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심인자(61·사진)를 알기 전 그의 오빠인 조각가 심문섭(70)을 먼저 알았다. 한국 조각을 세계적으로 알려온 현대조각가 심문섭은 전통적 개념에서 탈피한 혁신적 조각으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심인자 작가가 8년 만에 수가화랑(부산 동래구 온천동)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8년 전 이곳에서 개인전을 연 이후 서울과 해외에서 그룹전 등에 참여해온 작가는 30여 점의 조각과 10여 점의 회화를 선보였다. 회화는 이번에 처음 내보였다. 출품작은 대리석에 조각한 '마음의 고향' '사색' '달과 여인' '청산에 살으리' 등. 심 씨는 여인, 꽃, 산, 나무, 달 등 자연소재를 끌어들여 그 포근함과 부드러움을 몽환적 분위기로 연출해낸다. '조각계의 이단아'로 불린 오빠와 달리 그의 작품은 '문학적 서정성이 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술을 어렵게 풀고 싶지 않다. 모두가 편안하게 보고 즐기는 작품을 추구한다. 작가의 색깔만 표현된다면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다."

심인자 작가의 '사색(분홍 대리석)'. 수가화랑 제공

조각에 사용되는 대리석은 이탈리아산 회색·분홍색·노란색 돌과 포르투칼산 분홍색 돌이다. 조명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거나 표면에 여러 무늬가 어우러진 대리석은 작가가 해외에 나가 직접 구해온다. 단아한 체형과 부드러운 외모를 지닌 그에게서 '무거운 연장을 든 채 돌을 깨뜨리는' 모습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작가는 "갈수록 체력적 한계에 부딪혀 회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리석을 한 폭의 캔버스처럼 사용한다. 단순화한 인물상의 몸통이나 머리 부분을 평면적으로 만들어 새, 구름, 달, 꽃, 파도 등을 새겨넣는다. 한국의 전통 석 조각에서 발견되는 소박미를 따뜻하게 찾아내되 평면적 회화성을 살리는 것이다. 하나의 작품 속에 사포로 갈아 부드러운 면과 정으로 쪼아 거친 면을 적절히 대비시켰다. 돌덩어리 자체의 무겁고 중후한 느낌을 그대로 살려, 돌에서 표현 가능한 극과 극의 분위기를 두루두루 맛보게 하는 작품도 있다.

"자연 속에서 호흡하고 더불어 살아가면서 자연과 생명의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압축된 형상을 통해 보여주는 게 작업의 지향점이다."

긴장과 대립보다 화해와 공존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그의 작품은 삶에 대한 긍정으로 충만해 있었다. 오는 29일까지. (051)552-4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