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도시철도 1호선 부산대역 아래 온천천변에서 열린 부산회춘프로젝트 일환의 부산 노리단&달록 창단 프로모션 공연. 김성효 기자

- 문화재단 예술기획 지원사업 공모, 경합 끝에 '부산회춘프로젝트' 선정
- 온천천문화살롱 ·100일 거리공연 등 대규모 공공예술 프로젝트 눈길
- 신인 발굴, 무대 제공해 교류 도와

주목할 만한 청년문화 실험이 부산에서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이 중요한 계기가 되리란 걸 저희도 알고 있어요. 그런 계기를 만들자고 시작했고요. 이 일을 잘 풀어낸다면 부산 청년문화에 전기(轉機)가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잘 해내지 못하면…. 열심히 노력 중인데, 압박감은 느낍니다." 이 실험을 총괄하는 류성효(38) 대표는 솔직하게 희망과 우려를 동시에 말해줬다.

이 실험의 이름은 부산회춘프로젝트(http://cafe.naver.com/busanpublicart)다. 이전에는 부산에서 시도된 적 없는 공공예술 프로젝트다. 마중물을 먼저 부은 건 부산문화재단이었다. 부산문화재단은 공모를 거쳐 지난 5월 '2011 지역문화 예술기획 지원사업'의 지원대상 단체를 선정했다. 이때 모두 6개 단체가 벌인 열띤 경합을 뚫고 지원대상으로 뽑힌 것이 부산회춘프로젝트였다.

부산회춘프로젝트는 류성효 씨가 대표로 있는 대안문화행동 재미난복수가 주축이 되고 생활기획공간 통(공동운영자 송교성 박진명 김혜린), 문화컨설팅 MADA(대표 장현정), 부산노리단&달록(공동단장 안석희 장현정) 등 젊은 문화단체가 네트워크 구성단체로 참여한다.

"부산문화재단에 부산회춘프로젝트를 응모해 놓고 인터뷰 때 우리는 말했죠. 이 지원사업의 결과물을 크고 멋진 공연물이나 설치물 같은 것으로 기대하신다면 저희를 뽑지 말아달라. 저희는 그런 데 관심이 없다. 하드웨어가 아니라 문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그것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 목표다. 보이는 게 아니라 눈에 안 보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며 갈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게 중요하다면 저희를 뽑지 마시라." 류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부산회춘프로젝트가 선정됐다.

그렇다면 부산회춘프로젝트가 하려는 것은 어떤 걸까? 워낙 전례가 드문 공공예술 프로젝트여서 궁금증이 인다. 더구나 부산문화재단은 이 프로젝트에 대해 국비와 시비 총 1억8000만 원이라는 '큰돈'을 지원한다.

■온천천을 흐르는 100일 동안의 예술

	지난달 13일 부산회춘프로젝트 온천천문화살롱 행사로 열린 힙합크루 건봉의 On reaDY DJ 공연 장면. 박수현기자 park@ookje.co.kr

광복절이었던 지난달 15일 도시철도 1호선 부산대역 아래 온천천변은 유쾌하게 '뒤집어졌다'. 그 장소에 그토록 많은 남녀노소가 흥겹게 공연을 즐겼던 적이 또 있었을까. 폐품을 재활용해 만든 악기자동차 스프로킷의 행진, 대형 인형으로 꾸민 참여형 연주 퍼레이드, 다문화노래패 공연, 10대부터 대학교수까지 다양한 부산 시민들로 이뤄진 연주단…. 부산에선 볼 수 없던 형태의 거리 공연이었다.

이날 공연은 부산 회춘프로젝트 일환으로 펼쳐진 '부산노리단&달록 창단 프로모션 공연-한여름의 놀이잔치'였는데 서울의 노리단 단원들도 대거 참가했다. 서울의 노리단은 문화예술 부문 최초 사회적 기업으로, 참신한 문화예술교육으로 유명해진 단체다. 현장에서 공연을 보러온 송숙희 부산 사상구청장을 만났다. 송 구청장은 "주민께 보여드리고 싶은 좋은 공연도 봤고 온천천을 문화 장소로 활용한 것에서 아이디어도 얻어 간다"고 했다.

이런 공연을 볼 수 있었던 것은 부산회춘프로젝트 덕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이 프로젝트가 정조준하는 일들은 따로 있고, 훨씬 많다. 부산회춘프로젝트는 지난 7월 15일 시작돼 오는 10월 22일까지 부산대 인근과 도시철도 부산대역 온천천변에서 100일 동안 진행된다.

"주축은 ▷온천천문화살롱(30회·매주 금·토 오후 5시 온천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00일 릴레이 거리공연 프로젝트(100회·매일 오후 7시30분 CGV부산대 앞) ▷공연배달프로젝트(10회·신청자가 원하는 장소로 가서 공연)로 이뤄져 있습니다." 생활기획공간 통의 공동운영자이자 부산회춘프로젝트의 온천천문화살롱 프로그램 책임자 박진명(32) 씨의 설명이다. 국내외 청년문화세미나와 워크숍 7회, 스트리트아트 프로젝트(그래피티), 청춘상징프로젝트(공공예술), 사운드 퍼니처(소리 기능이 있는 공공조형물 제작), 청년문화페스티벌, 온라인부산청년문화 아카이브 구축, 보급용 매뉴얼 제작 등도 준비돼 있다.

■수많은 젊은 단체 발굴하고 연결

온천천문화살롱은 매주 금·토 저녁 온천천변에서 다양한 연령층의 주민과 예술애호가를 위해 참신하고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계속 여는 것이다. 온천천문화살롱을 통해 벌써 부산의 젊은 문화단체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지난 7월 16일 첫 행사로 열린 '움직이는 문화지도'에서 온천천 프리마켓 아마존, 인문카페 헤세이티, 생활기획공간 통 등이 부스를 차려 서로 교류하고 홍보를 했다. 같은 달 23일 '시야 노래야 스케치야'는 참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즉석에서 시와 노래로 표현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행사에는 부산대 국문과 문학동아리 귀성 회원과 독립영화감독 홍석진 씨 등이 출연했다. 음악평론가 김형찬이 진행하는 고고음악 듣기, OnreaDY DJ의 음악파티 등도 있었다.

100일 동안 진행되는 거리공연프로젝트는 말할 것도 없다. 일본의 평화사절단 워크나인의 노래를 비롯해 GI, 오리엔탈 토리: 담음, 프리스타일 타운, 스텝크루 등의 공연이 매일 있었다. 이제 감이 잡힌다. 부산회춘프로젝트는 부산에서 활동 중인 젊고 역량이 있으되,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서로 잘 알지 못했던 예술인들을 발굴하고, 무대를 내주고, 이들 사이의 교류와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핵심인 것이다.

거대한 조형물, 완성된 공연물 같은 하드웨어는 없다. 오로지 이 같은 소프트웨어가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100일 뒤 이 모든 프로젝트가 끝나더라도 부산회춘프로젝트를 통해 서로를 확인한 청년문화인들이 네트워크를 이루면서 새로운 문화생태계를 만들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게 되면, 실제로 부산 청년문화의 활로는 상당 부분 뚫린다. 전례가 없는 실험이다. 아직 주위의 인식 부족과 자체의 경험 부족 등 난관이 많지만 "청년문화를 통해 부산을 젊게 만들 절호의 기회로 삼겠다"고 부산회춘프로젝트 사람들은 다짐했다. 이 실험이 어느 정도만 성공한다면, 부산문화사에 뜻깊은 페이지를 장식할 것으로 보인다.


# '부산광' 기획한 양화니 씨

- "예술공간 웹진 지도 만들어 다양한 여행코스 입혀"

양화니(27·사진) 씨는 '신참' 청년문화일꾼이다. 그는 문화활동을 하며 알게 된 20·30대 젊은 지인들과 의기투합했다. "지난 6월 부산인적자원개발원에서 시행한 지식네트워크사업 공모에 응모를 했어요. 부산 곳곳에 박혀 있는 예술공간을 찾아서 종류별로 분류하고 이걸 웹진 지도로 만든 뒤 여기에 다시 다양한 여행 코스를 입히는 기획이었어요."

이 기획은 참신함을 인정받아 박사급 연구자들이 낸 응모안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고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11월에 프리젠테이션을 해야 해서 지금 열심히 뛰고 있어요. 소극장 운영자와 만나 인터뷰도 끝냈고요. 이 기획의 명칭은 '부산광'(http://happyhanny.tistory.com)입니다."

양 씨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컨벤션 쪽에서 일했다. "대학 때부터 학내·외 특강이나 교육프로그램이 있으면 열심히 찾아다녔어요. 문화예술을 좋아해서 공연장 전시장 박물관에도 많이 가고요." 그의 말은 정말 인상 깊었다. "부산엔 공연 전시 강좌 영화 할 것 없이 즐길거리가 정말 많아요. 많은 분들이 어디서 무얼 하는지 몰라서 못 가더라고요." 이것이 '부산광'을 시작한 계기도 됐다. "그뿐 아니라 학원을 가지 않고도 정보통신과 인문학을 잘 배울 수 있는 곳도 참 많거든요. 이런 것을 잘 알릴 수 있게 앞으로 문화예술기획 쪽에서 일하고 싶어요." 많은 이들이 별로 찾아보지도 않고는 툭하면 부산에 없는 것, 모자란 것 천지라고 불평하는데 그런 분들은 다부진 기획자 양 씨의 안내가 좀 필요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