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모흐센 마흐말바프(왼쪽), 메이삼 마흐말바프 부자(父子) 감독이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 센텀시티 문화홀에서 자신들이 만든 영화 '정원사'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모든 종교가 친구가 되어 평화를 이뤄야 한다." 세계적인 영화인 집안으로 알려진 마흐말바프가의 모흐센·메이삼 부자(父子)가 영화 '정원사'로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았다. 8일 오후 5시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 센텀시티 문화홀에서 마흐말바프 부자가 참석한 가운데 '정원사'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된 '정원사'는 BIFF 아시아영화펀드(ACF)를 통해 지원을 받은 작품으로, 아버지 모흐센이 아들 메이삼과 함께 평화를 강조하는 종교 바하이의 본거지인 이스라엘의 하이파를 찾아가 종교관, 세계관, 영화관 등에 대해 나눈 대화를 각자의 카메라로 상대를 찍은 영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모흐센 감독은 "'정원사'는 종교가 아닌 인류의 상황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한 종교를 비판하거나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 때문에 인류가 싸우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라고 작품 설명을 했다. 그는 170여 년 전 이란에서 생겨나 전 세계에 700만 명가량의 신자가 있는,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종교 '바하이'를 다룬 것에 대해 "바하이라는 종교를 조명한 것은 모든 종교를 긍정하기 때문이다. 모든 종교가 친구가 돼야 하고, 평화가 이뤄져야 한다. 종교 때문에 더 큰 재앙이 오기 전에 우리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또 이란 감독으로서 이스라엘에서 촬영하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란 감독 자격으로 이스라엘에 들어가다 적발되면 감옥에 가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바하이 측의 허락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비밀경찰에 의해서 감시를 받기도 했지만 우리 작업을 그다지 방해하진 않았다. 그들은 테러 위협 때문에 일을 하는 것이어서 우리 같은 사람에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현재 모흐센 감독은 정치적인 이유로 이란 밖에서 영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이란 영화는 여전히 살아 있고, 많이 제작되고 있다. 하지만 질적인 면에서 보자면 문제가 있다. 검열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란의 많은 감독들이 원하는 영화를 이란에서 만들 수 없다"며 이란 정부의 정치적 간섭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이란에서 많은 반체제 인사들이 체포, 처형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해외에 있는 나에게도 (이란 정부가) 테러리스트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가 이길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들 메이삼 감독은 "아버지의 제자로, 동료로 많은 것을 배웠다. 이란 젊은 세대의 생각을 대변하고, 그들의 관점을 전달하는 좋은 경험도 했다"며 아버지와 함께 첫 영화작업을 한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