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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문화 실크로드 시간여행 <10> 조선통신사와 복식

화려한 색상에 독특한 문양 자수, 옥까지 장식… 왜인들을 홀리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4-01 19:20:07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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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관조복 차림의 정사와 부사.
- 조선 왕실 의복 제작 상의원서
- 파견할 정사·부사 관복 제작 지급
- 사행단 옷차림에 각별한 신경

- 관복과 편복 여러벌 준비해 가
- 상황·의례에 맞춰 옷 바꿔 입어
- 일본인들에 신선한 문화적 충격

- 직분 낮은 악대·기수·소동들도
- 상모·공작 깃 장식 관모 착용 등
- 화려한 차림새로 볼거리 제공

   
사모와 홍단령 차림의 정사와 부사. 이주영 교수 제공
1764년 7월 8일 조선통신사 일행은 1년간의 사행에서 돌아와 영조 임금에게 복명하였다. 영조와 정사 조엄은 연석에서 사행에 관하여 대화를 나누었다. 영조가 "국서를 전달할 때 조복(朝服)을 입었던가"라고 묻자, 조엄은 "그러하옵니다. 왜인이 조복을 신선처럼 바라보았습니다. 신 등이 동짓날 일기도(一岐島)에 있으면서 조복을 입고 우리나라를 바라보고서 망하례를 행하였더니 저들이 모두 부러워하였으며, 그 소식이 곧 강호로 전해졌습니다"라고 답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조복은 조선통신사 일행의 최고 책임자였던 정사, 부사, 종사관 등 삼사신(三使臣)이 입었던 예복인 양관조복을 가리킨다. 1711년 사행록에도 관백이 화사를 보내어 양관과 조복을 그려갔다는 기록이 있고, 1748년 사행록에도 금관조복이 매우 기이하고 화려했으며 관백 궁의 여러 사람이 흠탄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조복의 독특한 디자인과 아름다움은 일본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신비감까지 들게 했던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양관은 금빛으로 빛나고, 포는 선명한 붉은색에 구름을 안은 듯 풍성하고, 여기에 앞쪽에는 정성스럽게 주름잡은 폐슬(蔽膝)을, 뒤쪽에는 한 땀 한 땀 화려하게 수놓은 후수(後綬)를 늘어뜨리고, 양옆에는 움직일 때마다 영롱한 소리가 일품인 패옥(佩玉)을 찼으니, 그 모습이 참으로 기품 있고 그윽했을 것이다.

   
사모와 흑단령 차림의 판사.
조선통신사 일행이 지나가는 길목마다 구름처럼 몰려들었던 일본인들에게 관복 차림의 대규모 행렬은 쉽게 볼 수 없는 장대한 광경이었을 것이다. 일본의 최고 관리들이 삼사신의 조복을 보고 마치 신선을 바라보듯 하였을 정도이니, 일본의 지역 관리들이나 일반 백성에게 관복 차림의 조선통신사 행렬은 그 이상의 문화적 충격이었을 것이다.

조선에서는 통신사가 착용하는 관복을 '예의의 표현'으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조선통신사 일행은 한 가지 관복만을 입었던 것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관복을 준비하여 상황과 의례에 따라 갈아입는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관복을 입어 옷차림에 격식을 갖추는 것은 방문한 지역에 대한 예의와 공경의 표현이자, 우리나라 왕명에 대한 공경의 표현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하여 조선에서는 왕실의 의복을 제작하는 상의원(尙衣院)에서 정사와 부사의 관복을 제작하여 지급하기도 하였고, 사행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새 옷감을 지급하여 관복을 지어 입도록 조치하는 등 옷차림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현대패션과 관련하여 'T.P.O'라는 말이 있다. Time·Place·Occasion의 머리글자로서, 옷을 입을 때 시간·장소·상황에 따라 착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말이다. 그 시절 조선통신사도 T.P.O를 염두에 두었던 것일까? 그들은 상황과 의례에 따라 옷차림에 격식을 갖춤으로써 일본인들과 첫 만남에서부터 예의를 표하고, 긍정적인 외모이미지를 연출하고자 했다. 사행의 주축이었던 정사, 부사, 종사관 등 삼사신과 상상관, 상관의 옷차림을 예로 들어 보자.

   
편복 차림의 제술관 남옥과 서기 김인겸, 성대중(왼쪽부터).
먼저, 배들 타고 이동하거나 육로에서 행렬할 때, 그리고 여정 중에 일본 각지의 관소에 머물면서 방문객을 맞이하거나 필담과 시문창화를 나누는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편복차림을 하였다. 편복으로는 직분에 따라 와룡관·정자관·동파관·복건·탕건 등의 관모를 쓰고, 학창의·난삼·도포·심의 등의 포를 입었다. 숙소를 찾아와 시와 글, 그림을 부탁하는 일본인들에게 단정한 관모를 쓰고 넓고 풍성한 포를 입은 멋스러운 자태로 문재(文才)와 화재(畵才)를 한껏 발휘하였을 제술관, 서기, 화원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다음으로, 의례적인 상황에서는 공복을 입었는데, 옷차림의 격식에 따라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가장 격식을 갖춘 옷차림은 삼사신이 양관과 조복 차림을 하고, 상상관과 상관이 사모와 흑단령 차림을 하는 것이다. 이는 조선과 일본 간 교류의 시작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 대마도부중에 들어갈 때, 일본에서 조선의 국왕을 향하여 의례를 행하는 망궐례·망하례, 국왕의 국서를 쇼군에게 전달하는 전명례 등 가장 의례적인 상황에서 입었다. 다음은 삼사신, 상상관, 상관이 모두 사모와 흑단령 차림을 하는 것이다. 이는 조선에서 일본으로 출발하기 전 부산 영가대에서 해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일본 강호에 도착하기 전 쇼군이 보낸 문안사로부터 중로문안례를 받을 때 등에 입었다. 마지막은 삼사신, 상상관, 상관이 모두 사모와 홍단령 차림을 하는 것이다. 이는 대마도주와 상견례를 하거나 왜경과 강호에 들어갈 때, 일본에서 각종 공식 연향에 참석할 때 등에 입었다.
한편, 직분은 낮지만 특이하고 화려한 옷차림으로 존재감이 돋보인 이들도 있었다. 길게 땋아 내린 머리 모양과 여성스러운 몸짓으로 때로는 소창의와 쾌자를 입고 때로는 저고리와 치마를 입고 조선의 고유한 춤사위를 보여 주거나 일본인들에게 휘호를 해주었던 소동, 공작 깃으로 장식한 관모에 붉은색 옷을 입고 한껏 멋을 부렸던 악대들, 상모로 장식한 관모에 옷자락을 휘날리며 당당히 길을 열었던 기수들의 옷차림도 이색적인 볼거리였을 것이다.

옷차림은 착용자의 신분과 상황을 상징하는 시각적 기호이다. 조선통신사는 옷차림 기호에 마음까지 담았다. 그들은 관복을 정성스럽게 준비하고, 상황과 의례에 맞추어 관복을 갈아입어 항상 예로써 일본인들을 대하였다. '신의로 교류한다'는 조선통신사의 정신은 옷차림 하나하나에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었던 것이다.


# 日 화공 그림 속 통신사 옷차림

- 직급에 맞지 않는 관복 문양
- 남자인 소동,여성으로 묘사 등
- 왜곡·자의적 표현 그림도 많아

   
쾌자를 입고 춤을 추는 소동.
조선통신사 사행도는 두루마리, 병풍, 우키요에, 신사에 봉납하는 용도로 제작된 회마(繪馬) 등 다양한 형태로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그림들은 조선통신사의 복식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되어 왔다. 그런데 과연 통신사의 옷차림이 모든 사행도에 정확하게 묘사된 것일까?

기록에 의하면 일본 화공이 사행도를 그리기 전에 통신사가 머물고 있는 숙소에 찾아와 조선의 복식과 군물, 악기 등을 스케치해 간 일도 있고, 실제로 스케치한 자료가 남아있기도 하다. 통신사의 복식이 사실적으로 표현된 그림도 많지만, 잘못 그려진 예도 적지 않다. 삼사신이 양관을 쓸 때에는 조복을 입어야 하는데 조복 대신 단령이 그려져 있기도 하고, 상급 관원의 관복인 단령에 부착되는 흉배가 하급 관원이 입는 전복에 그려져 있기도 하며, 단령의 둥근 깃이 곧은 깃으로 묘사되기도 하였다. 심지어 소동은 남자임에도 화려한 무늬가 있는 붉은색의 옷을 입고 머리를 틀어 올리거나 머리에 꽃장식을 하는 등 아예 미인도를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묘사되기도 하였다. 이는 일본 화공이 소동을 당시 일본 사회의 풍속이었던 남창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한 데서 비롯된 왜곡된 표현으로 보인다. 한편, 이국적인 풍광과 이미지를 선호했던 에도시대 일본인들의 취향을 반영하여 통신사의 관복에 러프(ruff)나 프릴(frill) 장식, 단추 등을 그려 넣어 남만풍의 이미지로 데포르메(deformer)하여 표현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일부 사행도에는 조선통신사의 옷차림이 잘못 그려지거나 왜곡되거나, 자의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따라서 통신사의 옷차림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조선의 복식제도와 통신사가 남긴 사행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주영 동명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

공동기획: 부산문화재단, 조선통신사학회, 국제신문

협찬: YK Steel(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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