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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자본주의 <12> 자본주의의 비밀 상자를 열다―칼 마르크스의 '자본론'②

모든 가치는 노동에서 나온다

그런데 왜 '노동의 산물'은 노동자가 모두 갖지 못하는가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7-17 20:26:30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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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데이'를 그린 그림.
마르크스는 철학과 경제학은 물론 역사학, 사회학, 정치학, 심지어는 문학과 공연예술 평론에 이르기까지 그 누구와도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엄청난 분량의 업적을 남겼다. 그렇다면 과연 마르크스의 업적들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어느 것이 더 위대하다고 순위를 매겨 보는 일도 가능할까? 다른 사람이라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마르크스의 가장 절친한 친구이자 평생의 동지였던 엥겔스라면 가능할 것이다. 엥겔스는 마르크스의 두 가지 가장 위대한 발견은 바로 역사적 유물론과 잉여가치이론이라고 말했다. 역사적 유물론은 인류의 역사와 사회발전의 원리를 규명한 이론이며, 잉여가치이론은 바로 자본주의가 노동자계급을 어떻게 착취하는가 하는 가장 근원적인 비밀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이론이다. 엥겔스의 '영국 노동자계급의 상태'에 나오는 노동자들이 똑같이 품었던 의문은 사회는 더 부유해지는데 우리는 왜 더 가난해지는가 하는 것이었다. 로버트 오웬을 비롯한 그 시대의 많은 지식인들 또한 똑같은 의문을 품었지만 그 누구도 올바른 답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잉여가치의 법칙을 밝혀내기 전까지는 말이다.

   
칼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 1818~1883
애덤 스미스나 데이빗 리카르도의 경제학은 노동가치설에서부터 출발한다. 노동가치설은 간단히 말해서 노동이―노동만이 모든 가치를 창조한다는 것이다. 스미스가 그 당시에 유행하던 중상주의 이론과 정책을 비판한 근거도, 가치는 노동에 의해서 창조되므로 상업이 아니라 노동을 통한 생산이 국부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물론 노동가치설을 스미스가 처음 주장한 것은 아니다. 문헌상으로 가장 먼저 노동가치설을 주장한 것은 17세기 영국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윌리엄 페티(William Petty, 1623~1687)의 '정치산술(Political Arithmetic, 1676)'이다. 앞의 글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민주주의 사상의 아버지로 불리는 로크(John Locke, 1632~1704)도 노동가치설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노동가치설을 체계화하고 경제학의 기초이론으로 확립한 것은 역시 스미스와 리카르도이다. 그런데 이들의 경제이론은 노동가치설에서부터 출발하면서도, 동시에 노동가치설에 대해 중대한 모순을 범하고 있었다. 스미스는 한편에서 재화의 가치는 노동에서 나온다고 말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재화의 가치가 노동자의 임금과 자본가의 이윤과 지주의 지대를 합산한 것이라고 말한다. 스미스의 계승자답게 리카르도는 임금과 지대와 이윤이 각각 어떻게 결정되는가를 매우 정치하게 분석하였다. 노동자가 임금을 가져가듯 자본가가 이윤을 가져가는 것도 정당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재화의 가치가 오직 노동에 의해서만 생산된다면, 도대체 자본가의 이윤이나 지주의 지대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노동자가 생산한 가치를 자본가가 이윤으로 가져간다면 그것이 어떻게 정당한 분배일 수 있는가? 유감인지 다행인지 애덤 스미스는 죽을 때까지 이런 모순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였다. 로버트 오웬과 같은 시대를 살았던 리카르도는 말년에 와서야 어렴풋이 그 모순을 깨닫기 시작하였지만,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 두 위대한 경제학자들이 자기 이론의 근본적인 모순을 전혀 또는 거의 자각하지 못한 이유는, 이들이 자본주의가 모든 계급들 즉 자본가는 물론 노동자의 이익에도 절대적으로 부합하는 사회체제라는 신념을 너무 깊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마르크스의 '자본론' 친필 원고. '자본론'은 세 권으로 구성돼 있지만, 마르크스 생전에 출판된 것은 1권뿐이고 2권과 3권은 그가 남긴 초고를 엥겔스가 정리하고 편집해 출판했다. 마르크스는 워낙 악필이어서 그의 원고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엥겔스뿐이었다. 그래서 독일 사민당이나 소련 공산당은 그의 유고를 출판하기 위해 재능있는 젊은 이론가들을 따로 훈련시켜야 했다.
마르크스는 자신의 잉여가치이론이 고전학파 경제학자들 특히 리카르도의 노동가치설에서 출발했다고 말한다. 리카르도와 마찬가지로 마르크스의 잉여가치이론도 모든 재화의 가치는 노동에 의해 생산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노동자가 생산한 가치는 노동자 자신이 임금의 형태로 가져가는 필요가치와 자본가가 가져가는 잉여가치로 나뉜다. 이 잉여가치는 다시 자본의 여러 분파와 지주들에게 산업이윤과 상업이윤 및 지대로 분배된다. 말하자면 이윤은 하나의 허상이며, 그 본질은 잉여가치인 것이다. 잉여가치 역시 노동자가 노동과정에서 생산한 것이다. 하지만 자본가는 그것이 마치 노동의 산물이 아니라 자본의 산물, 다시 말해 자본의 기여에 대한 정당한 보수인 것처럼 기만하기 위해 잉여가치가 아니라 이윤이라는 형태로 취득하는 것이다. 필요가치와 잉여가치가 각각 어떻게 분배되는가는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 결정된다. 기본적으로 필요가치는 노동자가 사용한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데 필요한 상품의 양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현실의 착취율 즉 필요노동에 대한 잉여노동의 비율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계급투쟁이다. 계급투쟁이라는 말을 대단히 과격하고 무시무시하게 폭력적인 무엇인 양 들을 필요는 없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공산당선언(Manifest der Kommunistischen Partei, 1848)'에서 "인류의 역사는 모두 계급투쟁의 역사"라고 말할 때 그 계급투쟁은 프랑스 대혁명이나 러시아의 10월 혁명처럼 노동자계급이 총을 들고 권력을 장악하려 하는 그런 행동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생활과 노동현장에서 노동자와 자본가는 언제나 더 많은 몫을 가져가기 위해 대립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얼마로 결정할 것인가가 바로 현실의 계급투쟁이며, 통상임금에 무엇을 포함시킬 것인가가 바로 현실의 계급투쟁이라는 뜻이다.


# "노동시간 줄이면 자본가는 뭘 먹고 사나"

■ 시니어의 '마지막 1시간'

   
나소 윌리엄 시니어.
노동시간의 단축을 위한 운동은 산업혁명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노동시간 단축운동의 역사는 산업혁명 초기 강제노동과 어린이노동, 장시간 저임금노동 등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의 생존에 대한 요구에서 비롯된 것으로 노동조합운동과 함께 태동했다. 엥겔스의 '영국 노동자계급의 상태'에서 보았듯이 19세기 중반까지 영국 노동자들은 평균 12∼16시간씩 일했다. 오웬의 전국노동조합대연합이 요구한 10시간 노동제가 처음 실시된 것이 겨우 1834년의 일이다. 그나마 이 제도는 여성과 어린이들에 대해서만 적용되었다. 그런데 오웬과 같은 시대를 산 영국의 경제학자 시니어(Nassau William Senior, 1790~1864)는 '공장법에 관한 두 개의 서간(Two Letters on the Factory Act, 1837)'이라는 책에서 자본가의 이윤은 하루 12시간 노동 가운데 마지막 1시간에 의존한다고 주장하면서 노동시간 단축운동에 반대했다.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이윤도 사라지고 기업가는 아무도 투자하려 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마르크스는 "가치의 생산과정을 가치의 표현방식과 혼동한 잘못"이라고 비판하였다. 이윤 즉 잉여가치를 생산하는 노동시간과 임금 즉 필요가치를 생산하는 노동시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생산과정의 매순간마다 노동자들은 일부분은 자신을 위하여 다른 일부분은 자본가를 위하여 노동하기 때문이다.

   
8시간 노동제를 처음 주장한 것은 1866년에 결성된 '미국노동자동맹(American Federation of Labor)이다. 그로부터 20년 뒤인 1886년 5월 1일 미국 노동자들은 8시간 노동제를 요구하는 총파업을 벌였다. 여러 나라에서 5월 1일을 '국제 노동자의 날(May Day)'로 기념하게 된 계기이다. 주 40시간 노동제는 1936년 프랑스에서 처음 실시되었다. 미국도 1938년부터 주 40시간 노동제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53년 '근로기준법'의 제정과 함께 1일 8시간 주 48시간 노동의 규정이 만들어졌다. 2013년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44.6시간이다. 그나마 수십년 동안 지켜온 노동시간 세계 1위의 자리를 내 준 것만으로도 자랑스러워 해야 할는지 모르겠다.

조준현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참사회경제교육연구소장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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