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 광장에서 열린 '아주담담' 행사현장에 참석한 김기덕 감독. 국제신문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열기는 6일에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스타들의 잇따르는 방문으로 해운대가 들썩거리는 가운데 영화의전당 두레라움 광장에서는 진지한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저마다 편한 자세로 흩어져 앉아 게스트의 말을 경청 중인 이곳은 '다채로운 주제에 대한 특별한 소통-아주담담' 행사 현장이다.

스타와 소통하는 '오픈토크'만큼이나 BIFF의 알짜 부대행사로 알려진 '아주담담'은 영화에 대해 보다 깊이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오픈토크'가 평소 보기 어려운 스타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보고 이야기를 듣는 이벤트라면, '아주담담'은 말 그대로 담담하게 영화를 주제로 소통하는 자리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이 무대가 야외로 옮겨져 더욱 자유롭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조성됐다. 지나가다 걸음을 멈춘 시민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올해 '아주담담'은 총 5차례 진행됐다. 지난 3일 베르트랑 보넬로 감독이 참석한 '프랑스의 탐미주의자 베르트랑 보넬로를 만나다'가 열렸고, 5일에는 러시아의 안드레이 즈비야긴체프 감독, 방글라데시의 아부 샤헤드 이몬 감독과 모스타파 사르와르 파루키 감독, 프랑스의 레지스 바르니에 감독, 한국의 김기덕 감독이 차례로 '담담한 토크'를 이어갔다.

호응이 높았던 게스트는 단연 김기덕 감독이었다. '로쟈'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서평가 이현우와 함께 '로쟈, 김기덕을 만나다'에 참석한 김 감독은 영화 이야기를 시원시원하게 풀어놓아 '아주담담'에 최적화된 게스트로 보였다.

영화 '일대일'로 BIFF를 찾은 김기덕 감독은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편견을 정면으로 다뤘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이 필요했다"며 "실제 있었던 역사적 사건을 염두에 두고 만든 이야기다. 일곱 번 옷을 갈아입으며 1인 8역을 연기하는 남자주인공은 우리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 속의 사건은 실제 역사적 사건의 은유라고 볼 수 있는데 어떤 평론가나 누리꾼도 실제 사건이 무엇인지 알아내지 못했다. 가장 근접한 분석을 하는 사람에게 1000만 원을 줄 생각"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흥행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지난 5월 개봉한 '일대일'은 제작비 1억 원의 저예산 영화로 8000명의 관객이 들었다. 김 감독은 "대형 영화사에 직접 연락해 상영관을 확보했지만, 한두 명만 관람했다. 체념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맞아, 우리는 원래 이런거야'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는 더 자유로워질 생각이다. 다음 영화는 심의를 안 받고, 개봉도 다른 방식으로 해보려고 고민 중이다. 구체적인 방법은 아직 없지만, 이전 방식으로 하진 않을 것"이라며 "인간이 인간을 먹으며 살아온 현실, 인간이 인간의 거름이 되어왔던 현실에 대한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다음 영화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이 밖에 이몬 감독과 파루키 감독의 방글라데시 영화 이야기도 관심이 높았다. 다소 생소하지만 BIFF 와는 오래전부터 연을 맺어오고 있는 '잘랄이야기'의 이몬 감독과 '개미이야기'의 파루키 감독은 '이야기'에 탁월한 방글라데시인들이지만 인도 영화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그들의 영화 현장을 전하고, 방글라데시의 정체성을 탐색 중인 현재의 노력에 대해 소개하기도 했다.

올해의 '아주담담'은 끝났지만, 아쉬움을 달래려면 9일 하루동안 진행되는 '짧은 영화 긴 수다'에 가 보는 것도 좋겠다. 두레라움광장에서 열리는 이 행사에는 한국 단편영화 감독들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긴 수다'를 이어갈 예정이다.

영상=김민훈 촬영기자 minh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