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의 개관 포스터. '독립자존'은 인디스페이스의 슬로건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 근처에 '인디스페이스'가 문을 열었다. 정확하게 고쳐 말하면 '다시' 문을 열었다. 2009년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이 끊기면서 문을 닫아야 했던 그 '독립영화전용관'이 자리를 옮겨 '민간'으로 새 단장을 마치고 상영을 시작한 것이다.

인디스페이스 재개관을 주도한 사람들의 면면이 예사롭지 않다.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과 안정숙 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독립 영화계의 '어른'으로 존경받는 다큐멘터리 작가 김동원 감독 등이 앞장섰다.

사실 이분들에겐 만만찮은 배후가 있다. 한국 영화의 원천 에너지인 독립 영화인들과 이들과의 연대·교류에 늘 마음을 다하는 절대다수의 영화인들이다. 게다가 안성기 강수연 송강호 장동건 송혜교 임수정 염정아 하정우 권해효 박철민 등 유명 배우들도 뜻을 모았다.

'뜻'만 모은 게 아니라 '나눔자리'로 이름 붙인 극장 좌석 하나를 사서 기부하는 형식으로 돈도 모았다. 이들의 이름은 110석 극장 의자에 하나하나 새겨져 있다. 그렇다고 명망가들의 모금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고 소액 후원자 100명의 이름을 묶은 나눔자리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요즘 '대세'로 불리는 배우 이제훈과 그의 팬클럽 이름도 있고, '허남식' 좌석도 있다는 것(기부자는 김동호로 표시되어 있음).

2000년대 들어서면서 멀티플렉스가 전국에 진주했지만, 한국 영화계의 산소 역할을 하면서 활화산의 열기를 분출하던 독립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스크린을 확보하는 것은 여전히 하늘의 별 따기나 다를 바 없었다. 바야흐로 2007년, 서울 명동 입구 한국영화사와 명맥을 함께한 그 '명동 중앙극장'에 인디스페이스가 들어섰다.

인디스페이스는 독립영화전용관을 마련하는 것이 한국 영화 진흥의 요체라는 폭넓은 공감대를 배경으로 당시 영화진흥위원회가 지원책을 마련하면서 실현된 '꿈'이었다. 독립 영화를 관객 수로 상대 평가할 것은 아니지만, '워낭소리' 흥행 돌풍의 진원지가 바로 인디스페이스의 장기 상영이었다는 점은 독립영화전용관의 효능에 관해 내포하는 바가 큰 대표적인 실증적 사례다.

봄날은 너무 짧았다. 정권이 바뀌고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돌풍에 인디스페이스도 맥없이 떠밀렸다. 2009년 12월, 영화진흥위원회를 앞세운 정부가 사실상 지원금을 끊으면서 자력갱생의 길이 요원했던 인디스페이스는 숨통이 막혔고 결국 '휴관'했다. 그로부터 2년 6개월이 지나 온전히 민간의 힘으로 일단 재기는 한 셈이지만 갈 길이 녹록하지는 않다. 독립 영화는 돈벌이하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적인 지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이제 부산에서도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을 논의할 때가 됐다. 독립 영화와 상업 영화의 차이를 설명하거나 시네마테크도 있는데 부산에 왜 독립영화전용관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서는 몇 문장으로 함축할 요량이 없어서 이 글에서는 생략한다.

'인디스페이스' 대신 쓸 우리말 이름은 없을까. 나도 대안은 없지만.

부산영상위원회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