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커런츠 부문에 초청된 몽골 영화 '리모트 콘트롤'의 비암바 사키아 감독. 김성효 기자

- '리모트 콘트롤' 빈부격차 등 다뤄
- "도시민 삶의 현실문제 끄집어내"

부산국제영화제(BIFF) 뉴커런츠 섹션에 처음으로 몽골의 영화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비암바 사키아(49) 감독의 '리모트 콘트롤'. 이 영화는 우리가 흔히 '몽골'하면 떠올리는 초원, 유목민, 말이 등장하지 않는다(말은 잠깐 등장). 대신 희뿌연 도시 풍경과 그 속에서 소외당하는 사람들의 삶이 보인다. 지난 6일 비암바 사키아 감독을 영화의전당에서 만났다.

"BIFF가 열리는 부산은 멋진 도시입니다. 몽골은 바다가 없는데 부산에 오면 탁 트인 해변을 볼 수 있어 그곳을 자주 산책해요. 영화의전당도 웅장하고 멋지네요. 너무 큰 행사라서 저랑 안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웃음)."

다소 쑥스러운 듯 조용히 말을 이어간 비암바 사키아 감독은 몽골 영화를 이끌어가는 재능이 있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다가 카메라 촬영감독으로 영화를 시작,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과 글로벌 영화 프로젝트에 주로 참여했다. 이번 작품은 그의 첫 극장편 영화이다.

"BIFF 뉴 커런츠 섹션에 처음 초청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쁘기도 했지만, 부담이 컸어요. 몽골의 영화가 잘 알려지지 않아 이 영화가 꼭 몽골을 대표하는 것 같았어요. 몽골의 영화세대를 위한 새로운 계기가 됐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네요."

'리모트 콘트롤'은 순진한 시골 소년이 도시에서 겪는 일을 그리고 있다. 각종 범죄와 빈부격차, 가난으로 빚어진 공허함 등 몽골의 사회 문제를 여실하게 드러내면서 텔레비전 리모콘을 매개로 사람들과 섞이며 성장해가는 소년의 모습을 잔잔하게 그렸다.

"몽골 영화라고 하면 초원의 유목생활만 떠올리는데 그건 편견이에요. 몽골의 절반이 도시이고, 저 역시 도시에서 나고 자랐죠. 그래서 도시의 삶에 관심이 많았고, 그 속에서 현실문제를 끄집어내고 싶었어요. 예를 들어 화려한 식당과 쇼핑몰이 늘어선 도시에서 30분만 걸어 가면 야생의 삶이 펼쳐져요. 그만큼 빈부격차가 심각하죠. 도시가 변하면서 옛것을 잃어버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슬프기도 하고. 그래서 도시 속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보여주며, 사람 사이 의사소통 과정을 그리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