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있어서 옷은 생명을 유지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의식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과거에는 옷으로 사람의 지위고하를 판단했고, 현대인들은 옷을 통해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낸다. '옷이 날개다'는 말처럼 옷은 그 사람을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이며, 자신의 본질을 숨기는 포장지가 되기도 한다.

요즘처럼 눈에 보이는 것, 즉 비주얼을 따지는 시대에 옷은 그 무엇보다 신경쓰고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다. 특히 남의 이목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들에게 있어서 옷은 다른 세대보다 더욱 특별할 수 밖에 없다. 매일 똑같은 교복을 입고 학교와 집을 오가는 이들에게 일상복은 욕구 분출구이자 욕망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오랜만에 옷을 사기 위해 동대문으로 출격한 다섯 명의 쇼핑멤버가 일요일 하루 동안 겪는 일을 다루고 있다. 지극히 평범한 아이들의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이지만 작가는 이 속에 웃음과 눈물, 우정과 정의 등 인간만사를 모두 녹여냈다. 특히 내가 옷을 입은 것이 아니라 옷이 나를 입었다는 제목처럼 일반적인 통념을 뒤엎은 점이 눈길을 끈다. 책은 쇼핑몰을 휘젓고 다니는 아이들의 동선을 따라가면서 요즘 청소년들의 쇼핑과 옷에 대한 생각을 담아내면서 '나'의 기묘한 경험과 그에 따른 갈등을 함께 풀어낸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의 공감대를 불러 일으킨다.

오늘은 최강 쇼핑 멤버로 꼽히는 나와 리더, 애정과다, 요원k 그리고 날개옷이 모여 옷을 사러 가는 날이다. 오늘 하루는 교복을 벗어던지고 독서실에서 나와 놀러갈 생각을 하니 즐겁기만 하다. 철저한 쇼핑 계획까지 세운 후 쇼핑 시작! 그런데 갑자기 '나'에게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난 저애의 통통한 허벅지가 아주 마음에 들어요, 딱딱하고 미끈한 마네킹 다리는 질렸어." "우리 모두를 늘려놔야 성에 차려나. 저런 인간 정말 짜증난다 짜증나."

'나'에게만 들리는 이 목소리는 바로 레깅스, 모자, 수영복들이 떠드는 소리였던 것. 이들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서 자신들이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고르고 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자기가 마음에 드는 옷을 입기 위해 그 옷에게 아첨까지 하고 있었다. 들어가지 않는 청바지 앞에서 애원하는 친구처럼 말이다. 이렇게 말도 안되는 현실 앞에서 '나'는 혼란에 빠지기 시작한다. "아니, 사람이 옷을 고르는게 아니라 옷이 사람을 고르는 거였어?"

이 책은 초등학생용 동화처럼 짧다. 책을 끝까지 다 읽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게 하거나, 몇번이나 그만읽고 싶은 시험에 들게 하진 않는다는 말이다. 짧지만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이 책의 장점이다. 청소년의 모습을 다루고 있고, 청소년을 주 대상으로 삼은 책이지만 이 책은 어른들에게도 필요할지 모르겠다. 옷에 모든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 자녀가 별나라 외계인 같이 느껴진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