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그는 세상에 '노무현의 후원자'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세상을 떠나자 세간에서는 "그토록 좋아했던 노무현을 만나러 갔다"는 이야기까지 할 정도였다. 둘은 그런 사이였다.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서슬 퍼런 정권의 위세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곁을 지킨 주인공이 강 회장이었다. 그것을 단지 '의리'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강금원이라는 사람은 강 회장의 일대기를 적은 책이다. 생전 그의 육성과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썼다.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김병준, 안희정, 이광재, 윤태영이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책의 제목은 2009년 4월 생전의 노 전 대통령이 인터넷에 올린 글의 제목이기도 하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강 회장의 두 번째 구속 소식을 듣고 "강 회장은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을 맞은 것이다. 이번이 두 번째다. 미안한 마음 이루 말할 수가 없다.…강 회장의 도움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대통령이 아니라 파산자가 되었을 것이다. 강 회장은 아직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나를 원망하지 않는다.…"라고 썼다.

책은 강 회장과 노 전 대통령의 이야기들이 주로 실려 있다. 만남과 정치적 후원 그리고 영욕을 함께 한 과정을 담고 있다.

이제 노 전 대통령도 강 회장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을 정치적인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 인간 강금원이 어떻게 기업인으로 성장했는지 그리고 정치인 노무현을 만나, 왜 목숨을 버려가면서 후원했는지를 보자. 정치적인 이해득실을 따져 툭하면 색깔을 바꾸고 배신과 음모를 일삼는 현재의 정치권에 던지는 메시지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