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보 코요테 /정하섭 글 /이인숙 그림 /우리교육 /8000원

영국인들이 종교 박해를 받아 신대륙으로 건너오기 훨씬 전부터 그 곳에 생활의 터전을 잡고 살아왔던 인디언. 그들의 길고 굴곡진 역사 만큼 많은 삶의 지혜와 경험을 안고 살아온 인디언들은 어떤 옛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 속에는 어떤 교훈이 담겨 있을까.

꾀보 코요테는 북아메리카 인디언들 사이에서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옛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7편의 이야기는 우리나라 전래동화가 그렇듯 각기 다른 교훈을 하나씩 품고 있다.

책에는 곰, 코끼리, 쥐, 다람쥐 등 수많은 동물들이 등장인물로 나오는데, 그 중에서도 1등 주인공은 코요테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코요테는 북아메리카 대륙에 사는 들개와 비슷한 동물인데, 인디언들은 코요테를 아주 특별하고 신성한 동물로 여긴다고 한다. 그래서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옛 이야기에는 코요테에 얽힌 내용이 많다.

'꾀보가 된 코요테'는 코요테의 습성이 생기게 된 연유를 따라가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모든 동물들에게 같은 힘을 주었던 창조신은 덩치에 따라 각기 다른 힘을 주기로 한다. 코요테는 더 큰 힘을 받기 위해 가장 먼저 달려가려고 전날 밤을 지새다 새벽녘에 깜박 잠이 들어버린다. 코요테가 힘의 활과 화살을 받으러 갔을 땐 이미 가장 작은 것 밖에 남지 않은 상황. 이를 불쌍하게 여긴 창조신은 코요테에게 특별히 꾀주머니를 선물한다. 그래서 코요테는 지금까지도 사냥에는 젬병이지만 꾀를 써 먹이를 찾는데는 최고의 실력을 자랑한다.

계절, 해, 달 등 자연 현상에 얽힌 옛날 이야기도 있다. 물론 여기서도 코요테가 주인공이다. '코요테의 실수'에서는 달과 해를 찾아 떠난 코요테와 독수리가 등장한다. 늘 어두운 곳에만 살던 이들은 해를 훔치기 위해 서쪽으로 달려간다. 사람들이 잠든 사이 해를 훔쳐 나와 돌아가던 중 코요테는 그만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해와 달이 들어있는 가방을 열고, 해와 달은 하늘로 올라가 버린다. '봄이 든 자루'와 '불을 들고 뛰어라'도 각각 인디언의 눈에서 바라본 계절과 불의 탄생 설화다.

해와 달에다 불까지 훔친 코요테는 급기야 지옥에도 간다. '저승에 간 코요테'는 자신의 동생과 아내를 찾아 저승길에 오르는 코요테와 독수리의 이야기다. 이들은 동생과 아내를 찾아오는데 성공하지만 코요테는 살려와도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정령들을 통해 중요한 교훈을 얻는다.

책 속에는 동물들의 생김새에 대한 독특한 해석도 담겨 있다. 불을 훔쳐 달아나던 다람쥐는 뒤따라오던 불의 신의 딸에게 할퀴어 등에 검은 줄이 생겼다든지, 눈이 좋은 달팽이에게서 눈을 뺏어 독수리가 눈이 밝게 됐다는 등 각각의 동물이 가진 독특한 외모를 새로운 해석법으로 풀어놓는다. 큼지막한 그림과 글자는 책의 지루함을 덜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