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기본에 충실한 끝에 빚어진 피치 못할 과오라면 애써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가기 마련이다. 그것이 관용과 이해의 마음이다. 하지만 기본을 저버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난 3일 폐막한 제22회 부산무용제가 역대 여느 무용제 못지않게 훌륭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뒷맛이 씁쓸한 것도 이 '기본'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이번 무용제는 시상식 때까지는 괜찮았다. 눈에 띄게 좋았던 것은 관객의 변화된 관람 태도다. 응원 팀 공연이 끝나면 썰물처럼 빠져나가던 예년의 뒤틀린 모습은 사라졌다.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내 편' '네 편' 가리지 않고 환호해주는 성숙한 자세는 감동적이었다.

최고 관심사였던 대상 작품 선정도 과감하게 기존의 관례를 깨뜨림으로써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동안 부산무용계에서 불문율처럼 회자하던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의 핑퐁식 주고받기 관행을 깨고 심사위원들이 2년 연속으로 현대무용, 그것도 남성 안무가의 작품을 뽑았다. 관객과 전문가들은 "심사위원들이 인정에 끌리지 않고 오로지 작품 평가에만 집중한 결과다"며 이를 통해 부산무용의 희망을 봤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시상식 이후 벌어진 대상 수상팀원 일부의 일탈적 행동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결론적으로 예술가이기에 앞서 자연인으로서 '기본'이 무엇인가에 관한 질문을 되풀이하게 했다. 일부 무용수는 시상식 때 건네받은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고, 그 장면을 목격한 심사위원들은 당혹스러워했다. 그 때문인지 예정됐던 품평회가 끝내 무산되는 초유의 일까지 벌어졌다. 젊은 예술가들은 품평회 장소에서 "악의는 없었다. 죄송하다"며 사과를 했지만 이미 '엎어진 물'. 서울 등 타 지역에서 온 위원을 포함한 심사위원들은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은 채 말없이 자리를 떴다.

"당신들이 아무렇지 않게 버린 꽃다발 속에는 그것을 받으려 애썼던 나머지 100명이 넘는 4개 팀 춤꾼들의 눈물이 배어 있다." 한 무용인의 따끔한 질타의 말이 맴돈다.

이번 일을 거울삼아 역량 있고 끼 많은 지역의 젊은 춤꾼들이 예술가 이기에 앞서 기본에 충실한 자연인으로서 더 성숙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아무리 출중한 스포츠 스타도 한마디의 잘못된 말과 행동으로 '영웅'의 지위에서 일순간에 퇴출당하는 경우가 허다하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