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상위 '영화부산' 실릴 예정

부산영상위원회(이하 영상위)가 지난 21일 부산에서 활동하는 영화감독 5명을 스튜디오로 초대했다. '부산의 새로운 영화 제작 시스템'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는 취지였다. 부산에서 작업하나 활동영역이 다른 5명이 한 자리에, 그것도 대낮에 모인 것 자체가 드문 일이라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참석자 모두 '다음 영화' 고민과 함께 자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달 영상위가 발간하는 '영화부산'에 실린다.

■양영철(박대박, 수상한 이웃들, 타인의 멜로디)

부산의 영화 인프라는 아주 훌륭하다. 하지만 부산의 영화감독들이 이를 잘 활용해 성공한 사례가 없는 것 같다. 가장 시급한 문제가 PD의 부재다. 영화감독이 시나리오, 제작, 배급까지 책임지다 보니 전문적인 제작 시스템이 형성되지 않는 것 같다. 영상위가 PD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갖추거나 정보 제공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김휘(이웃사람)

부산의 영상 인프라는 발전했지만, 창작가 집단 활동은 오히려 후퇴했다. 지금 부산시, 영상위의 지원은 과하다. 영상위 지원으로만 본인 자본도, 중간 점검도 없이 영화를 완성할 수 있다. 영화는 이야기가 재미있고 훌륭하면 성공할 수 있다.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다만 부산의 흩어져있는 영화 인프라를 진단하고 구심점 역할을 해줄 곳, 또는 인물을 찾는 일은 필요하다.

■최용석(이방인)

부산 영화감독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다음 영화'다. 영화 제작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지방에서 작품을 만들고 개봉하는 것 못지 않게 다음 영화를 만들기가 어렵다. 영상위 지원에만 기대서는 안 되지만 정보나 인력 부재로 스스로 헤쳐나가기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젊은 감독들이 힘을 모아 경쟁력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실력 있는 PD를 영입해 투자와 제작, 배급까지 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서호빈(못·개봉 예정)

첫 번째 영화를 찍을 때는 완성에 목표를 두고 온 힘을 다했다. 평소 아는 인맥을 모두 동원해 읍소에 가까운 부탁을 해서 영화를 찍었으니 제작 환경은 말이 안 될 정도로 열악했다. 이렇게는 영화를 계속 만들 수 없다. 실제 부딪쳐보니 영화를 찍을 방법은 많이 있더라. 생계를 유지하면서 자기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치열한 노력과 경쟁력을 갖추면 될 것 같다.

■손승웅(영도·후반작업 중)

첫 번째 장편영화를 찍어보니 의욕만 앞설 뿐 예산, 지역적 한계에 부닥쳤다. 후배들도 그런 길을 걷지 않을까 생각하니 변화가 절실해졌다. 부산에 있는 영화 그룹, 예를 들면 교수 집단, 선배 영화감독, 젊은 영화감독들이 교류하며 서로 끌고 당겨주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