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이두식 운영위원장의 별세로 공석이던 부산비엔날레 위원장 후보 추천 기간이 지난 12일로 마감됐다. 추천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들 가운데 조직위원장인 부산시장의 낙점을 거친 인물이 다음 달 초 임시총회에서 승인을 받는다.

지난 2000년 출범한 부산비엔날레는 올해로 13년째. 역대 세 명의 수장이 연임을 거쳐 지금까지 이어왔고, 이번에 새 인물이 결정되면 제8대 위원장으로서 부산비엔날레를 이끈다.

애초 시는 돌발상황만 없다면 다음 달로 임기가 끝나는 전임 위원장에게 다시 한 번 자리를 맡기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반면 지역에서는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던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시와 비엔날레 조직위는 새 인물을 뽑아야 한다.

그동안 상당수 문화 단체 리더들은 겉으로는 아니라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문화계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봉사하겠다"는 떠들썩한 구호가 무색할 정도였다. 문화계에서는 익숙한 풍경이었다. 그러니 이런 답이 나온다. 새 위원장은 권력을 행사하는 대신 '봉사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비엔날레는 전위적인 현대미술의 축제이다. 성공 여부는 전시감독이 어떤 작가들을 이끌고 내일의 미술을 진단할 수 있는 기획전을 펼쳤느냐에 있다. 새 위원장은 전시감독과 함께 현대미술의 흐름을 읽고, 전망하고, 이 시대에 현대미술의 진로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화두를 제시해야 한다. 세계미술을 바라보는 안목과 국내외에 든든한 네트워크를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정부 예산을 든든하게 따올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수년 동안 정부의 문화예술 지원 방침이 선택과 집중으로 모아지면서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BIFF)로, 미술은 광주비엔날레로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해 정부와 긴밀한 유대관계는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 자리에 앉고 싶은 인물이라면 세계적인 마인드로 일하면서 지역의 특성을 제대로 살려 부산을 띄우고, 부산작가를 키우고, 부산비엔날레를 발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자신을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

비엔날레 운영위원장이 '반드시 미술인이어야 한다는 선입견'도 깨야 한다. 세계무대에서 활동하는 지역의 한 미술인은 "운영위원장은 행정가이기에 정계나 문화계 인사도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타계한 이 위원장도 "이 자리는 행정적 능력이 중요하다"는 말을 곧잘 했다. 우리에게는 'BIFF의 전설' 김동호 전 집행위원장이라는 훌륭한 사례가 있지 않은가. 그는 영화인은 아니었지만, 전문 영화인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쓸 줄 알았고 국내외 네트워크가 탁월했으며 무엇보다 자신을 희생해 BIFF를 세계 영화계에 우뚝 서게 했다.

지금까지 문화계 새 수장이 결정될 때마다 부산시장 주변의 몇몇 인사가 미리 낙점한 인물이라는 구설이 불거지는 등 볼썽사나운 일이 많았다. "부산시는 주변 입김을 모두 차단하고 부산비엔날레를 반석에 올려놓을 인물을 뽑아 달라." 시민의 바람은 그렇게 명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