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하고/부르면/입 속 가득 달콤한/아카시아 꽃 피구요//엄마 하고/부르면/가슴 가득 시원한/맑은 물 고이구요//엄마,/엄~마//엄마 하고 부르면/온 세상 내 것인 양/마냥 나는 행복해요."

아동문학가이자 시인인 채정미의 '엄마 하고 부르면'이라는 동시다. 마흔을 넘긴 무뚝뚝한 사내에게도 '엄마'는 존재만으로도 행복 그 자체다. 일 년에 몇 번 찾아뵙지 못하고, 한 달에 두어 통 전화 드리는 게 고작이지만, 그곳에 엄마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복되다. 그래서일까. 서점가에도 엄마를 소재로 한 책들이 가득하다. 한 인터넷 서점에서 '엄마'를 키워드로 검색해 보니 와! 4000권이 넘는다. 대부분 육아에 관련한 책이지만 엄마를 소재로 한 소설과 에세이도 적잖다.

엄마를 소재로 한 책 중 베스트셀러는 단연 법륜스님의 '엄마 수업'이다. 자녀 양육으로 애태우는 부모에게, 특히 자녀의 문제점만 들추는 부모에게 법륜스님은 "부모로서 자신이 어떤 마음인가를 돌아보고 부모가 자신의 문제를 먼저 바로 잡을 때 비로소 자녀의 문제를 해결하고 진정한 엄마 노릇을 할 수 있다"고 가르침을 준다. '부모가 비우면 아이는 채워진다'와 '아이와 함께 크는 부모' 역시 자녀 문제에 집중하기보다 부모의 진짜 모습을 찾기 권하는 책들이다.

엄마를 소재로 한 문학작품 중 하나는 김주영의 '잘 가요 엄마'다. 어느 새벽 엄마의 죽음을 알리는 배다른 아우의 전화에서 시작된 엄마에 대한 회상이 독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엄마 신드롬을 일으킨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이정록 시인은 '어머니 학교'라는 시집을 통해 존재 자체로 창작열을 불태우게 하는 '엄마'의 참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엄마를 소재로 한 에세이는 주로 엄마와 딸의 친밀함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은데, 임경선의 '엄마와 연애할 때'와 심재명의 '엄마 에필로그'가 묵직한 울림을 준다. 그중 명필름 대표인 심재명의 '엄마 에필로그'는 루게릭병으로 세상을 떠난 엄마와의 기록이다. 심재명은 이제는 저 세상에서 몸과 마음이 평안할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이렇게 말한다. "살아생전 유난스러운 잔소리꾼이었지만 어스름한 저녁 시간이 되면 하루도 빠짐없이 '저녁 챙겨 먹었니?'라며 다 큰딸에게 전화를 거는 엄마의 목소리가 나이 들수록 반가웠다."

내남없이 가난했던 시절, 누구라서 가난을 좋아했겠느냐만 심재명 역시 가난이 싫었다. 그런데 엄마는 "가난하다는 사실을 지독히도 챙기고 사는 사람"이었다. 굳이 자식들이 몰라도 될 일은 정보 공유하듯 나눴고 "아끼고 또 아끼는 길밖에 없다고 닦달"하시곤 했다. 빚쟁이들이 몰려와 안방을 차지하기도 했는데, 봐도 봐도 지긋지긋한 얼굴들에게 엄마는 밥상까지 차려낼 줄 아는 마음 씀씀이가 큰 사람이었다.

엄마치고 헌신적이지 않은 사람이 없지만, 심재명의 엄마도 "지독하게 헌신적인 사람"이었다. 그 헌신을 종종 이용한 적도 있다. 문제는 철모르는 자식들은 엄마의 사랑과 헌신이 "기브 앤 테이크"로 보일 때가 많았다는 사실이다. 낮잠 자는 일 없이 온종일 부업에 매달리는 엄마를 대신해 사남매는 밥상을 차렸고, 청소했다.

심지어 "봉투를 붙이고, 인형 눈을 붙이고, 박카스 병 비닐 마개를 만들고, 병풍 수를 놓고, 또, 또…" 부업을 도왔다. 하지만 철들고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엄마가 우리에게 말하고 보여준 것보다 더 고생하며 사셨다는 건 시간이 많이 지난 다음에, 어른이 되어서야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아내와 아이들이 각자의 방에서 잠든 새벽 '엄마 에필로그'를 읽으며 눈시울을 붉힌다.

아침에는 그리 멀리 살지 않으면서도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엄마에게 전화를 넣어야겠다.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