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에서는 집을 관리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돌을 능률적으로 사용하여 집을 최대한 크게 차지하도록 하고 건설된 집이 파괴되지 않도록 잘 보호해야 한다.

애써 만들어 놓은 집이 깨어질 때는 누구나 쓰라린 심정이 된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집 울타리를 잘 관리해야 한다. 또한 집 안에 수가 있는가를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상변에서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장면. 백124로 몰고 126에 마늘모 하니 흑이 좀 움츠러든 모습인데 백성호 9단은 흑127로 끊어놓고 129에 끼워 백의 약점을 추궁한다.

이에 서봉수 9단은 백130에 물러서고 흑133에 백134로 두껍게 연결한다. 중앙은 흑이 두꺼워 보였는데 어느새 백이 튼튼해졌다. 이 부분이 결정되고 나니 때 이른 종반이다.

〈참고도〉

여기서 어디에 두는 것이 가장 클까. 반상을 보면 눈에 띄는 큰 곳이 세 군데 있다. 상변과 좌변 그리고 우하귀다. 이 세 곳을 혼자서 독차지할 수는 없으므로 가장 큰 곳을 두고 나머지 두 곳을 맞보기로 하는 것이 요령.

백 9단은 흑135로 밀고 들어간다. 이 수는 나중에 백'가'로 잇도록 해 흑●△의 체면을 살리려고 한 수인데 흑136에 두고 135와 우하귀 137을 맞보기로 하는 것이 정수였을 듯.

백136을 차지한 후 서 9단은 140의 껴붙임으로 흑집을 줄여간다. 이 수가 흑집을 줄이는 좋은 맥이다. 참고도의 흑1로 버티면 이하 백12까지 수가 난다. 백164까지 종횡무진 휘저으니 흑집이 크게 줄어들었다.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