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정스님 '달마'

일평생 불화제작의 맥을 이어오던 석정(80·'한국의 불화' 편찬위원장, 성보문화재연구원 총재) 스님이 한국의 불화 40권 완간기념 '석정연묵전'을 개최한다. 오는 9일부터 12일까지 부산 연제구 거제동 국제문화센터 4층 제1전시실에서 전시회를 갖게 되며 선서화 300여 점이 소개된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18호 석정 스님은 근대 한국불교의 중흥조인 석두선사의 제자로서, 당대 제일의 불모(불화를 조성하는 이를 높여 부르는 말) 일섭스님으로부터 불화의 맥을 이어 온 한국불화계의 큰 산맥이다. 평생 불화를 그리는 불모의 길로서 수행을 삼아온 스님은 '생애 최고의 역작'으로 꼽는 송광사 대웅보전 후불탱화(1988)를 비롯해 금강산 신계사의 탱화조성(1943), 양산 법천사 후불탱(1954), 서울 쌍룡사 단청(1955) 등 전국 주요 사찰마다 그의 손길이 미쳤다.

스님은 평소 귀중한 문화유산인 불화가 점차 유실, 훼손되는 현실을 안타까워한 나머지 전국에 흩어진 불화를 집대성, 기록으로 남기고 연구자료로 물려주기 위해 1989년부터 정리작업을 해 왔다. 이러한 스님의 발원으로 시작된 성보문화재연구원의 불화 조사는 지난 20년에 걸쳐 전국 방방곡곡의 사찰을 찾아다니면서 매년 3, 4권의 불화집을 꾸준히 발간하게 됐고, 마침내 40권에 이르는 '한국의 불화'가 완간을 보게 됐다.

석정스님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 300여 점은 모두 선서화 위주로 기획됐다. 선서화는 불가에서 무심의 상태에 든 수행자가 자유분방하게 표현한 글과 그림을 말한다. 석가모니를 위시한 불·보살, 달마, 소를 탄 동자, 포대화상, 일원상에서부터 연꽃, 해바라기, 난, 송월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 작품들이다. 아울러 전시작 아래에는 작품 속의 글귀와 해제 내용을 함께 적어 관람자가 선서화의 경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했다. 간송미술관 최완수 학예실장은 "석정스님의 경지는 탈속의 경계를 넘어서 선화일치(선과 그림의 합치)의 무애경을 표출해 냄으로써 사람으로 하여금 천진무구한 동심의 세계로 들어가게 한다"며 "이번 전시는 70여 년간 불교미술의 외길을 걸어온 스님의 담백하고 거침없는 선화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석정 스님은 "이번 연묵전은 '한국의 불화' 완간이라는 대작불사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그간 후원해 준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에서 마련했다. 또 한국불화를 주제별 단행본으로 펴내는 한편, 북한과 해외에 있는 불화까지 조사해 나가는 새로운 불사를 다짐하는 자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1926년 강원도 고성군에서 태어난 석정 스님은 열 다섯이 되던 해, 전남 송광사에서 석두보택 스님을 은사로, 대우 스님을 계사로 득도한 후 1941년 불모 금용일섭 스님을 은사로 불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02)701-6830, (055)382-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