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학교 교사 양성'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풍선을 활용한 움직임 교육을 받고 있다.

부산의 뜻있는 교사들이 모여 만든 한 교육연구소에서 '방과후학교 교사 양성 과정'을 주관할 때 무용 부문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진행했다. 초등학교에서 발레나 뮤지컬 수업을 하거나 사설학원에서 일하는 강사들, 체육센터 내 트레이너나 요가 수업 진행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때만 해도 춤이 교육 현장에서 얼마나 다양하지 못했는지, 관련 전공자들에게 몸의 오감을 일깨우는 재교육이 왜 필요한지 느낄 수 있었다. 대학 졸업 후 움직임 관련 교육을 이끌고 나가야 할 전공자들조차도 그 당시 춤과 함께 진행했던 예술교육에 익숙지 않아 보였다. 당시 춤 관련 전공자들뿐 아니라 일반 교사나 다른 예술 전공자들의 등록을 기대했지만, 그들은 몸과 춤과 움직임을 통한 교육을 어렵고 낯설어 했다.

움직임이나 춤이라 하면 고전춤 순서를 익히거나, 재즈댄스 에어로빅 등만 떠올리며 "몸치인 내가 그걸 할 수 있겠느냐"며 지레짐작하고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하지만 일선 교육 현장에서 몸의 움직임과 춤의 활용폭이 무척 넓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안타깝다.

강좌 동안 교육 대상자들이 가장 힘들어했던 것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게 아니라 기존에 갖고 있던 춤에 대한 고정된 인식틀을 깨는 것이었다. 대학 때 춤을 전공했던 참가자들조차도 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지 못한 채 자신의 몸이 더 잘 할 수 있는 어떤 것을 잊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강좌 내내 이들이 몸의 가능성에 대해 한번 더 고민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신체를 통해 탐색하고 실험하고 발견하면서 보다 즐겁고 적극적이며 자기 주도적인 수업이 진행되도록 했다. 신체 움직임을 통해 감정 표현을 원활하게 하기, 움직임을 주제로 한 소집단 모둠활동을 통해 집단 사고의 과정을 경험하면서 서로 의견을 절충하고 문제해결 능력 높이기, 이를 통한 관계와 소통의 개선, 이런 점을 강조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교사들이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과 만날 때 기능 교육으로서가 아니라 춤이라는 예술을 매개로 학교와 지역사회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 움직임과 춤 교육의 활용폭이 그만큼 넓다는 것을 인식하게 하는 것은 지금도 중요한 과제다.

짧지 않은 강좌가 진행되는 동안 강좌에 활용되었던 도구에 유독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교육 현장에서 도구를 잘 사용하면 학생들의 주의를 끌 수 있고 흥미를 유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가 보여준 도구들이 교육 교구상이나 주변에서 또는 인터넷에서도 찾아볼 수 없어서인지 수업을 마칠 때 쯤 구입 방법을 물어왔다. 이삿짐센터에서나 볼 수 있는 폭이 넓고 탄성이 뛰어난 고무줄이나 두꺼운 재질로 만들어져 웬만해선 터지지 않는 풍선 등이다.

사실 그런 도구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들지만 춤교육을 위해서 사용하지는 않았을 뿐이었다. 도구 관련 정보를 나누면서 "지나치게 도구에만 주목하면 이 도구가 단순한 놀이기구로만 이용될 수도 있다. 이때는 도구 사용을 잠시 미루고 몸의 움직임에 다시 집중해야 한다. 도구 자체도 생명을 갖고 있으며 함께 춤출 수 있는 존재라 이해하면 더 좋은 표현법과 움직임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도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춤과 움직임 교육이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음에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책을 통해 배우는 것도 많겠지만, 학교 현장에서 우리 몸이 갖고 있는 가능성을 더 넓게 인식하고 적용했으면 한다.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도구가 등장해 새로운 쓰임새를 갖게되는 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창의성 또한 이 과정에서 꽃필 것이다.

감성교육무용연구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