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여인의 이야기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다음 달 3일 개막한다. 올해 BIFF에는 세계 70개국의 따끈따끈하고 재기발랄한 영화 301편을 상영한다. 하지만 영화제 기간 300편이 넘는 작품을 모두 소화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10일 앞으로 성큼 다가온 이번 영화제를 앞두고 어떤 영화를 봐야 할지 고민하는 관객을 위해 초청작 중 테마별로 화제작을 선별해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 인간의 추악한 내면 그린
- '늙은 여인의 이야기'
- 사실적인 인터뷰 형식
- '아나 아라비아'
- '생선과 고양이'

- 스태프·배우·감독의
- 완벽한 호흡·완성도 자랑

1시간이 넘는 영화를 단 한 번에 찍는 것이 가능할까.

영화를 촬영할 때 장면을 끊지 않고 한 번에 찍어 완성한 작품을 '원테이크 영화'라고 한다. 원테이크 영화는 극도로 긴장된 상태에서 작업해야 해 쉽게 시도하기 어렵다. 카메라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촬영, 연기, 조명, 음향 등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수십 번의 연습을 거쳐 완벽하게 동선을 맞춘 후 단박에 촬영을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영화감독이 원테이크 영화를 동경하면서도 시도하지 못하는 이유도 스태프와 배우, 감독의 완벽한 호흡을 끌어내기 쉽지 않아서다.

	아나 아라비아

올해 BIFF 상영작 중에는 원테이크 영화가 세 편이나 초청됐다. 알렉세이 고를로프 감독의 '늙은 여인의 이야기(카자흐스탄 ·뉴커런츠 섹션), 아모스 기타이 감독의 '아나 아라비아(이스라엘·프랑스·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 샤흐람 모크리 감독의 '생선과 고양이(이란 ·아시아 영화의 창 섹션)' 등이다. BIFF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원테이크 영화를 보기 힘들었는데 이번에 3편이나 포함돼 놀랍다. 이는 올해 상영작 가운데 실험적인 형식이 돋보이는 작품이 많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알렉세이 고를로프 감독의 '늙은 여인의 이야기(75분)'는 가족에게 버림받고 요양원에서 지내던 늙은 여인이 갑자기 집에 돌아오면서 겪는 일을 그렸다. 카메라는 가족들이 그녀를 맞이하는 과정을 따라가며 왜 여인을 데려왔는지 밝히면서 그 속에 숨겨진 인간의 추악한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샤흐람 모크리 감독의 '생선과 고양이(134분)'는 카스피 연안에서 캠핑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그 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사건과 인물 사이 관계를 세밀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스라엘 출신 거장 아모스 기타이 감독의 '아나 아라비아(81분)'는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의 대치 상황에서 마을 사람들의 인터뷰를 빌려 아나 아라비아란 여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인류 평화'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품으로, 올해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다.

	생선과 고양이

이 가운데 '생선과 고양이'와 '아나 아라비아'는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다큐멘터리 같은 사실적인 느낌을 준다. BIFF 이수원 프로그래머는 "영화 속 같은 장면이 1분 이상 지속하면 관객이 지루하게 여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카메라가 등장인물의 동선을 유연하게 따라가며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느낌이 들어 전혀 지루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늙은 여인의 이야기'는 늙은 여인을 따라가며 여러 인물을 등장시켜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특히 늙은 여인과 단 둘이 있을 때 가족들이 본심을 드러내는 모습이 흥미진진하다. BIFF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는 "감독이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 40번 이상 촬영했다고 들었다. 원테이크 촬영을 통해 인간의 추악한 욕망을 비판하는 주제를 훨씬 효과적으로 드러낸 작품"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