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학은 가능한 것인가?'

경남대 박태일(사진) 교수의 첫 비평집 '지역문학 비평의 이상과 현실'(케포이북스)은 이 같은 물음에서 출발했다. 현재 자치제는 지역화라는 명분과 달리 모든 곳을 서울·경기 지역으로 빨아들이는 데서 멈추지 않고 모든 지역을 서울·경기의 가장자리로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박 교수는 지역문학이 가능한지, 그것의 비평적 가능성은 있는지 등에 관해 지역문학과 지역문화 현장에 구체적인 실천비평을 시도했다. 책은 스물여섯 꼭지를 4부에 걸쳐 소개했다. 오랜 세월 시 창작과 연구를 하며 경남·부산 지역문학 현장을 지켜온 저자의 깊고 날카로운 애증이 스며들어 있다. 1부 경남 시인론은 개별 시인론으로, 지역문학 비평 현장에서 쓴 작가론이다. 이어 '지역시의 속살'에서는 지역시 현장을 점검한 글로 채웠다. 두루뭉술한 비평의 인습을 벗어나고자 한 분석이 한 눈에 읽힌다.

그 어느 때보다 지역 비평이 암담한 환경에 놓여 있다는 저자는 "비평은 작가와 독자를 이어주는 행위다. 지역문학의 자질과 재능을 북돋우고 재역문학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빠른 길은 비평을 살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책 곳곳에는 지역문학 비평에 대한 깊은 애정과 지역 문학에 보내는 응원이 담겨 있다.

최근 박 교수는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저작들을 잇달아 발표했다. 마산 지역문학을 향한 관심은 '마산 근대문학의 탄생'(경진출판)으로, 백석의 어린이문학에 대한 이해는 그가 옮긴 마르샤크의 작품 '동화시집'(경진출판)을 엮음으로써 둘의 연관성을 살피고 있다. 본업인 시인으로서의 고삐도 바짝 당겨 '옥비의 달'(문예중앙)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