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갑자기 '부산 영화'가 문제가 되고 있는지 우선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최근 부산 영화인들의 관심은 부산영상위원회의 '부산장편영화지원사업'에 쏠려 있다. 지난해까지 이 사업은 부산의 영화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었다. 그런데 올해 부산영상위가 이 사업을 전국 공모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영화인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조종국 처장의 글(본지 지난 5일 자 '조종국의 영화너머' 〈12〉지역성을 벗어 던져라)은 지원사업을 둘러싸고 부산 영화인들과 부산영상위 사이에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발표됐다.

■부산의 제작사가 만든 영화가 부산 영화! 

먼저 문제의 핵심인 '부산 영화'에 대해서 조 처장은 "어떤 영화를 부산 영화라고 하는지 명쾌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이 존재한다. 부산 영화는 '부산에 소재지를 둔 영화사가 제작한 영화'다. 여기에 부산의 정서와 현실을 담은 영화, 부산 인력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영화 등이 덧붙여진다면 부산 영화에 대한 더 나은 정의가 될 것이다.

조 처장은 "제작사의 행정적 소재지가 부산인지 아닌지를 감별해 '부산 영화' 여부를 판정하는 것은, 촌스럽거나 시대착오적"이라고 말하지만, 오히려 이는 국내법상으로나 국제적 관례로 볼때 합리적인 기준이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은 '한국 영화'를 '국내에 주된 사업소를 둔 자(법인을 포함한다)가 제작한 영화'로 규정하고 있다. 공동 제작이 활성화 된 프랑스의 경우, 장 피에르 쥬네의 '인게이지먼트'를 제작한 프랑스 영화사의 실소유주가 미국의 워너브러더스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800만 유로에 달하는 프랑스 정부 지원금이 환수되고 영화에 수여된 세자르상마저 박탈된 사례가 있다.

■로케이션이 영화산업을 살린다? 

조 처장은 '부산에서 돈을 쓰고 가는 영화 촬영이 줄을 이어 궁극적으로 영화의 산업적 토대가 단단해 지는 것이 영화도시 부산으로 가는 정직한 길'이라고 말하고 있다. 로케이션 서비스가 주업무인 부산영상위로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영화전문가들은 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2000년 18편이었던 부산 로케이션 작품 숫자가 2011년에 60편으로 늘어났지만 부산의 영화산업은 제자리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이는 로케이션 중심의 영화산업 육성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반증이다. 부산이 영화도시로 성장하기 위한 올바른 방법은 더 많은 '부산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창작자들과 작품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다.

■부산 영화의 가치를 존중하라!

또한 조 처장은 '부산 영화'라는 개념이 지역 영화의 발전을 저해하는 '고답적인 개념'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지역 영화의 성과와 가치를 널리 알리고 보호할 책임이 있는 부산영상위 관계자의 발언으로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 

수도권이 영화 인프라를 독점한 상황에서 부산은 매년 10편 정도의 장편 영화와 수백 편의 단편 영화를 만들어냄으로써 '지역 영화'라는 가치를 지켜온 도시다.

국제영화제 초청 및 개봉 실적 역시 '부산 영화'의 완성도를 입증하는 또 다른 사례다. 상업성을 문제 삼을 수도 있겠지만, 상업적 성패를 예측하고 영화를 만들 수는 없음은 충무로에서 제작자로서 활동했던 조 처장이 더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어떤 의도에서 이 같은 칼럼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부터라도 부산영상위 사무처장으로서 지역 영화인과 소통하고 교류하며 부산 영화의 발전을 모색해주기 바란다.

부산독립영화협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