(김고은)과 '엄마'(김혜수)라 불리는 차이나타운의 보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남자의 전유물이었던 범죄영화에 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이 '차이나타운'의 매력이다.

김혜수는 비정한 세계에서 생존을 위해서 살아온 '엄마'를 연기하기 위해 보정물로 펑퍼짐한 엉덩이와 뱃살을 만들었으며, 얼굴 가득 기미를 분장했다. 연신 피워대는 담배로 저음의 목소리도 들려준다. 기존의 섹시한 이미지의 김혜수는 '차이나타운'에 없다. 여전히 남은 것이 있다면 주위를 단박에 사로잡는 카리스마다.

'차이나타운'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김혜수를 만나 새로운 변신에 관해 이야기했다.


-'차이나타운'은 여성이 그것도 범죄 스릴러의 주인으로 등장해 반가웠다.

▶'차이나타운'은 그냥 여성이 극을 이끌어간다기보다 굉장히 새로운 방식으로 여성을 다룬다. 이야기 속에 핵심적인 권력의 구조가 여자를 중심으로 이룬다는 것이 신선했다.

-처음에 엄마 역을 제의받고 망설였다고 들었다.

▶내가 이 역할을 잘할지 몰라서 그랬다. 쉬운 캐릭터도 아니었지만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정서가 힘들었다. 영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낯선 이야기인데도 돌아서면 진짜 벌어질 것 같은 현실감이 있었다.

-외형적으로 많은 변화를 줬다. 엄마의 캐릭터는 어떻게 잡았나?

▶엄마는 생존만을 생각하면 살아온 사람이다. 살기 위해 살생하고 그런 상황을 견뎌왔다. 이런 사람에 여성성이 남아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여성으로 살아남은 것이 아닌 그냥 괴물 같은 기운이 있는 사람이었으면 했다. 그래서 체형도 바꾸고, 얼굴, 머리카락, 발톱, 손톱에 거친 세월을 버틴 모습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주차장에서 가족 같은 부하를 죽이는 장면이나 나이트클럽의 살인 장면은 꽤 충격적이었다.

▶영화 속 조직의 사람들이 어떻게 생존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상황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정서적인 충격이 심했다. 주차장 장면에서 박보검 씨의 눈빛을 보니 새끼 짐승이 사냥감이 돼 온 듯 저항하고 있었다. 촬영 당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서 한쪽에 가서 울다가 왔다.

-영화의 중심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일영 역의 김고은 씨와는 처음 호흡을 맞췄다. 당차게 연기하는 젊은 배우다. 느낌이 어땠나?

▶'와! 대단하다'고 느꼈다. 내가 저 나이 때는 못 그랬다. 요즘 젊은 배우 중에는 어릴 때부터 자발적으로 연기를 선택하고 도전했기 때문에 배우에 대한 자의식이 명확한 것 같다. 김고은 씨는 극 전반의 감정을 끌어갈뿐더러 낯선 인물, 낯선 정서인데도 그 어려운 것들을 직관적으로 대범하고 섬세하게 풀어갔다.

-30년을 배우로 살았다. 배우가 안 됐다면 무엇을 했을 것 같은가?

▶정말 평범했을 것 같다. 아기 셋 정도 낳고, 결혼과 동시에 육아와 가사에 전념하는 후덕하고 따뜻한 아줌마가 됐을 것 같다. 이 일을 30년을 하면서 많이 성장했다. 배우 김혜수와 자연인 김혜수를 분리해서 생각한 때도 있었는데, 배우로 살아가는 나에 대한 생각도 많이 정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