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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자본주의 <18> 누구를 위한 노동인가― 해리 브레이버맨의 '노동과 독점자본'

컨베이어 벨트가 작동됐다…노동은 불구가 되고 노동계급은 분열됐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8-28 19:31:05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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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자동차 공장의 작업 모습.
만약 어느 공장에서 생산의 손실 없이 500명이던 노동자를 140명으로 감축시킨다면 그것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자본가들은 더 효율적인 생산방식이라고 부를 것이고, 노동자들은 대량해고라고 부를 것이다. 흔히 현대 경영학은 프레드릭 테일러(1856~1915)로부터 시작한다고 말한다. 그가 제안한 과학적 노동관리는 애덤 스미스가 이야기한 분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공장의 작업반장이었던 그는 초시계로 노동자들의 손동작, 발걸음, 그리고 심지어는 호흡까지 일일이 측정하고 계산하여 가장 효율적인 작업동작을 고안해 내었다. 테일러는 자신의 과학적 노동관리방식이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더 많은 임금을 받게 해 줄 것이므로 당연히 노동자들이 환영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였다. 모든 작업장에서 테일러주의는 노동자들의 격렬한 저항과 맞닥뜨렸다.

   
해리 브레이버맨 Harry Braverman 1920~1976
생존을 위한 활동을 하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다. 동물들도 사냥을 하거나 먹이를 채집한다. 어떤 동물들은 생존을 위해 상당히 정교한 분업을 한다. 그렇다면 동물들의 생존활동과 인간의 노동은 무엇이 다른가? '자본론'에서 마르크스는 자연의 벌집은 솜씨 없는 목수가 만든 주택보다 훨씬 정교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솜씨 없는 목수일지라도 어떤 벌도 따라할 수 없는 우월한 점을 가지고 있다. 목수는 집을 짓기 전에 먼저 어떤 집을 어떻게 지을 것인가 생각한다는 점이다. 마르크스는 이를 '선취(先取)'라고 불렀다. 노동을 하면서 사람들은 노동의 결과물을 실제로 취득하기 전에 먼저 관념적으로 취득한다는 뜻이다. 사람은 이러저러한 집을 짓겠다는 목적의식에 따라 합리적으로 노동한다. 비록 그 결과가 보잘 것 없더라도.

그러나 놀랄 만큼 정교한 집을 짓는 벌들이지만, 그 어느 벌도 자기가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알면서 집을 짓는 벌은 없다. 그저 본능에 따라 행동할 뿐이다. 이처럼 동물의 본능적인 생존활동과 인간의 노동 사이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인간의 노동은 단지 그의 육체적 능력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그의 정신적 능력의 사용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비록 그 생산물로부터는 소외되었을지라도 노동을 통해서 인간은 자신의 자아를, 마르크스의 표현을 빌면 자신의 유적 본질을 실현하는 것이다.

   
자신이 만든 자동차 앞에 서 있는 헨리 포드. 포드는 히틀러의 열렬한 지지자로 막대한 정치자금을 제공하기도 했다. 히틀러는 '미국의 파시즘 지도자' 포드에게 철십자훈장을 수여함으로써 보답하였다.
노동자들이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를 거부한 이유는 그것이 인간노동에 고유한 이러한 본질을 부정하였기 때문이다. 이제 노동자들의 정신적 능력이나 정서적 측면은 노동과정에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노동자들은 그저 기계처럼 정해진 방식으로 똑같은 작업을 반복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 대신 노동을 통해 자기를 실현한다는 자부심이나 성취감은 더 이상 느낄 수 없었다. 노동자들은 테일러주의의 이러한 비인간적이고 비인격적인 면을 거부한 것이다. 노동자들은 감독자들이 정한 작업방식대로 획일적으로 노동하기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숙련과 경험에 의존한 작업방식을 고수하였다.

그러자 자본가들은 노동자들로 하여금 테일러주의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할 방법을 고안하였다. 바로 컨베이어 벨트이다. 컨베이어 벨트는 노동자들에게 정해진 작업방식과 주어진 작업량을 강요하였다. 영화 '모던 타임즈'에서 찰리 채플린이 연기한 것처럼, 컨베이어 벨트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노동자들은 정해진 작업방식과 속도를 따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제 노동과정을 통제하는 것은 더 이상 노동자가 아니라 컨베이어 벨트이다. 사람이 기계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사람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프레드릭 테일러. 그의 이름을 따서 테일러주의라고 불리는 과학적 노동관리방식을 창안하였다.
테일러의 과학적 노동관리와 컨베이어 시스템을 결합한 새로운 생산방식은 포드자동차 공장에서 가장 먼저 사용되었기 때문에 흔히 포드주의라고 불린다. 그 당시 미국 성년 남자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일당 2달러 내외였으나 포드자동차는 5달러를 주었다. 하지만 그 대신 노동자들은 술과 도박을 끊어야 했,고 저녁식사는 반드시 가족과 함께 해야 했으며, 일요일에는 빠지지 않고 교회에 나가야 했다. 자본은 노동과정만 통제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생활과 그들의 인격조차도 통제하고자 했던 것이다.

해리 브레이버맨(1920~1976)은 '노동과 독점자본: 20세기에서 노동의 쇠퇴(1974)'에서 테일러주의의 핵심을 '구상과 실행의 분리'라고 지적하였다. 당연히 노동과정에서 결합되어 있어야 할 이 두 가지 기능이 분리됨으로써 노동의 '불구화'가 나타나고,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이 분리되고, 노동자계급이 육체노동을 담당하는 이들과 그들을 감독하고 감시하는 자들로 분리된다는 것이다.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이 결합되어 있을 때는 노동을 천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두 가지가 분리되면서 이제 육체노동은 천한 일이 되고 만다. '화이트 칼러' 노동자들은 마치 자신이 하는 일은 노동이 아니라 훨씬 고상하고 중요한 무엇으로 생각하게 되고, 그런 역할을 담당하는 자신들은 더 이상 '블루 칼러'의 노동자가 아니라 더 높은 다른 신분인 것처럼 생각하게 된다. 노동의 불구화가 가져오는 가장 중요한 변화는 바로 노동강도의 악화나 실업의 위협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분열이다.


# 원숭이를 인간으로 진화시킨 것

- 일하는 능력…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가장 본질적인 특징

사람과 원숭이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어떤 이들은 사람을 '털 없는 원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론 사람과 원숭이의 차이가 단지 털이 있고 없다는 것뿐이라는 뜻은 아닐 터이다. 그런데 정작 사람과 동물의 차이가 무엇인가 하고 물으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 불을 사용한다는 것, 직립보행을 한다는 것, 조직 생활을 한다는 것 등등 사람과 동물의 차이를 설명하는 예는 많다. 다만 그 가운데 무엇이 진정으로 인간의 본질을 설명해 주느냐는 문제이다.

언어, 도구, 직립보행, 조직 이 모든 것들을 하나로 설명할 수 있는 인간적 특성은 과연 무엇일까? '원숭이로부터 인간으로의 진화에서 노동의 역할'이라는 글에서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노동이야 말로 사람을 사람이게 하는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특성이라고 주장하였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언어, 도구, 조직 등 이 모든 인간적 특징들이 모두 노동과 관련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사람은 노동과정에서 자신이 가진 육체적·정신적 능력을 지출하는 동시에, 노동을 통하여 그러한 능력들을 계발하고 증진시킨다.

   
처음 인간이 원숭이로부터 막 진화하기 시작하였을 때는 그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을 통하여 인간은 원숭이를 포함한 그 어떤 동물도 가지지 못한 능력들을 획득하였다. 분절언어의 발달은 집단노동의 과정에서 보자 세세한 의사소통의 필요에서 나온 것이다. 도구는 말할 것도 없다. 처음에는 인간의 집단생활도 동물의 군집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으나 점점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로 발달하였다. 무엇보다도 노동은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가진 지식과 이성을 사용하고 발달시키도록 자극하였다. 그래서 드디어 원숭이로부터 인간으로 진화한 것이다.

조준현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참사회경제교육연구소장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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