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한일 문화 실크로드 시간여행 <11> 통신사와 인삼

'죽어가던 사람도 벌떡' 인삼, 천하의 명약 소문…왜인들 구입에 몸달아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4-08 19:11:59
  •  |  본지 2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일본에서 먹기 편하게 자른 조선인삼.
- 사절단 통상 200근 정도 가져가
- 쇼군 등에 배분 선물 중 최고 인기

- 가격 따지지도 않고 앞다퉈 구입
- 서울서 70냥어치 사서 가져가면
- 300냥에 판매 4배 넘게 이익 남아

- 대마도번은 조선인삼 중개무역
- 에도에 전문판매점 설치하기도

- 1811년을 끝으로 통신사 단절
- 인삼 조달 어려웠던 것도 한몫

현재 한국 사람에게 가장 인기 있는 일본 상품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아마도 캐논, 니콘, 소니 카메라가 아닐까. 300~400년 전 통신사가 일본에 갈 당시, 일본 사람에게 가장 인기 있는 조선 물품은 무엇이었을까? 17세기 말에 작성된 쓰시마번(대마도)의 무역 장부를 보면, 조선에서 일본에 수출된 물품 가운데 80%가 중국산 비단과 비단실, 20%가 조선산 인삼이었다. 인삼은 당시 조선을 대표하는 브랜드 상품이었다. 조선인삼은 무역, 일본 사절에 대한 예물, 통신사가 가져가는 선물 등으로 일본에 건너갔다. 당시 인삼은 대부분 자연산으로, 평안도 강계 인삼이 유명했다.

   
1819년 간행된 일본 도쿄 쇼핑가이드북 '강호매물독안내' 속의 조선인삼 광고로 불로장생에 좋은 약으로 광고되어 있다. 김동철 교수 제공
1727년 5월 25일 자 '승정원일기'에는 "일본의 풍속은 매번 병이 나면 곧 인삼을 복용하여 효과를 본다. 그러므로 값의 많고 적음을 논하지 않고 다투어 산다. 70냥에 서울에서 인삼을 사서 에도(도쿄)에 들어가면 반드시 300냥에 팔아넘긴다. 신(좌의정 홍치중)이 일찍이 왕명을 받고 일본을 왕래했기 때문에 그 사정을 대략 안다"라고 적혀 있다. 홍치중은 1719년 통신사 때 정사였기 때문에, 일본에서 인삼이 어느 정도 인기 상품인지를 잘 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조선인삼의 수요가 늘어난 것은 1660년대 이후이다. '동의보감' 등 의학 서적이 일본에 들어가면서 조선 약재의 수입이 증가하였다. '동의보감'은 1724년에 일본판이 간행될 정도로 인기가 높은 의학서였다. 쓰시마번은 1674년 에도에 조선인삼을 판매하는 점포인 '조선인삼좌'를 설치했다. 이 점포는 통신사의 관심을 끌었다. 1748년 통신사 때 종사관 조명채는 6월 13일 일기에 "길가의 큰 관문 위에 '조선인삼좌' 다섯 자가 적혀 있는 것을 보고 물으니, 대마도의 피집(무역) 인삼을 모두 여기에 두고 매매한다고 한다"고 적고 있다.

통신사가 일본을 왕래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일본 사절이 파견되었다. 이들에게 예물(예단)로 인삼이 지급됐다. 이 인삼을 예단삼(단삼)이라 부른다. 통신사 파견을 요청하러 온 사행, 파견 연기를 요청하러 온 사행에는 각각 18근 12냥, 통신사를 모시러 온 사행에는 12근 12냥, 통신사를 모시고 온 사행에는 20근을 주었다.

   
일본인이 인삼을 넣고 다녔을 인롱(약통). 통신사가 조각되어 있다.
통신사가 일본에 갈 때 많은 선물을 가지고 갔다. 인삼, 비단, 비단실, 모시, 호랑이·여우·담비·상어 가죽, 종이, 붓, 먹, 매, 말 등 다양하였다. 이 가운데 최고의 선물은 인삼이다. 일본 국왕격인 막부 장군(쇼군)에게는 50근, 쓰시마번주에게는 5근, 막부 주요 관료에게는 3근을 주었다. 통신사가 가지고 가는 인삼을 '신삼(信蔘)'이라 부른다. 수량은 200근 정도였다. 신삼은 통신사와 물품이 결합하여 하나의 용어가 된 유일한 사례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만큼 통신사가 가져가는 인삼은 중요한 존재였다.

일본인 가운데 인삼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보인 사람은 의원이다. 시기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통신사가 갈 때 의원 2명이 갔다. 특히 1682년 통신사 때부터는 의원 외에 양의(명의) 1명이 더 갔다. 일본 의원들은 조선 의원과 만나 의학에 관한 많은 질문을 주고받았다.

1711년 통신사 때 오가키의 의원 기타오 슌포와 양의 기두문은 사삼(더덕)의 구별, 사삼으로 인삼을 대신했을 때의 효과 등에 관한 질문을 주고받았다. 1748년 통신사 때 나니와(오사카)의 의원 모모타 아타카와와 양의 조숭수는 나라 지역에서 재배되는 요시노 인삼과 조선인삼과의 비교 평가 등 다양한 내용을 주고받았다. 1763(4)년 통신사 때 에도의 의원 야마다 세이친과 양의 이좌국은 인삼 제조법 등에 대해 주고받았다. 야마다가 광동 인삼을 보여 주면서 물었을 때, 이좌국은 인삼이 아니라고 대답하면서 허리춤에서 인삼을 꺼내 보여주었다. 조선인삼을 본 야마다는 제조하지 않았는데, 어찌 이렇게 아름다운 모양일 수 있느냐고 묻자, 이좌국은 인삼은 본래 아름다운 모양이라고 대답하였다. 특히 야마다는 "이좌국이 인삼 제조법 한 가지를 전해주었다. 별도로 기록해 집에 몰래 감추어 두었다"고 당시 상황을 기록하였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인삼 제조법이 일부 전해진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일본 의원들의 문답 속에는 조선인삼에 대한 끝없는 갈망과 관심이 잘 드러나 있다.
18세기 후반 이후가 되면 조선인삼의 조달이 쉽지 않았다. 주요 수출품도 인삼에서 소가죽으로 바뀌었다. 인삼 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통신사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곤란했다. 1811년을 끝으로 통신사가 단절된 데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 중 하나로 조선인삼의 조달 문제를 들 수 있다. 조선인삼은 만병통치약인 천하의 명약이었다. 통신사가 가져간 최고의 선물인 조선인삼이 통신사의 단절을 가져온 중요한 요인이 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까? 통신사는 일본 의학 등 일본에 대해 무엇을 궁금하게 여겼을까? 또 그것을 알려고 얼마나 노력했을까? 그것이 궁금하다.


# 통신사 역관 권흥식 자살과 인삼

- 인삼 밀거래로 모은 금·은, 짐 속에 숨겨 들어오다 들통…독극물로 스스로 목숨 끊어

   
사람모양의 인삼 (일본 규슈국립박물관 사진엽서).
인삼을 수입한 후 에도에서 팔면 4배 이상의 이익을 남긴다고 할 정도로 인삼은 인기 상품이었다. 통신사로 일본에 가는 것은 일확천금을 모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홍치중이 인삼 사정을 잘 안다고 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1719년 통신사(정사 홍치중) 때 인삼 밀거래 사건이 일어났다. 통신사가 에도에 머물던 10월 7일 밤, 종사관 이명언의 막비가 고발하여 사건이 발각됐다.

제술관 신유한은 이날 일기에서 "종사관이 역관의 짐을 수색하였다. 권흥식의 짐에서 인삼 12근, 은 2150냥, 황금 24냥을 발견했다. 오만창의 짐에서 인삼 1근을 찾았다. 두 사람을 묶어서 자물쇠와 큰칼을 씌웠다. 쓰시마에 도착하면 처단하기로 하였다"라고 적고 있다. 밀거래의 주동자는 권흥식이다. 은과 황금은 인삼을 판 대가라고 생각한다. 밀거래의 규모를 짐작하게 한다.

   
신유한은 12월 28일 일기에서 "역관 권흥식이 독약을 마시고 자살하였다. 흥식이 인삼 밀거래로 법을 어긴 것은 참형에 해당한다. 사신이 본국의 경계에 들어와서 참형을 집행할 것을 이미 조정에 보고하였다. 제가 알고 먼저 죽은 것이다. 죄는 용서하기 어려우나 매우 불쌍하다. 종사관이 배 위에 나와서 검시하였다. 여러 역관으로 하여금 초상을 치르게 하였다"고 적고 있다.

정사 홍치중은 '동사록'에서 오만창과 권흥식은 법을 어긴 사람이므로, 통신사 명단에서 삭제한다고 했다. 오만창은 귀국 후 동래부 감옥에 있다가 귀양을 갔다. 중국의 사마천은 '사기'에서 "탐부(貪夫)는 재물을 얻으려고 목숨을 건다"고 했다. 홍치중은 이들이 죽기를 무릅쓰고 법을 어긴 것은 이와 같다고 했다. 일본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천하의 명약인 조선인삼은 천하의 독약이 되어 권흥식을 죽였다.

김동철 부산대 사학과 교수

공동기획: 부산문화재단, 조선통신사학회, 국제신문

협찬: YK Steel(주)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근교산&그너머 <1142> 하동 박경리 토지길 1코스
  2. 2‘노래방 트럭’ 떴어요…10주년 맞은 아육대는 초호화 라인업
  3. 3명절 때 쌓인 스트레스…울창한 죽림서 ‘사르르’
  4. 4메주 쑤고 장 담그고…‘도심 속 농가’서 체험하는 전통음식
  5. 5놓친 한국영화 몰아보는 재미에…‘방콕족’도 행복한 연휴
  6. 6[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해운대 해변 떠나는 ‘BIFF 빌리지’…관객과 더 멀어질라
  7. 7다저스, 7년 연속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
  8. 8주강현의 세계의 해양박물관 <17> 오키나와 해양문화관
  9. 9[출조 길라잡이] 동해·서해까지 영역 넓힌 갈치낚시
  10. 10웃음·액션·감동으로 영화 판을 뒤집는다
  1. 1손석희 발언 어땠길래?…조국 지지자들, JTBC 채널 삭제 움직임까지
  2. 2‘나경원아들논문청탁’은 물타기?…조국 딸처럼 탈탈 털어 검증 한다면
  3. 3문 대통령, 기록관 건립 논란에 "우리 정부에서 지시안했는데 왜 이런 논란이" 역정
  4. 4‘당선 무효’ 우석제 안성시장은 누구? “의도치 않은 실수로 뼈저린 결과…”
  5. 5이준석, 이언주 삭발 놓고 ‘시각적 충격’
  6. 6조국 “휴직 땐 대학 떠나야…” 장관 됐는데 말이 왜 달라
  7. 7이언주 삭발, 문재인은 조국 밀고 이언주는 머리 밀어
  8. 8민주당 부산 당원끼리 맞고소 시끌시끌 "성추행당해" vs "음해"
  9. 9조국이 언급한 임은정 부장검사 SNS보니… “검찰 폭주 국민 감시 필요해”
  10. 10문 대통령 추석인사 "국민 모두에게 공평한 나라 소망"
  1. 1부산 집값 끝모를 늪 “이젠 살려야”
  2. 2부산은행, 해외 3호 난징지점 설립 예비인가
  3. 3금융·증시 동향
  4. 4‘WTO 제소’ 칼 빼든 정부…“일본 수출규제, 정치적 목적”
  5. 5회사 창립 불혹 맞은 S&T 그룹 “도전 DNA로 100년 기업 도약”
  6. 6주가지수- 2019년 9월 11일
  7. 7아이폰11 혁신 없이 카메라에 힘줬다
  8. 8캠코, 1840억 원 압류재산 공매
  9. 9배민 매일매일 추석쿠폰 ‘최대 5천원’ 할인
  10. 10수출시장 구조 ‘외풍에 끄떡없게’ 새판 짠다…6조 원 혁신지원책 확정
  1. 1나경원 아들 ‘논문 청탁’ 의혹… 교수는 부탁 받았다는데, 나 의원은 부인
  2. 2‘정치검찰언론플레이’ 시민들 분노해…정경심 교수 "녹취록 어떻게 언론에 들어갔나"
  3. 3까맣게 곪은 피부병 닭발, 모르고 먹었다
  4. 4법무부, '윤석열 배제 수사팀' 제안…"尹총장 바로 거절"
  5. 5창원시 마산합포구 아파트에 화재
  6. 6"X같은 직장" 부산신보 이사장 새벽까지 직원 단톡방서 거친말
  7. 7부산시 광안대교 관광 자원화 실험…22일 또 개방한다
  8. 8천안 아파트 화재… 냉장고 속에서 발견된 모자 시신 ‘침입 흔적 無’
  9. 9A형 간염, 중국산 조개젓이 원인 맞았다
  10. 10"한국인 선원들 지옥환경서 생존…파이프 앉아 구조 기다려"
  1. 1한국,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예선전 2-0 승리...나상호, 정우영 골
  2. 2김신욱, 상대방 골키퍼까지 골대 안으로...압도적 피지컬 돋보여
  3. 3박성현-소렌스탐·박세리-톰프슨 레전드매치 팀 결성
  4. 4사이영상 설문조사서 류현진 16% 3위…디그롬 40% 1위
  5. 5후반 37분 정우영 그림 같은 프리킥 골…2:0 리드 중
  6. 6한국축구, 월드컵 10회 연속 본선행 시동…투르크멘에 2-0 승리
  7. 7다저스, 7년 연속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
  8. 8프로야구 구름 관중 어디에…매진 사례 작년 절반도 안 돼
  9. 9역시나 밀집수비에 쩔쩔…카타르행 첫발 찝찝한 승리
  10. 10중국과 일본도 2차 예선 첫 경기 승리로 출발
우리은행
조봉권의 문화현장
대만여행에서 생각한 것
동북아 바다…인문학으로 항해하다
놀이문화 속 일제잔재
동네책방 통신 [전체보기]
전국서 온 독립출판물, 작가와 함께 만나니 더 반가워
문현동에도 지친 마음 달래줄 작은 책방 열렸다
부산 웹툰 작가들의 방구석 STORY [전체보기]
해버려요. 까짓 것. 엄태복
고동균
새 책 [전체보기]
두 방문객(김희진 지음) 外
내가 죽였다(정해연 지음)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기꺼이 고독을 선택한다는 것
마에스트로 25인의 음악과 삶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Daydream나를 만나다’ - 강경연 作
일식 #017 - 노기훈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계란말이 버스타고 다함께 학교 가요 外
소년과 강아지 ‘보이’의 변치않는 우정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한가위 단상 /안영희
만남이 좋아서 /박은희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해운대 해변 떠나는 ‘BIFF 빌리지’…관객과 더 멀어질라
주연배우가 짊어지는 무게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경계를 넘어, 소통을 찾아
현장 톡·톡 [전체보기]
고 홍영철 원장 타계 3주년…‘부산영화 100년사’ 재조명 필요
음악으로 하나된 청춘들…젊은 열기 식을 줄 몰랐다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19년 9월 12일
묘수풀이 - 2019년 9월 11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6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제6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兵主亂首
上有皇天
  • 골든블루배 골프대회
  • 2019맘편한부산
  • 지역경제 살리기 정책 콘퍼런스
  • 기장캠핑페스티벌
  • 제21회부산마라톤대회
  • 엄홍길 대장 시민초청 강연회
  • 2019국제에너지산업전
  • 2019 ATC 부산 성공기원 시민대회
  • 2019아시아 트레일즈 컨퍼런스
  • 사하관관사진공모전
  • 유콘서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