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다시 읽는 자본주의 <13> 같은 질문, 다른 대답―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

땅 가진 자의 '땀 없는 소득'을 세금으로 환수하라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7-24 19:37:10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강도 귀족. 미국의 만화가 새무얼 에르하트(1862~1937)가 그린 '강도 귀족(Robber Barons, 1889)'. 현대의 강도 귀족들을 중세의 악덕 영주들에 풍자하였다.
산업혁명을 목격한 애덤 스미스나 데이빗 리카르도는 자본주의적 진보가 모든 계급을 더욱 풍요롭게 하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더욱 발전하면 할수록 노동자계급은 더 빈곤해진다고 주장하였다. 그 이유는 바로 자본가들이 생산수단 즉 자본을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19세기 후반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경제학자인 헨리 조지(1839~1897)는 '진보와 빈곤: 부의 증진에 따른 산업불황과 빈곤 증가의 원인에 대한 조사(1879)'라는 책에서 같은 질문에 조금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조지에 의하면 사회가 진보할수록 대중은 더욱 빈곤해지는 이유는 바로 지주들이 토지를 독점하기 때문이다. 남북전쟁(1861~65)이 막 끝난 당시의 미국은 철도 붐과 서부개척의 시대였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서부로 몰려왔고, 땅값은 급속하게 상승했다.

   
헨리 조지 Henry George 1839~1897
특히 1869년에 최초의 대륙횡단철도가 완공되면서 서부의 여러 도시들에서는 광적인 토지투기가 일어났다. 철도회사들은 철도를 운영하여 정상적으로 이윤을 획득하려 하지 않고 주식거래, 국유토지의 불하, 현금 보조금을 비롯한 갖가지 특혜로부터 불로소득을 얻었다. 정부는 철도회사들에 광활한 면적의 토지를 무상으로 불하함으로써 투기를 조장하였다. 이렇게 부를 축적한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철도왕으로 불렸던 밴더빌트(1794~1877)이다. 하지만 그 대신 자급자족하면서 건전한 삶을 유지해 오던 많은 사람들이 자기 토지로부터 내쫓기거나 일자리를 잃었다. 대중은 더욱 빈곤해지고 생활조건은 더욱 가혹해졌다. 조지는 이 모든 것이 토지에 대한 독점적 소유 때문이라고 보았다.

독학으로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공부한 조지는 스미스가 그랬듯이 생산물의 가치는 지대와 이윤과 임금으로 나뉜다고 정의하였다. 따라서 지대가 커지면 커질수록 이윤과 임금은 줄어든다. 불황과 빈곤의 원인은 바로 토지의 독점적 소유와 그로 인한 높은 지대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처방으로 헨리 조지가 내놓은 것은 토지의 몰수가 아니라 토지단일세이다. 굳이 토지를 몰수하지 않더라도 토지로부터 나오는 지대를 전부 정부가 세금으로 환수한다면 똑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헨리 조지의 사상은 경제학자들보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1856~1950)나 시드니(1859~1947)와 베아트리체 웹(1858~1943) 부부와 같은 영국의 페이비안 사회주의자들―오늘날 영국 노동당의 모태가 된다―에게 더 큰 영향을 주었다. 요즘 빈번히 논의되고 있는 '토지 공(公)개념'이나 개발이익을 환수하여 공공복지를 위하여 사용하는 정책 등도 모두 헨리 조지의 사상에서 나온 것이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헨리 조지가 쓴 '진보와 빈곤'의 표지. 경제학자 갤브레이스는 19세기에 출판되어 100년 후에도 읽히고 있는 책은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과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뿐이라고 말하였다.
물론 헨리 조지의 시대에는 철도회사들만 온갖 악덕을 저지른 것은 아니다. 우리가 아는 미국의 억만장자들은 대부분 남북전쟁에서 1차 대전(1914~18)에 이르는 이 시기에 그들의 부를 축적했다. 밴더빌트를 비롯하여 금융왕 모건(1837~1913), 석유왕 록펠러(1839~1937), 철강왕 카네기(1835~1919) 등이 바로 그들이다. 흔히 이들을 부르던 말이 바로 '강도 귀족(robber baron)들'이다. 강도 귀족이라는 말은 이들의 부가 합리적인 기업활동과 정당한 거래에 의해서가 아니라 기만과 협잡, 부정부패, 심지어는 범죄단을 동원한 노골적인 폭력과 범죄의 산물이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강도 귀족들에게 고용된 폭력배들은 총기를 들고 다른 회사에 침입하고, 경쟁자를 협박하여 회사를 빼앗는 일도 예사였다. 나중의 일이지만 록펠러와 카네기는 그나마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기부함으로써 치부과정에서 쌓은 악명을 어느 정도 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강도 귀족들에게는 그만큼의 염치도 없었다. 강도 귀족들의 행태를 가장 잘 보여 주는 사건은 1869년 8월 9일, 밴더빌트의 하수인이었다가 경쟁자가 된 금융투기꾼 제이 굴드(1836~1892)와 모건의 하수인이던 조지프 램지(1816~1894)가 철도회사의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벌인 유혈사태이다. 굴드가 800명의 폭력배들을 동원해 열차에 실고 쳐들어가자 램지도 450명의 폭력배를 마주 오는 열차에 태우고 대항하였다. 두 열차는 충돌하여 전복하였고, 10여 명이 죽고 수백 명이 부상을 입은 끝에 전투는 램지 측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그 회사의 경영권을 장악한 것은 바로 모건은행이었다. 지금도 미국의 10대 기업은 모두 록펠러의 것이거나 모건의 것이거나 또는 록펠러-모건의 것이다.


# 프랑수와 케네의 '경제표'

- 헨리 조지보다 100년 먼저 토지단일세를 주창한 중농학파의 거두

   
헨리 조지가 토지단일세를 주장하기 100여 년 전에 이미 같은 주장을 편 경제학자들이 있다. 이들은 흔히 '중농학파(Physiocracy)'라고 불리는데, 그 어원은 '자연의 지배'라는 뜻이다. 중농학파를 만든 것은 루이 15세의 어의였던 프랑수와 케네(1694~1774·그림)와 그의 제자들이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케네의 경제사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농업만이 모든 부와 가치의 원천이라는 생각이다. 중상주의자들이 상업과 유통에서 부의 원천을 찾은 데 반해 중농주의자들은 노동과 생산에서 그 원천을 찾았다.

그러나 중농주의자들이 생각한 생산적 노동은 오직 농업노동에만 해당하였다. 케네는 진정한 부의 원천은 오직 자연과 토지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애덤 스미스가 사회경제적 진보를 위해서는 산업의 발달을 더욱 촉진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반면, 케네는 농업의 발전과 농민생활의 개선이 프랑스의 현실에서 가장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보았다. 한창 산업이 발전하고 있던 영국과 달리 당시의 프랑스에서는 인구의 대부분이 여전히 농민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두 사람은 중상주의를 비판하면서 정부의 개입을 반대하는 경제적 자유주의를 주장했다는 점에서 공통점도 많다. 중상주의자들을 비판하면서 스미스보다 먼저 부의 원천이 유통이 아니라 생산이라는 점을 주장한 것, 또 경제적 자유주의와 토지단일세 등의 정책을 제시한 것 등은 모두 케네의 중대한 공헌이다. 케네의 제자들 가운데는 프랑스 혁명의 주요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인 미라보(1715~1789)와 루이 16세의 재무장관이었던 튀르고(1727~1781) 등이 있다. 경제학의 역사와 발전에서 케네의 가장 중요한 공헌은 역시 '경제표(1780)'이다. '경제표'란 국민경제의 순환을 하나의 표로 정리하여 일목요연하게 보여 준 것이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나오는 '재생산표식'이나 현대경제학이 사용하는 '산업연관표' 등은 모두 케네의 '경제표'에서 아이디어를 빌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케네의 '경제표'에 의해서 비로소 경제학이 과학이 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조준현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참사회경제교육연구소장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코로나시대 문화계 지각변동 <하> 대면공연·온라인 전시관…언택트가 대세다
  2. 2“남북 협력관계 실타래 푸는 마중물 역할 희망”
  3. 3가나안 보청기, 로사리오 카리타스에 보청기 기증
  4. 4코로나 뚫고 시동 건 나스카
  5. 5부산서부교육지원청, 학폭 예방 심리 지원
  6. 6오늘의 운세- 2020년 6월 2일(음력 윤 4월 11일)
  7. 7국대급 외야수의 부진…롯데 대체자원도 없어 ‘답답’
  8. 8흑인 과잉진압 사건에 들끓는 세계 스포츠계
  9. 9부산 부산진구, 백내장 수술 치료 및 보호용 안경 지원 약속
  10. 10동아대 AMP 47대 신임동문회장 이미근 대표
  1. 1‘한국판 뉴딜’ 본격 추진…76조 쏟아붓는다
  2. 2정부 ‘일본 수출규제 관련 한국 정부 입장’ 내일 발표
  3. 3부산 강서구 신호동 인공 철새 서식지 개방 본격 추진
  4. 4동아대 총동문회,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선 동문 축하연 개최
  5. 5통합당 1호 법안은 ‘코로나 패키지’…소상공인 지원·등록금 환불 등 담겨
  6. 6부산 야당 총선 1호 공약이던 ‘해양특별시 특별법’ 발의
  7. 7여당 최인호 “전대 출마 고심” 박재호 “오거돈 사태 수습 총대”
  8. 8민주당, 국회 개원 압박…통합당 “원구성 협상이 먼저”
  9. 9김해영 청년정책조정위 부위원장 유력
  10. 10김종인 “진취적인 통합당 만들겠다”…경제혁신위 신설
  1. 1음주·뺑소니 교통사고 보험 최대 1억5000만 원 자가부담
  2. 2금융·증시 동향
  3. 3미래먹거리 찾는 기업 늘며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가파른 증가세
  4. 4여성 1인 가구 안전대책 만들고 중년 재취업 지원
  5. 5주가지수- 2020년 6월 1일
  6. 6‘한국판 뉴딜’ 일자리 55만 개 공급
  7. 7코로나에 뒷전 된 균형발전 “지역산업 수도권과 격차 우려”
  8. 8한국해양진흥공사, 제3회 해운 신사업 아이디어 경진대회 개최
  9. 9'코로나19 직격탄' 여행업계 2분기 매출 전망치 급감
  10. 10부산항만공사, 이달부터 감천항 재난안전 방송 5개 국어로 실시
  1. 1부산 사흘째 신규 확진 ‘0’…고3 접촉자 중 추가 확진 없어
  2. 2부산 구·군 노조 5일째 시청 농성 ‘재난지원금 업무 갈등’
  3. 3해운대 레지던스 호텔서 화재, 손님 대피
  4. 4울산 북구 암시장에서 도망 나온 암소 도로 활보…초등교 하교 연기 소동
  5. 5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 35명…인천·경기 30명
  6. 6기장군 아파트 콘센트서 화재... 30대 여성 부상
  7. 7경남 고성서 화약공장 폭발 사고 … 4명 부상
  8. 8사상구 괘법동, 한국요양병원과 함께 취약계층 학생 '사랑의 PC' 지원
  9. 9창원터널 시설개선사업 최종 완료
  10. 10인천서 코로나19 집단 감염 … 15명 이상 추가 확진
  1. 1우즈 지난 1년 수입 96%가 기업 후원금
  2. 2미국 프로야구 선수들, 연봉 추가삭감 없이 팀당 114경기 제안
  3. 3흑인 과잉진압 사건에 들끓는 세계 스포츠계
  4. 4국대급 외야수의 부진…롯데 대체자원도 없어 ‘답답’
  5. 5부산 아이파크 또 미뤄진 첫 승
  6. 6부친상 겪고 데뷔전 오른 샘슨 “야구가 최고의 치료제”
  7. 7롯데, 모처럼 뒷심…두산에 전날 연장 끝내기 패 설욕
  8. 8이소영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통산 5승
  9. 9‘산초 해트트릭’ 도르트문트, 6-1로 파더보른 대격파하며 2위 수성
  10. 10'우슈 산타 세계 2위’ 차준열이 밝힌 산타가 MMA에서 통하는 이유(고수를 찾아서 2)
우리은행
코로나시대 문화계 지각변동
대면공연·온라인 전시관…언택트가 대세다
이동순의 부산 가요 이야기
부산은 한국 트로트의 고향
김석화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청각장애인의 ‘목소리’ 수어 엿보기
목격자 되기
동네책방 통신 [전체보기]
프로파일러와 영화 보며 ‘진짜’ 범죄 이야기 들어요
오웰 흔적 찾아 떠난 여행담…그의 삶과 작품 얘기해요
박선미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사람다움에 대해
그 많은 학원 다녀도 못 푸는 문제…참된 삶이란 무엇일까
부산 웹툰 작가들의 방구석 STORY [전체보기]
동생의 진로. 수국
웹툰 작가의 연애. 빵야
새 책 [전체보기]
산비둘기(권정생 지음) 外
중독자의 죽음(M.C. 비턴 지음·지여울 옮김)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인류 생존과 밀접한 11가지 약
황당했던 과거 과학 실험들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숨-망각의 숲’ - 최원규 作
‘오후 6시’ - 조은태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잉어 할아버지가 매일 바쁜 이유 外
콩과 함께 흥미진진한 등굣길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산딸나무 때죽나무 /임태진
오뚝이 /이영희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영화 ‘나는보리’ 김진유 감독
영화‘저 산 너머’ 최종태 감독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종편이 연 트로트 오디션 열풍…지상파 편승 ·겹치기 출연 논란
일반인 출연자 폭행·불륜·미투 의혹…방송가 속앓이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사냥의 시간’ 장르도 없고 작가도 없었다
‘엽문’으로 본 홍콩 무술영화의 정치성
조준형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북코칭 전문가의 책 잘 읽는 이야기
숱한 차별을 버텨온 당신에게 박수를
최예송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봄의 시작점에서
함께 살아가고 부딪치는 사람, 그리고 공동체를 향해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20년 6월 2일
묘수풀이 - 2020년 6월 1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0년 6월 2일(음력 윤 4월 11일)
오늘의 운세- 2020년 6월 1일(음력 윤 4월 10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27회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1차전
제27회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1차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蝌蚪時事
建言有之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