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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항 북항재개발단지 해양문화지구에 들어선 부산오페라하우스 맞은 편에 자리 잡은 북항대교를 배경으로 불꽃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형상화한 이미지. 일신설계종합건축사사무소 제공 |
- 시드니 기부·복권으로 비용 충당
- 삼성, 대구에 오페라하우스 기증
- 市 건립 비용과 부지 확보 과제
- '미항 연계' 국비 815억 지원 전략
- 미래 보는 과감한 추진력도 필요
부산오페라하우스는 한때 물류가 지배했던 공간을 '사람이 지배하는 공간'으로 바꾸는 부산항 북항 재개발사업의 핵심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일부 반대 여론을 의식해 잠시 좌고우면한 부산시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던지는 시민이 많다. 특히 지엽적인 문제에 치우친 나머지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목청만 높인 시의회 일부 의원의 좁은 시각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곳곳에 잠재해 있다. 이제 시민은 새 상징물 탄생을 위한 큰 그림을 주문하고 있다.
그랬다. 1990년대 초까지 국내 영화시장의 외국 영화 쿼터제 폐지를 반대한 시민사회단체들은 "한국영화 다 죽는다"고 외쳤다. 한일 문화 개방을 놓고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한국 문화는 그 '외침'을 보란 듯이 잠재웠다. 부산은 영화제를 개최할 도시가 못 된다고 핏대 올리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다.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통해 '영화도시 부산'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현실이다.
부산에서 기념비적인 명물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건립 비용과 부지 확보 등 난제가 적지 않다. 앞서 이 같은 문제를 안은 외국 도시는 어떻게 해결했을까. 부산시의 전략도 궁금하다.
■국내외 건립 기부 사례…부산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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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를 대표하는 건축물인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전경. |
누구나 호주 시드니를 생각할 때마다 오페라하우스를 떠올린다. 매년 1월 1일을 앞두고 전 세계 유명 방송국들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인근에 카메라를 고정하고 새해맞이 카운트 다운을 한다. '도시를 상징하는 기념비적 건축물은 도시와 국가의 이미지를 바꿀 만큼 강력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현장이다.
1973년 개관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의 최초 예상 건립기간은 4년이었지만, 실제로는 10년이나 더 추가됐다. 애초 계획한 건립 비용도 700만 달러에서 1억200만 달러로 급증했다. 이는 대지의 토질 상태 불량에 따른 대규모 기초 보강 작업 등 직접적인 원인도 있었지만, 정치적 이유 등 건축 외적인 요인이 더 크게 영향을 미쳤다. 반면 건립 비용은 기부와 복권 판매를 통해 조성된 기금으로 충당됐다. 국내외 건축 전문가들은 "부산에서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거액의 기금을 내놓은 데다 바로 착공이 가능한 북항재개발단지의 부지만 제때 확보되면 오페라하우스가 순탄하게 건립될 것"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영국 코벤트 가든의 로열 오페라하우스를 살펴보자. 1731년 개장한 이 오페라하우스는 화재 후 1858년 다시 건립됐다. 재건립 당시 국립 복권에서 5600만 파운드, 매년 세금 자금에서 2500만 파운드, 그리고 부유한 스폰서와 후원자들로부터 건설 자금을 마련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도시 확장 기금'으로 건설자금을 마련해 1869년 건립된 뒤 전쟁으로 소실된 빈 국립오페라극장을 1955년 재개장했다. 덴마크 코펜하겐 오페라하우스는 해양운송회사인 머스크 사의 뮐러 경이 사업비를 투자해 건립한 뒤 부지를 포함한 시설(총 사업비 4억 유로)을 국가에 기부했다. 뮐러 경은 자신이 지명한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기는 것 외에 별도의 조건을 달지 않았다고 한다.
국내에는 이런 사례가 있다. 제일모직이 1996년 대구 사업장을 경북 구미로 이전할 당시 삼성그룹의 발원지이기도 한 제일모직 터에 오페라하우스를 건립(총 사업비 440억 원)해 대구시에 기증했다. 2003년 8월 준공된 이 오페라하우스는 대구의 공연예술 문화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촉매제가 됐다.
■빠른 행보…정치·경제인 활약도 기대
밑그림이 완성된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과정이 순항하기 위해서는 건설 비용과 부지 확보라는 과제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 시민은 롯데그룹 측이 1000억 원이라는 거금을 기부한 데 주목하고, 이왕이면 각별한 인연이 있는 부산에 더 통 큰 기부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변화무쌍한 세계 경제 환경 변화에 대처해야 하는 글로벌기업의 결단을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점에서 부산시와 시민의 현명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부산대 박성완(음악학과) 교수는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머뭇거리는 인상을 준 부산시에 시민 불만이 많았다"며 "시는 지금부터라도 속 시원하고 과단성 있는 추진력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 이갑준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이미 마련한 실행 방안을 구체적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도시 부산의 위상에 걸맞은 명품 공연장 건립의 필요성에 관한 시민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을 전제로 시의 이 같은 행보는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시는 오페라하우스 건립 비용을 2629억 원(설계 133억 원, 공사 2400억 원, 감리 86억 원, 기타 10억 원)으로 일단 책정했다. 여기서 대지(2만8427㎡)를 무상 사용하면 순수 건립 비용만으로도 본때 있는 공연장이 탄생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시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아시아 최초 글로벌 미항 조성 프로젝트'와 연계, 미항 개발 1단계 거점시설인 오페라하우스가 국가 차원의 핵심사업(항만 재개발과 문화관광명소화)으로 채택하고 건립 비용 가운데 롯데 기부금을 제외한 1629억 원의 50%(815억 원)를 국비로 확보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개방성이 강한 동북아시아 최대 항만에 들어서는 입지적인 특성을 바탕으로 미래사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공간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정치인과 경제인의 활약상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자료 협찬: 사단법인 한국건축가협회 부산건축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