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눈사람’의 엊그제 방영분에서는 형부와 처제와의 결혼 등 윤리적 관점에서 올바르지 못한 상황을 미화시키는 것 같아서 실망했다. 사랑하기만 하면 다 된다면, 심지어 일부다처제가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동정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KT0819·MBC 시청자 게시판)
‘형부와 처제의 사랑’으로 화제를 모으고 잇는 드라마 ‘눈사람’은 그 인기 못지 않게 부적절한 가족간의 애정 관계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SBS의 ‘흐르는 강물처럼’에서도 극 중 경주의 아버지 김도현(장용)의 동생 김지현(박상원)이 사실은 숨겨둔 아들이라는 것이 밝혀진 뒤에는 “왜?” 라는 시청자들의 글이 빗발치고 있다.
최근의 TV 드라마에서 빠질래야 빠질 수 없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 이처럼 뒤틀린 가족관계. MBC의 ‘러브레터’는 친구의 어머니가 자신의 생모라는 것을 알게 된 주인공이 등장하며, SBS의 새 아침 드라마 ‘당신 곁으로’에서도 낳은 정과 기른 정을 보여 주는 과정에서 출생의 비밀을 가진 인물을 등장시킨다.
MBC가 ‘눈사람’ 후속으로 준비한 미니시리즈 ‘위풍당당 그녀’도 이란성 쌍둥이로 자란 자매 중 동생이 재벌가의 숨겨진 딸이라는 설정이다.
인기 드라마 ‘인어 아가씨’도 복잡한 가족사가 드라마의 모티프로 작용했으며, 거슬러 올라가 ‘덕이’ ‘비밀’ ‘가을동화’ ‘겨울연가’ ‘엄마야 누나야’가 인기를 끌었던 것도 주인공들의 출생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출생의 비밀’로 인해 갈등이 빚어지고 복잡하게 얽힌 가족 관계를 풀어내는 과정은 시청자들을 매료시킨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의 드라마에서 천편일률적으로 출생의 비밀 공식이 등장했다는 점은 시청자들을 식상하게 만든다.
지난 연말, 한국방송작가상 드라마 부문에서는 처음으로 수상작이 나오지 않았다. 후보작이 세 편이나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출생의 비밀’이라는 구태의연한 공식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한계 때문이었다.
/ 김태경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