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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문화 실크로드 시간여행 <13> 조선통신사와 실학

미개하다 여겼던 일본 18세기 경제적 번성…통신사들 충격을 받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4-22 19:00:55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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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이성린이 그린 '사로승구도'에 묘사된 요도우라. 성안으로 물을 길어 올리는 두 대의 수차(원내)가 인상적이다.
- 일본, 상업·무역 활성화되면서
- 도시 발달하고 물자·식량 풍부

- 경학연구 등 학문적으로도 성장
- 되레 조선에 새로운 지식 제공도

- 영조 때 사절단으로 파견된 조엄
- 고구마·수차 등 도입 생활 개선

- 통신사가 들여온 문물·학문정보
- 조선후기 실학발달에 중요 역할

"교토에서 에도에 이르는 동안 모두 육지였지만 한쪽 옆은 바다였다. 20일 동안 민가가 계속되었지만, 가옥의 숫자는 만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다. 시장에는 물건들이 쌓여 있고 여염집에는 쌀이 넘쳐난다. 백성의 부유함과 물자의 풍부함이 우리나라에 비교할 바가 아니다."

1624년에 일본을 방문한 강홍중이 쓴 글이다. 조선통신사는 부산포에서 오사카까지 배로 이동한 후 가마로 갈아타고 에도(동경)를 향해 나아갔다. 이곳은 일본에서 가장 번성한 지역으로 가는 곳마다 잘 정비된 도로와 농경지, 정교하게 지은 성곽들이 나타났고, 도시마다 인구는 많고 물자와 식량은 풍부했다. 통신사가 지나가는 길목에는 많은 사람이 몰려나와 구경했다. 그런데 구경꾼들의 차림새가 하나같이 화려하여 재화의 풍족함이 잘 나타났다.

일본을 방문한 조선인들은 그들의 번영이 상업이나 무역이 활성화되었기 때문이고, 일본의 경제적 수준이 조선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청의 학문과 문물을 도입하자는 '북학'처럼 일본의 문물을 적극 도입하자는 논의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일본은 임진왜란을 일으켜 조선인에게 엄청난 피해를 안긴 원수이고, 학문보다 무예를 숭상하며, 머리 모양이 이상하고 옷차림이 다른 오랑캐 나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신유한은 "건물에 변변한 편액 하나가 없고, 고위 관리의 인물됨이 시원찮으며, 칼을 차고 이상한 복식을 한 이 나라가 어째서 오랫동안 부강함을 유지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일본의 번영을 인정하지만, 선뜻 마음을 열지 못하던 조선인의 심정을 솔직하게 보여준 발언이었다.

그러나 18세기에는 일본의 발달한 문물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분명하게 나타났다. 1747년에 영조는 통신사를 만난 자리에서 일본의 지리와 무예의 장단점, 인심과 습속을 잘 관찰하라고 당부했다. 청과의 교류가 활성화되면서 조선에서 필요로 하는 정보를 조직적으로 입수했던 영조는 일본에서도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자 했다. 1764년에 조엄은 이러한 명령을 수행했다. 그는 대마도에서 대마도지도와 일본지도를 구매하여 베꼈고, 오사카에서는 일본기도의 개정본을 구해 별도의 본을 만들었다. 상대국의 상세한 지도는 국가 전략상 긴요한 자료였다.

조엄은 일본의 우수한 문물제도도 도입했다. 그는 요도우라(淀浦)를 지나면서 성벽 밖에 있는 두 대의 수차가 물결을 따라 돌면서 자동으로 물을 퍼서 성안으로 흘려보내는 것을 보았다. 그는 군관과 화원을 시켜 수차의 제도를 자세히 살펴서 그리게 했고, 조선에서 이를 사용하면 논에 물을 대기에 편리할 것이라 기대했다. 통신사 일행이 하천을 건널 때에는 주교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사도가와(佐渡川)를 건널 때에는 하루에 세 개의 주교를 건넜는데 작은 것은 100척, 큰 것은 300척의 배를 엮어서 만든 대형 주교였다. 조엄은 주교 제도를 서남해의 제언에 응용하면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았다. 또한 그는 대마도에서 감저(甘藷·고구마) 종자를 들여와 문익점이 목면을 퍼뜨리듯이 되기를 기대했고, 조선 선박의 치목이 잘 부러지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일본 선박의 장점을 반영한 모형을 만들어 바다에서 시험하기도 했다. 조엄은 일본에 적대감을 가졌지만 그들의 우수한 문물은 적극 도입했다.

일본 학자와의 교류와 서적 수입도 조선 학계에 일정한 영향을 끼쳤다. 통신사가 만난 하야시 라잔(林羅山)이나 아라이 하쿠세키(新井白石), 다자이 슌(太宰純) 같은 사람은 일본의 뛰어난 학자였다. 조선인은 이들과 시문을 교환하고 필담을 나누면서 그들의 속내를 파악했고, 그들의 저작을 통해 일본 학계의 수준을 가늠했다. 특히 고학파(古學派)에 속하는 오규 쇼라이나 다자이 슌의 경학 연구는 정약용의 저작에 인용될 정도로 인상적인 학문이 되었다.

18세기 초에 데라지마 료안(寺島良安)이 편찬한 '화한삼재도회(和漢三才圖會)'는 조선본이 간행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이 책은 1748년에 일본을 다녀온 조명채가 처음 보았고, 이덕무, 유득공, 정약용, 한치윤, 성해응 등이 자신의 저술에서 참고문헌으로 인용했다. 당시 조선 학계에서는 외부에서 들어온 방대한 정보를 모아서 주제에 따라 분류한 유서(類書)의 편찬이 유행했는데, 이 책은 조선 학자에게 새롭고도 다양한 정보들을 제공해 주었다.

조선 후기에 공식적으로 외부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경로에는 연행사 코스와 통신사 코스가 있었다. 그동안 우리 학계는 '북학'이라 하여 연행사를 통해 들어온 학문과 문물을 주목했지만, 통신사가 들여온 학문과 문물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감이 있다. 조선 후기에 실학이 발달한 데에는 조선통신사가 도입한 학문 정보와 문물도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기억해야겠다.


# 신유한이 놀란 일본의 출판문화

- 조선·청나라 서적 불티… 대화록 한달만에 출간, 빠른 인쇄술에도 감탄

   
징비록 문화재청 제공
신유한은 1719년에 제술관의 자격으로 통신사에 포함되어 일본을 다녀왔다. 일행이 오사카를 지나갈 때 그는 서점이 줄지어 늘어선 것을 보고 무척 놀랐다. 그는 오사카의 서점에 조선인의 문집이 많이 보이며, 그곳 사람들이 이황의 '퇴계집'을 높여 집집이 글을 외우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경상도 고령 출신이었던 그로서는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그는 김성일의 '해사록'이나 류성룡의 '징비록', 강항의 '간양록' 같은 책들이 오사카에서 일본판으로 출판되어 판매되는 상황을 목격했다. 이들은 임진왜란을 전후한 시기에 양국 사이의 민감한 사안을 기록한 책으로, 동래 왜관의 대마도 인이 조선인 역관에게서 입수하여 일본까지 전달한 결과였다.

신유한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일본의 발달한 인쇄술이었다. 그는 대마도에서 에도까지 가는 동안 통신사에 포함된 세 사람의 서기(書記)와 함께 일본 측 장로(長老)와 시문을 주고받았다. 에도에서 국서를 전달한 후 귀로에 올랐을 때 그는 오사카에서 새로 간행한 '성사답향'이란 두 권짜리 책을 선물 받았다. 이는 앞서 에도로 갈 때 조선인 문사와 일본 장로가 교환했던 시문을 편집한 책으로, 불과 한 달 만에 책으로 인쇄되어 나왔던 것이다. 당시 조선에서의 인쇄 속도와 비교하면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신유한은 당시 일본에서 통행되는 조선 책이 100종을 넘고, 중국의 남경(南京)에서 수입한 책은 1000종을 넘으며, 민간에서 책과 문집을 간행한 것이 조선의 열 배가 넘는다고 했다. 신유한은 조선보다 일본에서 구매할 수 있는 청나라 서적이 많은 것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일본인들이 가끔 멋있는 시를 지어 오는 것은 남경에서 나가사키로 들어온 청나라 서적에서 베껴 온 것이 아닐까에 대해 의심할 정도였다. 18세기 일본의 출판문화는 신유한에게 놀라움과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김문식 단국대 사학과 교수

공동기획: 부산문화재단, 조선통신사학회, 국제신문

협찬: YK Steel(주)

후원: 누네빛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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