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외제 자동차 전시장이 된 지는 오래 됐다. 돈 때문에 연인을 배신하기도 하고, 졸부들은 호화로운 집과 외제 차로 부를 과시하며 모든 인간 관계를 돈으로 풀어간다.
시청자 모니터 단체인 ‘미디어세상 열린 사람들’은 최근 주말 연속극의 극중 인물들이 지나치게 자극적인 방법으로 부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부에 대한 왜곡된 가치관을 심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은 많은 등장 인물들이 자신의 노력이 아닌, 남의 돈이나 힘을 빌려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SBS의 ‘백수탈출’에서 할머니는 타인인 영순의 돈으로 장사할 궁리를 하고, KBS ‘저 푸른 초원 위에’의 태만은 술집 여사장의 돈으로 부자가 되기를 꿈꾼다.
여성 등장 인물들도 돈을 중심으로 사고한다. MBC ‘죽도록 사랑해’의 설희, ‘백수탈출’의 미림 등은 부자 남자와 결혼해 인생을 역전시키는데 전력을 다한다.
드라마나 영화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조직폭력 문화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만 하면 된다는 왜곡된 인생관을 조장한다는 지적이다. ‘죽도록 사랑해’의 설희는 태섭의 일이 조폭과 관련돼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부의 획득을 위해 주저없이 그를 선택한다. ‘저 푸른 초원 위에’의 태만도 조폭에 대한 부정적 의식을 조금도 보여주지 않는다.
부자가 된 후에 부의 과시는 더욱 노골적이다. ‘백수탈출’에서 복권 당첨으로 횡재한 노인은 자신과 아들들이 신세를 지고 있는 집에서 독립하려고 하지 않고, 먹고 입고 물건을 사는 소비생활을 즐긴다. 부동산 갑부의 아들인 남궁혁은 과거의 설움과 은혜를 물질로 보상하는 태도를 보이는 등 부의 올바른 가치관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미디어…’은 “잘 사는 사람들의 화려한 생활은 성실하게 사는 대다수 서민들의 의욕을 꺾어 놓는다. 드라마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부에 대한 가치관을 좀더 설득력있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전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김태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