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일성·강송연·민주홍 등 8명 엄선

영화를 보기 위해 꼭 영화관을 고집할 필요는 없는 시대다. 사람들이 바글대는 멀티플렉스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라면 스마트폰과 노트북만 있어도 언제 어디서든 영화를 볼 수 있다. 이 같은 시대 흐름에 따라 독특한 영화제들이 생겨나고 있다. 여기서 부산에서 처음 열리는 '랩톱 영화제(Laptop Film Festival)'를 주목하자.

오는 28, 29일 부산대 독립문화공간 '아지트 AGIT'에서 마련되는 제4회 랩톱 영화제. 공정영화협동조합과 갈매기극장이 주최하고 부산독립영화협회가 후원하는 이 영화제는 서울에서 시작돼 올해 4회를 맞지만, 부산에서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랩톱 영화제는 노트북을 무릎에 얹어 놓고 영화를 보는 작은 영화제이다. 다양한 영화를 보고 싶은 관객을 위한 '대안 상영'이다. 진행 방법은 이렇다. 작은 공간에서 감독들이 각자 노트북과 자신의 영화를 들고 온다. 그러면 관객은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해 감독 주변에 모여 앉아 노트북으로 영화를 감상한다. 영화를 보면서 어떻게 영화를 만들게 됐는지, 이 장면은 어떻게 촬영했는지, 배우는 누구인지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잡다하게 풀어낸다. 노트북 화면을 사이에 두고 관객과 감독의 수다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관객은 자리를 옮겨 가며 자유자재로 영화를 볼 수 있어 '내 맘대로' 교차 상영도 가능하다.

랩톱 영화제는 서울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멀티플렉스의 획일적인 영화상영표에 질린 관객과 자신의 영화를 보여주고 싶은 감독이 만나 교류할 수 있는 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안 상영을 고민하는 부산독립영화협회가 특별히 랩톱 영화제를 부산에서 열도록 힘쓴 것도 이 같은 점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랩톱 영화제에 초청된 감독은 8명. 부산에서 활동하는 젊고 재능있는 감독을 엄선했다. 지난해 메이드인부산 독립영화제 2관왕 '경계인'의 손일성 감독과 올해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오퍼레이션키노상 '이빨'의 강송연 감독, 자신의 고교 자퇴 과정을 영화로 제작한 '그 자퇴하는 학생은 어디로 가면 됩니까'의 민주홍 감독 등이다.

부산독립영화협회 김대황 사무국장은 "랩톱 영화제는 공동체 상영과는 다른 대안 상영의 방법이다. 상영관을 찾지 못한 작은 영화를 관객에게 소개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료입장. 갈매기극장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galcine99)에서 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