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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문화 실크로드 시간여행 <2> 세계로 소통하는 길, 통신사와 왜관

해양루트 통신사·일상공간 왜관…'개방의 돛' 올린 부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1-28 20:08:22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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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코대 타니무라 문고에서 소장 중인 '조선회도'. 왜관과 왜관 문밖에서 열리던 아침시장(조선인과 일본인과의 일상적 만남의 공간)이 그려져 있다. 양흥숙 박사 제공
# 부산 개방문화의 상징, 통신사

- 포로송환 '회답겸쇄환사'로 출발
- 한일관계의 갈등·교류 굵은 줄기
- 행렬도·영가대 기념비·축제 등
- 일상 속 역사로 연구·공론화 활발

# 일상적인 소통의 공간, 왜관

- 약 200년 간 일본인 거주 구역
- 시장 거래로 조선인 왕래 빈번
- 양국 기술·학문·문화 배움터 돼

부산진시장 뒤편 경부선 철로 변에 버려져 있다시피 방치되어 있던 영가대 기념비에 최근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면서 비석 주변이 정비되고 있다. 영가대 건물은 이미 10여 년 전에 자성대공원 안에 복원되어 있다. 여기에는 동구청의 노력이 있었다. 영가대가 통신사 출발지이고 떠나기 전 무사귀환을 바라며 제사를 지내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마다 5월이면 부산 곳곳에서 통신사 행렬 재현행사를 비롯해 다양한 축제가 열리고 있다. 매일 수십 척의 배가 오가는 부산국제여객터미널, 그 옆 부산세관의 벽에는 통신사의 행렬도도 그려져 있어 세계로 열린 부산항의 역사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부산도시철도 좌천역 옆에 있는 영가대·부산포왜관 표지석.
또한 중구청에서는 왜관을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왜관 중요 건물 터마다 안내판을 세워 관광객의 왜관 체험을 도와준다. 광복로에서도 왜관 안에 있던 도자기 가마터를 안내하고 있다. 그리고 부산박물관에서는 한일관계 사실을 별도로 만들어, '통신사와 왜관'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관은 관대로 노력하고 민간은 민간대로 왜관을 연구하며 왜관을 공론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초량왜관연구회이다. 연구회에는 공공기관장, 학자, 통역사, 향토사가, 문화유산해설사, 작가, 화가 등 다양한 직업군의 부산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통신사와 왜관은 이미 우리 지역의 역사로 이해되고 있을 뿐 아니라 부산 시민에게 시각화되고 있고, 부산 문화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그럼 통신사와 왜관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는가? 우선 '소통'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통신사가 나라 간 외교라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소통의 한 모습이라면, 왜관은 다양한 차원의 일상적인 소통이라고 할 수 있겠다.

통신사는 그 이름에서 이미 소통을 전제로 하고 있다. 크고작은 왜변이 많았던 조선 전기에 일본과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임진왜란의 참담함을 소통이란 가치로 조선 후기의 '전쟁 없음'을 가져온 것이 통신사였다. 1607년 조선의 사절단이 일본에 파견될 때만 해도 그 이름은 통신사가 아니었다. 전쟁 이후의 일본의 정황을 살피고 임진왜란 때 무고하게 잡혀간 조선의 민간인을 데리고 오는 일이 주업무인 회답겸쇄환사라는 사절단이었다. 이처럼 통신사가 처음부터 평화우호의 사절은 아니었지만 그들이 낸 무수한 발자국은 소통의 길과 평화의 길을 만들었다.

용두산공원에 세워진 초량왜관 표지석.
부산에서 출발하고 부산으로 돌아온 통신사처럼, 부산항을 제집 드나들 듯 오고간 사람들이 있었다. 왜관의 일본인들이었다. 왜관은 일본인 마을로, 조선 전기에 울산과 진해에도 있었으나 모두 사라지고 부산에만 남아 있었다. 임진왜란 등 큰 전란 시기를 제외하고는 1407년부터 1876년 개항 전까지 부산에 있었다. 동구 범일동에 약 200년, 영도구 대평동에 잠시, 동구 수정동에 약 70년, 그리고 중구 용두산공원을 중심으로 한 오늘날 원도심 지역에 약 200년 동안 왜관이 있었다. 왜관은 조선과 일본의 외교와 무역의 공간일 뿐 아니라 500명 이상의 일본인이 거주하는 삶의 공간이었다. 일본인들은 매일 왜관 문 밖에서 열리는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부산 사람들과 흥정을 하였다. 왜관 안에 큰 시장이 설 때마다 부산 사람들이 들어가 거래를 했다. 어디 사는 누구인지 잘 아는 이웃들이었기 때문에 때때로 빚도 주고 받았다. 일본인들이 왜관 밖을 나와, 부산 구경을 하다가 친한 사람 집에 들어가서 놀다가 돌아가는 일도 빈번하게 있었다. 물론 서로 마음이 맞지 않을 때에는 크고작은 분쟁도 야기되었다. 왜관에 들어가 일본의 정교한 기술을 배우는 부산 사람도 생겨나고, 부산과 조선의 학문과 문화를 배우러 유학을 온 일본인도 있었다.

부산 사람들과 왜관 일본인의 생활은 소위 일본에서 '조선통'으로 불리던 우삼방주(아메노모리 호슈)의 이야기에서도 나타난다. 그는 왜관에서 조선어 공부를 하고 일본으로 돌아가 '교린수지'란 책을 지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근대 개항 이후 몇 차례 수정되었다. 이유는 이 책에 부산 사투리가 많아 교정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조선어를 공부하다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소통사(부산 출신의 하급역관)나 왜관에서 보초를 서던 조선 군인들에게 수시로 물어보았다. 그렇다 보니 그가 지은 책에는 부산 사투리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 이야기는 지금까지 왜관이 교류와 소통의 공간임을 배제하고, 이방인 구역으로 통제했다는 견해들에 새로운 논의를 제시하고 있다.

통신사와 왜관은 둘 다 조선과 일본과의 소통을 전제로 하여 탄생했다. 소통은 타자를 알아가는 데 중요한 방식 중의 하나이다. 알아간다는 것은 타자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이해하는 과정이다. 즉 소통은 나 자신 뿐 아니라 타자, 세계를 대해 개방적인 인식을 갖게 한다. 세계에 대한 열린 마음, 개방적 인식은 21세기 글로벌 시대에서 공존·공유하는 삶을 살기 위한 중요한 가치이다. 지금 우리에게 통신사와 왜관이 중요한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이러한 개방적인 인식, 공유하는 삶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 서울내기 양반들 통신사 떠나기 전 왜관 한바퀴는 '관례'

통신사가 떠나기 전 왜관은 '일본 맛보기'의 대상이었다. 대부분 일본행이 처음인 서울내기 양반들은 왜관은 호기심 가득한 구경거리였다. 도대체 일본인들은 어떻게 생겼는지, 일본인들은 어떻게 무얼 먹고 사는지, 평소에는 관심도 없다가 소위 통신사로 임명되고 부산까지 왔으니 일본이라는 나라가 궁금해지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대부분 일본으로 출발하기 전에 일본인 마을인 왜관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이 관례였다. 또한 왜관의 일본인들은 평소 조선인의 눈을 의식해서 일본 본국보다 좋은 의복, 좋은 음식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왜관 안 도로에는 일본 벚꽃나무가 심어져 있었고, 벚꽃이 만개할 때면 조선인과 일본인의 거나한 술자리도 있었다. 왜관은 일본의 한 작은 마을처럼 조성되었기 때문에 서울 양반님들에게는 이색적인 구경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모처럼의 왜관 구경을 거부한 일화도 남아 있다. 1763년 문장력이 좋아 제술관이라는 직책을 받고 통신사 출발을 기다리던 남옥(南玉)은 다들 왜관 구경을 간다고 나설 때 따라가지 않았다. 통신사라는 공무를 띠고 온 몸으로 무단으로 자리를 비울 수 없다는 명분이었다. 그리고 남옥은 "이번 행차가 부산에만 왔다가 돌아가는 것이라면 왜관에 구경갈 수 있소. 그런데 이제 오사카의 번화함과 도쿄의 부유함을 볼 것인데 왜관쯤이야 어찌 볼만한 것이 있겠소"라며 왜관 구경을 거절했다.

통신사가 일본을 이미 여러 차례 다녀온 터라 오사카가 상업 도시로 번창한 것, 도쿄가 부유하다는 소문은 이미 퍼져 있었다. 자존심을 꼿꼿하게 세우고 일본에 가도 시원찮을 판에 너도나도 덩달아 왜관 구경을 가는 것이 못내 불만이었던 모양이다.

왜관 구경은 보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었다. 일본 음식을 먹어보기도 하고, 일본인과 시를 짓고 문학을 논했다. 생각을 공유하고 문화를 교류하면서 '교분'을 쌓았다. 이 역시 소통의 길이었다.

양흥숙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HK전임연구원

※공동기획 : 부산문화재단, 조선통신사학회,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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