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픽션 다이어리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는 영화보다 재미있는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세계 각국에서 만들어진 기상천외한 소재의 다큐멘터리들이 와이드앵글 섹션에서 공개된다. 특히 BIFF가 다큐멘터리제작지원 AND펀드를 통해 아시아의 다큐멘터리 제작을 지원하고 있어 매년 초청작 수준이 향상되고 있다.

올해 와이드앵글 섹션에는 사회 부조리에 대한 비판과 삶에 대한 성찰 등이 빛나는 다큐멘터리들이 대거 초청됐다. 그중 실험적인 형식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

와이드앵글 섹션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에 초청된 '논픽션 다이어리(정윤석 감독)'는 주제나 형식 등 모든 면에서 참신한 작품이다. 다큐멘터리는 1990년대 한국사회를 뒤흔들었던 지존파 사건으로 시작해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5·18 주모자 처벌 문제 등 픽션보다 더 허구 같은 사건들을 조명하며 개인이 저지른 폭력과 국가가 가한 폭력 중 어느 것이 더 잔인한지 관객에게 묻는다. 각 사건의 영상 자료와 사건 피해자의 인터뷰를 엮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미술을 전공한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으로,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감독의 남다른 솜씨가 돋보인다는 게 BIFF 관계자의 평가이다.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에 초청된 '아버지의 정원(스위스·피터 리슈티 감독)'도 인상적인 작품이다.

말년을 함께 보내는 노부부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로, 작은 정원에 집착하는 아버지와 그것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모습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지켜본다. 노부부의 황혼을 아름답게 그린 영화 '아무르'의 현실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감독의 부모를 모델로 했으며, 작품 중간에 인형극을 삽입해 현실과 인형극을 넘나드는 장면 전환이 흥미롭다. 같은 부문의 '그의 미소(이란 대한민국·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는 주제가 다소 도발적이다. BIFF의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을 소재로 다뤘기 때문이다. 평소 김 위원장과 친분이 두터웠던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이 영화 후반작업차 서울에 머물면서 그의 첫 단편 '주리' 촬영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기록했다. 물론 내용은 '김동호 예찬' 일색이다.

홍효숙 프로그래머는 "올해 초청작 중 한국 다큐멘터리는 사회적 부조리를 고발하는 내용이 다수를 차지하고, 외국 출품작은 일상의 삶 속에서 사회 문제를 지적하는 흥미로운 작품이 많다"고 말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