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새벽 4시30분 '미드나잇 패션2'가 끝난 후 관객들이 귀가하고 있다. 김준용 기자

- 밤새 영화 연속 상영 프로그램
- 5일엔 '카날' 등 공포물 3편
- 좀비 마니아 등 관람객 속속
- 졸음과 싸움은 또다른 공포로
- 8일·10일 두 차례 더 열려

지난 4일 밤 11시30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이날 공식 일정이 끝난 영화의전당은 적막했다. 인파로 북적거리던 낮과는 딴판이다. 자원봉사자 몇 명이 비프힐 실내 매표소 쪽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잠깐씩 볼 수 있었다.

하지만 5일 0시에 가까워질수록 영화의전당 광장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이 도착한 곳은 하늘연극장이었다. 세상이 잠에 빠져들 시간, 이들이 영화의전당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5일 0시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상영하는 '미드나잇 패션'(Midnight Passion)을 즐기려고 모인 영화팬이었다. '미드나잇 패션'은 0시부터 공포영화 3편을 연속으로 상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여자친구 손에 이끌려온 남자' '학교 친구들이 가길래 그냥 따라온 사람' 등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사연도 다양했다. 스스로 '좀비 마니아'라고 밝힌 임동욱(32) 씨는 "공포영화는 심야에 봐줘야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다"며 "이 정도는 감수해야 진정한 공포영화 오타쿠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날 '미드나잇 패션'엔 '카날'(이반 캐바나·아일랜드) '귀신의 저주'(닉 청·말레이시아/홍콩) '죽을 때까지'(데이빗 로버트 밋첼·미국) 등 3편의 공포영화가 상영됐다. 첫 작품인 '카날'은 신경쇠약 이미지와 오컬트(초자연)적인 분위기가 섞여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귀신의 저주'는 이미지를 이용해 직접 공포를 주입했다. 내용보다는 순간의 장면에 더욱 집중한 느낌이었다. '죽을 때까지'는 귀신인지 사람인지 모를 '어떤 것'이 죽을 때까지 따라온다는, 다른 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설정으로 관객에게 호평을 받았다.

영화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미드나잇 패션'은 그 자체로 관객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일반적으로 영화 3편 정도야 쉽게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그 시간이 0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무리 단단히 각오하고 객석에 앉아도, 마치 악마의 속삭임 같은 졸음에 영혼을 내어줄 수밖에 없다. 이날 객석에서도 시작한 지 20분이 채 안 돼, 졸음에 굴복한 사람의 코 고는 소리가 나지막하게 극장에 울려 퍼졌다. 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 심해져, 두 번째 상영작인 '귀신의 저주'가 끝난 후 쉬는 시간에는 극장 관객 중 절반이 쓰러져 있었다. 임 씨는 "잠을 쫓기가 좀 힘들긴 하지만, 그것도 나름의 재미"라고 말했다.

'미드나잇 패션'은 오는 8일과 10일 두 차례 더 열린다. 8일에는 '더 인시던트'(아이작 에즈반·멕시코/미국) '갈증'(나카시마 테츠야·일본) '웜우드'(키아 로취 터너·호주) 등 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관객들의 심장을 서서히 죄는 작품으로 구성됐다. 10일에는 '미드나잇 패션'의 하이라이트라 할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님포매니악 감독판 1&2'를 만날 수 있다. '성 중독자'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