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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의 널뛰는 기후, 춤추는 역사 <28> 이자성과 대기근, 명조를 멸망시키다

농민반란 가담 14년 만에 자금성 입성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11-09 19:57:59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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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섬서성 미지현에 있는 이자성의 동상.
1644년 4월 25일 마침내 그의 부대는 환관들의 안내를 받으며 자금성으로 밀려들었다. 일개 역졸(驛卒)에 지나지 않았던 이자성이 농민반란에 가담한 지 14년 만에 옥좌를 차지하는 이변을 낳은 것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4년 전만 해도 그는 자신이 이러한 대업을 이루리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으리라.

1637년부터 시작된 관군의 대대적인 토벌작전으로 대부분의 농민군은 궤멸되어 갔다. 이듬해 삼변총독 홍승주가 이끄는 관군은 이자성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동관 전투에서 그의 부대는 거의 몰살당하고 겨우 18기만을 이끌고 탈출할 수 있었다. 재기할 수 없는 참혹한 패배였다. 이자성은 한중의 깊은 산중에 이름을 감추고 숨어들었지만 관군의 집요한 추격은 멈추지 않았다. 그의 목숨은 풍전등화, 바로 그것이었다. 한편에서는 그가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가 사실처럼 퍼져나갔다. 어떤 기록에는 1640년 관군에 포위되어 식량마저도 떨어진 그가 4차례나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고 전한다. 한마디로 끝장 난 것이다. 이런 그가 불과 몇 년 사이에 어떻게 자금성의 주인이 될 수 있었을까?

이자성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 것은 1640년에서 1642년에 걸친 3년의 대기근이었다. 명말 재해와 기근은 이미 만성적인 현상이었지만 이때의 대기근은 이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화북지역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가뭄, 메뚜기의 습격, 전염병이 강남으로 확대되면서 전 중국적인 상황이 되었음은 지난 회에서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대기근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당시 기후를 특징짓는 것은 극심한 가뭄과 하계의 이상저온현상이었다. 이 3년은 중국 역사상 가장 건조하고 여름이 한랭했던 한 시기였다.

1640년 겨울 이자성은 포위망을 뚫고 마침내 하남으로 진출했다. 그의 선택은 현명했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대기근으로 황폐해진 마을들과 명나라에 환멸을 느끼고 분노하는 굶주린 사람들이었다. "하남은 연이어 재해와 기근이 들었는데 경진년(1640)에 이르러 살아갈 방도가 끊겼다. 괴이한 것은 백성들이 기근 때문에 도적이 되었는데 지금은 부유한 사람마저 모두 굶주리니 마을들은 폐허가 되고 사람의 흔적이 사라져서 도적들이 곡물을 약탈할 곳이 없게 되었다. 결국 도적들이 도적들을 잡아먹고 도적이 되어도 도망치다 죽었다. 지금 전쟁이 일어나면 수 천 명의 머리를 베는데 병사들이 그 고기를 모두 저며 먹었다. 그러하니 다른 사람을 잡아먹는 사람 또한 다른 사람에게 먹혔던 것이다."

굶주림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도적이 되는 것밖에 없었다. 하남에 처음 들어갔을 때 겨우 수천 명이었던 이자성 부대는 한 달여 만에 수십만 명으로 늘어났다. 정세는 바뀌었고 이자성은 시대적 흐름을 잘 포착했다. 그는 농민에게 토지를 균등하게 나누어주고 과중한 세금을 면제해준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효과는 폭발적이었다. 바로 몇 달 전에 자살로 몰렸던 이자성은 이제 정권수립의 태도를 분명히 하고 농민들의 대대적인 지지를 얻는데 성공했다. 기민들을 구제하는 데 실패한 명나라는 더 이상 농민반란을 통제할 수 없었다. 거대한 봇물이 터지듯 이자성의 반란군들은 화북지역을 석권하며 북경을 압박해 갔다. 그리고 거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당시의 대기근으로 강남에도 인육시장이 형성될 정도로 카니발리즘이 광범위하게 행해졌음을 기록했던 왕포는 "경진년(1640)에서 임오년(1642) 사이에 온 나라에 대기근이 드니 양민들이 모두 유구(流寇)가 되었다. 장헌충과 이자성 무리가 어지러이 일어났다"고 글을 맺었다. 1640년에서 1642년의 대기근이야말로 명조의 멸망에 결정적인 작용을 했음을 당시의 지식인은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부경대 인문사회과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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