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편영화제는 영화인 양성 학교
- 관객 수로만 가치 평가해선 안돼
- 한국영화 소재 다양·연기 뛰어나

"단편영화는 장편영화의 시작이자, 영화산업의 기반입니다. 30년 역사의 단편영화제를 운영하는 부산은 자부심을 가질만합니다."

제31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BISFF·25~29일 영화의전당 등) 심사위원장인 로베르토 바루에코(41·사진) 메칼바르셀로나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메칼바르셀로나단편영화제는 스페인 최대 단편영화제이자 유럽에서 손꼽히는 단편영화 축제다.

(앞서 그는 세월호 참사를 알고 있으며 젊은 학생들이 규칙을 지키다가 참변을 당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올해 BISFF는 세월호 참사에 애도를 표하며 레드카펫 등 주요 행사를 취소했다.)

"BISFF는 해외에서도 명성이 높습니다. 단편영화 시장이 그리 크지 않은 데다 30년 이상 역사를 이어가기 쉽지 않기 때문이죠. 올해 BISFF 주빈국으로 스페인이 선정돼 다양한 영화를 소개할 수 있어 기뻐요. 스페인 호러 영화와 애니메이션은 수준이 높습니다. 심사위원장까지 맡게 돼 영광입니다."

프랑스에서 미술을 전공한 그는 1998년 메칼바로셀로나단편영화제를 만들었다. 야외에서 단편영화 몇 편을 상영한 것을 시작으로 16년 역사를 더해 지금은 연간 1만5000명이 다녀갈 정도로 명성 높은 단편영화제로 성장했다.

"메칼바로셀로나단편영화제의 장점은 입맛대로 영화를 골라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경쟁 4개 부문을 포함해 30개 섹션을 마련하는데 주제가 정말 다양해요. 섹시, 공포, 코미디 등 장르별 테마와 함께 고양이 같은 사소한 주제도 있죠. 다른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영화를 선별해 배틀하는 섹션도 있고요."

그는 영화산업 발전을 위해 단편영화를 격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 어느 곳이든 단편영화보다 장편영화에 더 관심을 쏟죠. 장편영화에는 스타 배우, 감독, 대중이 몰려드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재능있는 영화감독이라도 단편영화 작업부터 시작해 단계를 밟아 장편영화에 도달합니다. 단편영화 작업이 활발해야 좋은 영화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영화산업도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단편영화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편영화제는 영화인에게 '학교'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젊은 영화인이 단편영화제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반응을 체감하고, 홍보하며 영화계에 입문하게 됩니다. 제작자나 투자자를 만나 장편영화 작업의 기회도 얻을 수 있고요. 단편영화제는 단순히 관객 수로만 평가할 수 없는 가치가 있어요."

최근 '관상'을 재미있게 봤다며 한국영화에 관심을 나타냈다.

"메칼바로셀로나단편영화제는 매년 한국영화 한두 편을 초청해 상영합니다. 한국영화는 소재가 다양하고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에요. 첫 한국 방문인데 부산과 서울의 영화인을 많이 만날 겁니다. 아시아와도 단편영화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은데 BISFF가 디딤돌이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