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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문화 실크로드 시간여행 <9> 조선통신사와 음식

금칠한 상·그릇에 금박입힌 음식 제공…조선사절단에 극진한 예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3-25 19:52:21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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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 사신에게 주연에서 제공되었던 '753선'. 이는 7종류의 음식을 차린 상, 5종류의 음식을 차린상, 3종류의 음식을 차린 상이 순차적으로 나오는 것을 말한다. 김상보 교수 제공
- 500명가량 구성된 사절단에
- 숙수 도척 등 요리사 8명 동행

- 왜인들 술 곁들인 주연 때는
- 7·5·3 종류 음식 차례차례 제공
- 식사 땐 '3즙15채' 상차림 내놔
- 지방 봉건영주보다 융숭한 대접

- 숙박지 외 장소선 조리 가능케
- 식품 재료 5일에 한 번씩 제공

- 불교 국교로 삼았던 까닭에
- 공식적으론 육류 섭취 금기시
- 별도 출입문 만들어 수육 제공

조선통신사 일행은 정사, 부사, 종사관, 통역관, 격군 외에 도척(刀尺·음식 만드는 노자, 칼자라고도 함) 7명과 숙수(熟手·전문 조리사) 1명 등을 포함해 약 500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쌀, 찹쌀, 콩, 팥, 좁쌀, 메밀, 율무, 녹두, 녹말, 밀가루, 육포, 편포, 건장(노루 말린 것), 건치(꿩 말린 것), 건전복, 건해삼, 건홍합, 굴비, 미역, 김, 꿀, 참깨, 참기름, 소금, 간장, 겨자, 생강, 표고버섯, 인삼, 곶감, 호두, 밤, 황율, 잣, 배, 누룩, 소주 등을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평안도에서 노자(여비) 명목으로 징수한 물품을 받고 에도(지금의 도쿄)로 향한 여행길에 올랐다. 물론 식품 외에도 생지황에서 적작약에 이르는 43종의 약재와 종지, 사발, 대접, 숟가락, 젓가락, 주전자, 칼, 바가지, 솥 , 번철, 석쇠, 독, 항아리, 밥상 등도 노자가 되었다.

이들은 기선(사람 태우는 배) 3척과 복선(화물선) 3척에 사람과 짐을 나누어 싣고 부산 영가대를 출발하여 이즈하라, 이키, 아이노시마, 시모노세키, 가미노세키, 가마가리, 도모, 우시마도, 무로쓰, 효고, 오사카, 요도, 교토, 모리야마, 히코네, 오가키, 나고야, 오카자키, 요시다, 하마마쓰, 가케가와, 후지에다, 에지리, 미시마, 오다와라, 후지사와, 시나가와, 에도에서 숙박했는데 에도까지 순탄한 여행길일 경우 약 3개월이 소요돼 부산으로 귀향까지 적어도 6개월이 걸렸다.

대마도 부중이었던 이즈하라와 이키, 아이노시마를 지나면 시모노세키에 들어간다. 약 500명의 통신사 일행 외에 통신사를 수행하는 대마번주 일행과 대마도에서 외교사무를 막부로부터 위임받고 있는 윤번승 그리고 그 수하 직원 500명 및 선물과 일행의 짐을 운반하는 자 1000~2000명을 합하여 총 2000~3000명의 대행열이 숙박지에 묵어가면서 에도까지 가기 때문에 시모노세키 이후의 각 숙박지에서는 10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접대에 동원되었다. 그래서 이즈하라에서 에도까지 왕복에 동원된 사람은 대략 33만 명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막부의 일년 세입인 76~77만 냥을 훨씬 넘는 100만 냥(약 500억 엔)이 1회의 통신사 접대에 쓰였다.

■최상의 접대 '753선'

   
가마가리에서의 1711년 접대를 예로 들어 각 숙박지의 상황을 엿보자.

가마가리 도착은 9월이었지만, 다른 번의 접대 모습을 탐색하기 위하여 1월에 대마도, 3월과 6월에 아이노시마, 시모노세키, 가미노세키로 사람을 보내 접대 상황을 탐색한 다음, 통신사를 대접하는 사람, 술 봉행자, 과자 봉행자, 랍촉 봉행자, 술안주 봉행자, 과일 봉행자, 기타 여러 도구 봉행자, 통역자, 의사, 요리인 등 759명을 대기시키고, 송선(送船) 135척을 준비했다. 또 정사, 부사, 종사관에게 아침밥과 저녁밥은 '753선(膳)'과 '3즙(汁) 15채(菜)'로 올리고 점심밥은 '553선'과 '3즙15채'를 접대하도록 하였다. 식사를 위한 것이 '3즙15채'라면 술 향응을 위한 주연(酒宴) 상차림이 '753선', '553선'이다.

1663년 에도막부는 연회 때 다이묘(大名, 봉록이 1만 석 이상인 무사)에게는 '2즙7채', 고급공무원은 '2즙5채', 천석(千石) 이상은 '1즙3채', 500석 이상은 '1즙2채'를 하도록 명하여 이후 엄격히 시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삼사(三使)에게 제공된 '3즙15채'는 지극 정성을 다한 접대였다. 식사 전에 주연 부분에서 나오는'753선'은 에도시대 때 손님에게 제공되는 일정한 기준과 정해진 규칙하에서 만들어진 최상의 요리였다. 그래서 대마도, 가마가리, 오사카, 나고야, 에도 등 거의 전국이 똑같이 만들어져 나왔다. 이는 7종류의 음식을 차린 상, 5종류의 음식을 차린 상, 3종류의 음식을 차린 상이 차례로 나오는 것으로 가장 화려한 연회에서는 7개의 상이 점차 배선되었다. 1636년 종사관으로 따라갔던 황호는'753선'에 대하여 '동사록'을 통해 다음과 같이 기술하였다.

'잔치 때에는 753제도가 있다. 처음에 7그릇을 차린 반(상)이 나온다. 물고기 또는 채소를 가늘게 썰어 고여 담아 높게 고인 것이 마치 우리나라의 과반(果盤)과 같다. 다음에 5그릇을 차린 반, 그다음에는 3그릇을 차린 반이 나온다. 물새를 잡아서 그 깃털을 그대로 둔 채 두 날개를 펴고 등에 금칠을 하여 반에 차린다. 과일, 국수, 떡, 생선, 고기 등에 모두 금박을 입혔다. 술잔을 올려놓는 반에는 조화로 만든 꽃과 나무로 장식하였다. 음식을 담는 질그릇에는 금과 은을 입혔고, 흰 목판으로 만든 반(상)에도 또한 금과 은을 입혔다. 연회가 끝나면 그릇과 반을 깨 버리고 두 번 다시는 쓰지 않았다.'

이 극도로 화려한 금과 은을 입힌 질그릇과 반을 한 번만 사용하고 깨뜨려 버려 두 번 다시 쓰지 않음을 손님에게 보이는 것은 손님을 지극히 공경한다는 뜻을 보인 것이다. 1607년 부사로 파견된 경섬도 '해사록'에서 이 괴이하고 극도의 사치스러운 장면에 대해 피력하였다. 그러니까 학, 기러기, 오리, 도요새, 메추라기, 종달새, 고래고기, 달걀, 각종 어개류 등을 재료로 하여 만든 '753선'의 제도는 어느 시대든 어느 지역이든 임진왜란 이후 12회 일본에 다녀온 조선통신사의 고위 관리에게 주연에서 제공된 상차림이었다. 주연 이후 식사 때에 제공된 '3즙15채' 역시 같은 맥락으로 시대와 지역을 벗어나 일정한 규칙하에서 제공되었다.

■황금을 돌처럼 여긴 통신사

숙박지 이외의 장소에서는 조리해서 먹을 수 있도록 식품 재료를 제공하였다. 쌀, 팥, 밀가루, 소라, 도미, 농어, 생전복, 건전복, 고래, 건해삼, 건가다랭이, 은어, 방어, 고등어, 건어, 오리, 달걀, 닭, 꿩, 메추라기, 소, 돼지, 멧돼지, 사슴, 돼지족, 토란, 두부, 말린박, 우엉, 무, 파, 생강잎, 동아, 가지, 홍작약, 백작약, 죽순, 오이, 고사리, 표고버섯, 미나리, 백합, 군고구마, 나물, 장과, 채소, 송이버섯, 다시마, 미역, 후추, 겨자, 참기름, 된장, 간장, 초, 소금, 배, 감, 포도, 수박, 밤, 황귤, 귤, 감귤, 청귤, 용안, 여지, 비자, 감, 곶감, 유자, 비파, 복분자, 참외, 꿀에 잰 토란, 꿀에 잰 과일, 천문동당, 빙당, 화당, 사탕, 설탕, 정과, 정실주, 오향주, 등주, 소주, 백주, 인동주, 제백주, 요아주, 복분주, 상매주, 시화주, 매화차, 차, 귤차, 우지차, 천지차, 녹차 등이 재료가 되었는데, 이들은 조선에서 데리고 간 숙수의 지도로 도척들에 의하여 조리되어 현지식이 되었다.

이렇게 조리해 먹을 수 있도록 받는 식품은 대게 5일하정(五日下程)이라 하여 5일에 한 번씩 제공되었다. 하정은 상당히 풍부해 1636년에는 통신사가 귀국길에 오를 때 에도에서 먹고 남은 쌀 수백 섬을 황금 170정(錠·일천수백 냥)으로 바꾸어 사신에게 주었으나 하마마쓰의 강(今絶河)에 군관과 역관을 시켜 모두 던져 버렸다고 황호는 '동사록'에서 기술하고 있다.

■돼지 출입문을 별도로

   
에도시대의 일본은 불교를 국교로 삼았던 까닭에 소, 돼지 등의 육류 섭취는 금기시되었다. 히코네에서 통신사는 종안사(宗安寺)에서 머물렀다. 종안사는 정문으로 수육이 들어오는 것을 꺼렸기 때문에 통신사에게 제공되는 돼지 등의 출입문을 별도로 만들어 흑문(黑門)이라 하였다.

마지막으로 1607년부터 1811년까지 12회에 걸쳐 조선통신사가 일본에 가서 접대받은 '753선'과 '3즙15채'를 조선정부가 일본사신에게 접대했던 음식과 간단히 비교해 보자.

조선왕조는 일본사신에게 아침밥(朝飯), 점심밥(晝飯), 저녁밥(夕飯)으로 7첩상, 5첩상, 3첩상을 제공하였다. 장(醬)을 제외하고 7그릇, 5그릇, 3그릇으로 차린 7, 5, 3 숫자는 일본이 주연에서 제공하였던 '753선'의 7, 5, 3과 같다. 뿐만 아니라 조선왕조는 일본사신에게 조반(早飯)을 하루에서의 공식적인 의례용 밥상으로 삼아 거식오과상(車食五果床)을 제공했다. 이것은 15기의 찬품과 3기의 탕으로 되어 일본이 주연 후에 음식으로 제공했던 '3즙15채'와 구성이 같다. 또한 앞에서도 지적한 바 있는 '753선'에서 차려진 높이 고여 담는 차림법은 조선왕조의 과반(果盤) 차림법과 같은 것이었다. 양국의 상차림법만 보더라도 당시 조선과 일본의 음식문화교류는 이처럼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김상보 대전보건대 전통조리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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