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작가 한진수의 'green monster.' 소향갤러리 제공

인체의 기능을 대신하는 인공관절이 하나의 훌륭한 미술작품으로 탄생했다. 이들 인공관절은 사람 속에서 오랜 기간 관절 역할을 하다 용도 폐기되면 단순한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지만, 이처럼 작품으로 다시 생명을 부여받아 보존된다는 것이 이채롭다. 작품은 지난 1일부터 부산 해운대구 센텀중앙로 소향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숨겨진 아름다움 展'에 출품됐다.

전혀 이질적인 분야인 의학과 미술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는 이번 전시에서는 입체적 회화 작업 활동을 주로 하는 강우원 작가를 비롯해 노세환 사진작가, 한진수 설치작가 등 3인이 '인공관절'이라는 공통의 주제를 각자의 시선으로 해석한 작품들이 펼쳐진다.

여기서 '미술 창작은 궁극적으로는 미술가 자신보다 더 오래 살아남는 그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려는 인간 소망의 결실'이라는 것을 작가들은 작품으로 보여주고 싶어한다. 한정된 사용 기간으로 인체에서 분리돼 용도 폐기된 고철 덩어리가 작가들의 창조적 행위로 영구적인 작품으로 재현된 데서 그 같은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정형외과 전문의인 부산 센텀병원의 박종호 원장의 색다른 영감에서 시작됐다. 박 원장은 오랜 기간 정형외과 의사로서 인공관절 수술을 경험하면서 인체 내에 들어가서 일정 기간 생명을 다한 뒤 버려지는 관절 대체물을 작품화해 보존하면 좋겠다는 발상을 했다고 한다. 실제 인체에 대체 삽입한 인공관절은 길게는 20년 이상, 짧게는 단기간 내에 이런저런 이유로 제거되는 운명이다. 그는 "의학이라는 것이 그 시대의 보편타당한 지식과 경험으로 시행된다면 우리 시대의 삶 자체인 미술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을 지니고 있다.

세 작가의 작품에는 각각 독창성이 담보돼 있어 흥미롭다. 강우원 작가는 '의료기술이 건강으로, 건강은 곧 행복으로 이어지는 도식에 숭고함이라는 가치를 더한 작품'을 통해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한다.

	인체에서 오랜 기간 관절 역할을 하다 용도 폐기된 인공관절에 생명을 불어넣은 미술 작품들. 사진작가 노세환의 'A Chopping Banna is well up'.

노세환 작가는 "마치 고령화 사회에서 여전히 일할 수 있는 신체적 조건을 지닌 퇴직한 60대 성인들에게 직장을 찾아주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수고한 관절들에 새로운 자리를 찾아주는 것은 당연지사"라는 심정으로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이와 함께 "단 한 번도 같은 적이 없는 세상임에도 우리는 상황을 복제하고 복제함으로써 현실에 익숙해진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한진수 작가의 설치 작품도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는 다음 달 14일까지 이어진다. (051)747-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