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소리 어우러진 오도송 등
- 다양한 장르 총 30곡 수록

성철(1912~1993·사진) 스님의 법문을 랩으로, 오도송을 판소리로 엮은 앨범 '성철 이야기'(신나라·3만 원)가 나왔다. 두 장의 CD에는 총 30개 트랙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CD를 플레이어에 걸었더니 거문고 소리가 조용하게 울려 퍼진다. 명상음악의 전형적인 느낌이다. 트랙을 몇 개 돌리다 보니 뭔가 이상하다. 난데없이 어쿠스틱 기타가 등장하는가 하면, 소프라노 음색이 등장하기도 한다. 심지어 뿅뿅거리는 전자음악 위에 랩이 얹혀진 곡도 있다. '부처님' '설법' 등 불교식 가사가 아니면 가요라고 불러도 될 정도다.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이 '성철 이야기' CD를 들고 있다. 왼쪽은 음악감독을 맡은 윤소희 씨.

성철 스님의 법문과 오도송 열반송 등을 음악에 실은 '성철 이야기'는 2012년 시작한 성철 스님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백련불교문화재단(이사장 원택 스님)이 만들었다. 성철 스님 하면 흔히 높은 기개와 강직한 성품을 떠올린다. 3000배를 하지 않으면 만날 수도 없는 분, 일반인 신분으로 성철 스님은 가까이하기에 너무 큰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성철 스님은 "일생 남녀의 무리를 속여 그 죄업이 수미산을 넘는다"는 열반송(고승이 입적할 때 후인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말이나 글)을 남길 정도로 솔직하고 소탈한 성품을 가진 사람이었다. '성철 이야기'에는 성철 스님의 소탈함을 음악적 장르를 이용해 풀어냈다. 어려운 불교 음악 대신 누구나 쉽게 들을 수 있는 곡들로 꾸몄다. 어린이가 찾아오면 달려나가 맞이했던 성철 스님의 그 천진했던 모습을 친숙한 음악으로 표현했다.

물론 가벼운 노래 일색으로 채워진 앨범은 아니다. 한국 전통음악에 바탕을 두고, 범패(불교의 의식용 음악), 염불, 실내악 등 다양한 장르가 등장한다. '오도송'(승려가 깨달음을 얻고 읊은 선시·조광재 작)은 판소리와 국악 가락이 잘 어우러져 높은 음악성을 자랑한다. '참 법문이란'에서는 성철 스님의 육성 '할'(불교에서 깨달음의 길로 인도하기 위해 갑자기 고함을 지르는 행위)을 들을 수 있다. 성철 스님의 열반송은 너무 심오하고 진중해 노래가 아닌 범패의 형식으로 풀어냈다.

앨범의 전체적인 녹음과 구성의 완성도도 상당한 수준이다. 이번 앨범의 음악 감독을 맡은 윤소희(부산대 강사·조계종 의례위원회 연구위원) 씨는 "1년 동안 연주자들을 몇 번이나 바꾸고, 곡도 여러 번 고쳐가며 만든 앨범"이라며 "가볍게 생각하던 일이 커져 힘들었지만, 믿고 맡겨주신 백련불교문화재단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원택 스님은 "성철 스님 기념관에 참배하러 오는 사람들이 성철 스님의 법향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앨범을 만들었다"며 "'우리가 모두 부처님'이라는 성철 스님의 가르침이 널리 퍼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성철 스님 기념관은 다음 달 30일 경남 산청군 단성면 성철 스님 생가터에 개관할 예정이다. 기념관에는 성철 스님의 유품이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