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숙 제28회 전국전통예술경연대회 문화관광부장관상 수상자가 지전춤을 공연하고 있다.

- 강미리부터 박종환까지
- 중견들 전통 훌륭하게 계승
- 창조적 재해석 부족 아쉬움

- 객석 곳곳서 추임새·감탄사
- 120분 내내 관객 열띤 호응

말이 필요 없는 감동의 무대였다. 15일 국립부산국악원에서 열린 '중견명인명무전'은 공연 120분 내내 관객의 손뼉이 끊이지 않았다. 객석 곳곳에서 "잘 한다" "얼쑤" "얼씨구"라는 추임새가 쏟아졌다.

중견 8인의 명인과 명무는 저마다 색다른 무대를 선사했다. 첫 무대에 오른 강미리 부산대 무용학과 교수의 '춤본Ⅱ'는 김매자류를 따르면서도 의상과 조명의 차별화를 통해 개성 있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여숙 부산무용협회 이사는 맺고 푸는 동작을 기본으로 삼는 이매방류 살풀이춤을 단아하고 차분하게 소화했다.

김효분 창원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은 한국 춤의 네 요소인 한·흥·멋·태를 고루 갖춘 진주교방굿거리춤을 자기 색깔로 소화해 개성 있게 춤췄다. 김미숙 경상대 민속무용학과 교수는 한영숙류 태평무를 단아하고 기교 있게 풀어냈다. 태평무는 치마자락을 살짝 올리고 춰 발짓이 돋보이는 춤이다.

장인숙 제28회 전국전통예술경연대회 문화관광부장관상 수상자는 망자의 넋을 불러 원과 한을 풀어주는 지전춤을 에너지 넘치는 호흡과 동작으로 소화해 호소력이 있었다는 평가다. 관객 모두 막힌 뭔가가 뚫린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다.

특히 강미리 교수와 장인숙 수상자는 흰옷 차림과 조명으로 어두운 무대와 뚜렷한 흑백의 대비를 이뤄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박종환 부산시 무형문화재 제6회 부산농악 보유자 후보가 영남채상설장구를 공연하고 있다.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김혜진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부수석은 강태홍류 가야금산조를 자연스럽고 예쁘게 소화했다. 정선희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부수석은 춘향의 굳은 절개가 묻어나는 춘향가 중 십장가를 판소리로 구수하게 들려줬다. 김혜진·정선희 부수석 모두 강약 조절이 아쉬움으로 꼽혔다.

박종환 부산시 무형문화재 제6호 부산농악 보유자 후보는 끼 넘치고 다양한 장고 가락을 선사하며 신명의 무대로 이날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날 무대에 오른 명인·명무 8인은 중견답게 전통을 훌륭하게 계승했지만, 중견을 넘어 대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창조적 재해석 작업을 거쳐 자기만의 개성과 색깔을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영도 국립부산국악원장은 "중견명인명무전의 반응이 폭발적인 만큼 내년에는 영남 이외의 다른 지역 사람을 한두 명 포함시켜 전국적인 문화상품으로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