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강과 환상의 조화를 이룬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야경.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인 영화의전당은 건축물 자체로도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 축구장 1.5배 규모…세계 최장 지붕
- 지탱 기둥은 더블콘 하나가 유일
- 동서남북·상하좌우 등 모두 제각각
- 복잡·개성 공존 해체주의형 건축물
- 내부 3개 건물 이어주는 구름다리
- 'S라인'에다 기둥 하나도 없어 눈길

영화의전당에서 영화만 보고 간다면 재미없을 것 같다.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인 영화의전당은 건축물 자체로도 특별하다.



■기네스북에 오른 지붕

영화의전당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축구장 1.5배 규모의 빅루프다. '세계 최장 외팔보(캔틸레버공법) 지붕'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빅루프는 길이 163m, 너비 61m에 달한다. 특이하게도 이 거대한 지붕을 지탱하는 기둥이 더블콘 하나뿐이다. 163m 중 더블콘에서 북쪽으로 허공에 떠 있는 구간의 길이가 85m. 이는 외팔보 구조로는 세계에서 가장 긴 지붕이다. 구름다리를 따라 걸으면 빅루프의 중앙 부분이 동그랗게 뚫려 있는 걸 알 수 있다. 뚫린 지점에서는 비가 오면 비를, 눈이 오면 눈을 맞아야 한다. 통풍을 원활히 하여 바람의 압력으로부터 지붕을 보호하고, 햇볕이나 낙수 같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끼게 하려는 설계자의 숨은 의도가 깔렸다. 더불어 빅루프와 스몰루프의 화려한 야간 LED 경관조명은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다.

■같은 게 없는 별난 건물

영화의전당은 일반적인 건축물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해체주의 스타일의 건축물이다. 동서남북, 상하좌우의 모습이 다르고, 같은 층 안에서도 좌우가 다르다. 운행하는 층수, 타는 방향이 제각각인 엘리베이터, 곡선 사선 직선 등이 복잡하게 섞인 건물 외벽, 야외에서 실내로 이어지면서 건물 바깥으로 툭 튀어나온 엘리베이터 등 한마디로 이상하고 복잡한(?) 건물이다. 국제공모를 통해 오스트리아 쿱 힘멜브라우라는 세계적인 설계회사가 설계한, 비정형과 불규칙을 특징으로 하는 해체주의 건축물. 처음 찾는 사람은 조금 헷갈리거나 불편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건축물이다.

	구름다리

■에스라인 구름다리

영화의전당에서 가장 멋진 조망을 자랑하는 곳이 구름다리다. 다리에 서면 수영강과 황령산의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시네마운틴, 더블콘, 비프힐 3개 건물을 이어주는 구름다리는 곡선의 각선미가 빼어나다. 아름답기도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다리 아래에 기둥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다리를 지탱하는 장치는 다리 위에 있다. 주렁주렁 파이프 모양으로 달린 인장봉(tension bar)인데, 지붕에서 당겨주면서 지탱하고 있다.

	1층부터 6층 꼭대기까지 뚫린 시네마운틴.

■지하에 숨어있는 안전장치

빅루프 북쪽 끝 부분에는 좌우에 2개의 검은 구멍이 있다. 구멍 아래 광장을 유심히 살펴보면 사각형 표시가 되어 있다. 사각형 표시 아래 지하에는 특수한 안전장치가 숨어 있다. 평소에는 볼 수 없지만, 강풍주의보나 태풍주의보가 발효될 때 영화의전당을 찾는다면 거대한 쇠기둥 2개가 지붕 아래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자동차의 안테나처럼 지하에서 솟아올라 지붕을 지탱한다.

	지붕을 지탱하는 단부지지시스템.

■열린 공간, 열린 마음

적어도 영화의전당 안에서는 갇히거나 막혔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답답하지 않고 시원하다. 빅루프 아래의 두레라움광장, 스몰루프 아래의 야외극장은 출입구가 따로 없이 늘 열려 있다. 실내도 공간적으로 열려 있다. 본관에 해당하는 시네마운틴은 1층부터 꼭대기 층까지 상하로 뚫려 있다. 커튼월 공법으로 시공되어 유리를 통해 바깥의 경치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시네마운틴 6층 매표소에서 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수영강의 아름다운 경관이 보인다. 동쪽의 시네라운지, 화장실 쪽으로 가는 길에 아래쪽을 쳐다보면 1층이 보인다. 이 밖에도 하늘연극장 2층과 3층 발코니, 8층 중극장 입구 등 곳곳에 낭떠러지처럼 아찔한 조망을 자랑하는 열린 공간이 많다.

	미술장식품 'Lady-Bird- Transformation'

■방향 따라 다른 미술장식품빅루프 아래의 두레라움광장에는 각도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 특이한 미술장식품이 있다. 랄프 산더(Ralf Sander) 서울대(미술대학 조소과) 교수의 'Lady-Bird-Transformation(Mirage)'이라는 이 작품은 한쪽에서 보면 여자, 다른 쪽에서 보면 새(갈매기)로 변화하는 작품이다. 영화를 보거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느끼는 것이 "보는 위치에 따라 우리의 시각은 상당히 달라진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스테인리스 소재(크롬으로 도금)로 규격은 가로 2.6m, 세로 4.6m, 높이 10.2m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