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소설 혹은 SF(Science Fiction)라고 부르는 장르를 두고 어떤 이들은 너무나 과잉된 미래에 관한 환상적인 이야기, 마치 '슈퍼 판타지'(Super Fantasy)쯤으로 여긴다. 이는 문학이라는 예술적 지위 안에서 무의식적으로 공상과학소설이 재미만을 추구한다는 가치폄하이기도 하다. 과연 과학을 소재로 활용하는 상상력에 관한 독서가 정말 단순히 재미의 문제 때문일까.

SF의 시초로 인정받은 작품 중 하나인 '프랑켄슈타인'은 굳이 읽지 않아도, 그가 머리에 큰 나사가 박힌 장신의 괴이한 캐릭터 정도라는 점은 안다. 그러나 소설을 보면 "팔다리를 비례가 맞도록 구성했고 아름다운 외모의 특징들을 골라 짜 맞추었다. (…) 검은 머리칼은 윤기를 내며 흘러내렸고 이는 진주처럼 희었다. 그러나 이런 화려함은 축축한 눈, 그것이 들어앉은 희끄무레한 눈구멍과 색깔이 거의 비슷한 두 눈, 쭈글쭈글한 피부, 새까만 입술과 대조를 이루어 더욱 섬뜩"했다고 묘사하는데 이미 알던 이미지와는 달라 보인다.

소설 속 인물의 형체가 너무 괴물같이 생겨 무섭기보다 시체처럼 보이는 얼굴의 부분적인 부조화가 그로테스크함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2m가 넘는 신장에다 초인적인 힘과 뛰어난 머리를 가졌음에도 그의 그로테스크한 형상 때문에 처음부터 공포의 대상, 즉 '악마'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프랑켄슈타인을 '자신이 만든 피조물을 악마로만 천시했던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입장'에서 '괴물임을 자책하는 주인공에 대한 입장'으로 내용을 재해석하며 그를 영웅으로 만드는 영화까지 나오고 있다.

과학의 발전에도 인간이 제압할 수 없는 괴물과 마주하게 되는 설정은 SF의 주요 모티브가 되었는데, 이런 상상력은 돌연변이, 외계 생물, 로봇 등과 싸워야 하는 여러 이야기로 발전해왔다. 이와 함께 로봇공학자가 자신의 몸을 절단해 하나씩 기계로 대체하다 뇌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죽는 엽기적인 상상력까지, SF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 미래에 있을 끔찍함을 윤리적으로 성찰해보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근대 초기부터 우리나라는 과학과 경제 발전을 무조건 긍정하는 계몽적 논리 외에 이러한 불편한 상상을 거의 가질 수 없었기에, 이 오래된 소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학은 아직도 계몽적이고 미래의 안락을 보장하는 중요한 키워드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핵'문제만 하더라도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면, 이에 대해 벌어지지 않는 일에 과하게 감정적으로 대응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것이 더 과학적이고 비판적인 상상력이 결여된 것에 가깝다.

문화적이든 정치적이든 이런 재난과 공포의 상상력을 말하고 서로 논의할 수 있을 때 우리의 미래가 더 나은 방향으로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