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산 김정한 선생

- 지역 원로 문인, 조율 앞장서
- 올 10월엔 공동 개최 뜻 모아

부산 문단에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1990년대 후반부터 부산 문인들의 최대 문학제로 자리매김하다가 수년간 반쪽 행사로 전락해 안타까움을 샀던 요산문학제가 올해부터 다시 문단의 축제로 제자리를 잡는다.

31일 (사)요산기념사업회(이사장 정흥태)와 부산작가회의(회장 강동수)에 따르면 16회째를 맞는 올해 요산문학제를 함께 힘을 합쳐 공동으로 개최하기로 하고 오는 10월 26일부터 8일간 행사를 진행한다.

요산문학제는 부산 소설 문단의 거목인 요산 김정한(1908~1996) 선생의 문학적 성과와 문학 정신, 삶의 업적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선생 작고 2년 후인 1998년 가을부터 부산민족작가회의(현 부산작가회의) 주도로 열리기 시작한 지역의 대표적인 문학축제다. 그러나 요산 선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2008년 제11회 때 (사)요산기념사업회 주최, 부산작가회의 주관으로 치러졌고 이듬해인 2009년 제12회 문학제 개최를 앞두고는 양 단체 간 이견이 발생해 지난 4년간 요산기념사업회가 전담해서 행사를 열어왔다. 초창기 문학제를 탄생시키고 이후 10여 년간 전국적인 문학축제로 성장시키는 데 역할을 했던 부산작가회의가 빠짐으로써 문학제에 대한 시민적 관심도 잦아든 것이 사실이었다.

	2008년 10월 요산 김정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열린 제 11회 요산문학제 현장.

그러다 지난 몇 달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양측의 공감대가 서서히 생겨나면서 최근 전격 회동했다. 이후 수 차례 논의 끝에 올해부터는 다시 결별 직전인 2008년 문학제와 같은 방식, 즉 주최는 기념사업회가 하고 주관은 부산작가회의와 요산문학관이 맡는다는 데 합의했다. 이 같은 요산문학제의 정상화 이면에는 지역 원로 문인들의 물밑 역할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해군 조갑상 남송우 이해웅 등 원로 문인들이 두 차례에 걸쳐 요산기념사업회 측 인사들과 만나 대승적 화합과 문학제 정상화의 필요성에 대한 상호 이해의 장을 넓혔다. 이들은 한평생 '사람답게 살아라'고 갈파하며 못 가진 자, 소외된 계층을 보듬어 안았던 요산 선생의 정신을 제대로 살려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부산작가회의는 지난달 18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요산문학제 주관을 위한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행사 준비에 돌입한 상태다.

올해 문학제의 주요 프로그램은 아직 완전히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7~9개 굵직한 프로그램이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광주 대구 울산 경남 등 다른 지역의 작가들도 대거 초청된다. 요산 묘소 참배를 시작으로 10월 26일부터 시민학생백일장, 요산창작기금 시상식, 요산문학심포지엄과 세미나, 문학콘서트, 요산문학기행 등이 열리며, 폐막식(11월 2일)에서는 부산작가회의 사화집 발간 기념회를 겸해 타 지역 문인들과 함께 시낭송의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요산문학관 유상학 관장은 "상호 양보와 이해로 좋은 합의를 이룬 것 같다. 요산 선생의 가르침과 문학 정신을 제대로 살릴 수 있도록 '너와 나' 구분 짓지 않고 서로 화합해 올해 문학제를 훌륭하게 치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작가회의 강동수 회장은 "부산의 진보 문학계가 창설하고 키워온 것은 맞지만 따지고 보면 요산문학제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니고 부산시민 전체의 것"이라며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이번 합의를 계기로 더욱 화합하고 문학제도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