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따먹기 /최진영 지음 · 김홍모 그림 /청년사 /8500원

나란히 서 있는 네모반듯한 아파트 앞에 자리잡은 삐뚤어진 마당. 여기에는 마당의 터줏대감 누렁이를 비롯해 채식주의 고양이 모질이, 하루종일 쉬지않고 재잘대는 짹짹이가 살고있다. 조용하고 평온하던 이 곳이 어느날부터 갑자기 부산하다. 주인집 딸 미영이가 꼬꼬를 데려오고나서 부터다. 매일같이 붙어사는 이들은 돌연 분주해진 마당에서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걸까.

땅따먹기는 일곱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새로운 형식의 동화다. 삐뚤어진 마당에서 티격태격 하면서 살고 있는 미영이, 꼬꼬, 짹짹이, 누렁이, 모질이, 기영이와 함께 꼬꼬가 시골로 내려가 만난 '슬기로워지고 싶어하는' 쥐 서생원이 바로 주인공이다. 책은 이들이 저마다 다른 생각으로, 저마다 다른 눈높이로 바라본 세상 이야기를 유쾌하고 코믹하게 풀어놓는다.

"내가 쪼그리고 앉자 누렁이가 슬슬 다가왔다. 그리고 내가 열어주는 봉투 안을 보았다. '삐약 삐약' 꼬꼬는 귀엽게 울었다. 그런데 누렁이가 입맛을 쩝쩝 다셨다. 이럴 수가! 내가 또 실수를 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미영이가 학교 앞에서 병아리 꼬꼬를 데려오면서 시작한다. 엄마의 반대를 동생 기영이의 생떼로 막아내는 우여곡절 끝에 식구가 된 꼬꼬는 삐뚤어진 마당의 한 식구가 된다. 닭장까지 얻은 꼬꼬는 터줏대감 누렁이와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아저씨. 날기 놀이 한 번만 해주세요 네? 꼬꼬댁?"… "내가 10년을 살았어도 너 같은 놈은 처음본다. 그 날기 놀이가 먼데? 머엉?" "아저씨가 저를 확 올려주면서 날아라! 하세요. 그러면 제가 날면서 날았다! 하는 거에요. 꼬꼬댁 꼬꼬."

처음에는 옆에서 쉼없이 '꼬꼬'거리는 꼬꼬를 싫어했던 누렁이.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둘은 둘도 없이 끈끈한 사이가 된다. 하지만 꼬꼬는 닭울음에 항의하는 주변 이웃들 때문에 시골로 내려가게 되고, 이 곳에서 왕노릇 하면서 살고 있는 꾀돌이 쥐, 서생원을 만난다.

"얼마 전 도시에서 살다가 우리 농가로 온 닭, 꼬꼬 때문에 우리는 아이들에게 먹일 달걀을 구하기 어렵게 됐다.…도시에서 왔다가 다른 닭들에게 무시를 당했지만 꼬꼬는 놀라운 말솜씨로 이내 다른 닭들을 휘어잡더니 얼마 전에는 최고 수탉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주인 아저씨의 사랑을 듬뿍받는 누렁이는 마당 식구들의 좌충우돌 행동을 통제하는 사령관이다. 매일 풀만 뜯어먹는, 그래서 고양이 같지 않은 고양이 모질이를 자기도 모르게 좋아하고, 날기 놀이 하자는 꼬꼬의 생떼를 묵묵히 들어주는 조금은 엉뚱하지만 우직한 마당의 파수꾼이다.

책은 이와함께 소심한 모질이, 수다쟁이 짹짹이, 그리고 개구쟁이 기영이의 시각에 바라본 삐뚤어진 마당 이야기도 함께 풀어놓는다. 읽으면서 절로 웃음이 나는 작가의 톡톡튀는 문장들은 독특한 접근 방식만큼이나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