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00부작 특별기획 드라마 ‘장희빈’의 김선영 작가가 지난달 28일 건강상의 이유로 집필 중단을 선언했다. 시청률 부진에 시달리던 이 드라마는 또 한번 악재를 만났다.
여성 사극작가 1호로 남녀 평등의 시각에서 인간적인 주인공의 모습을 그려내겠다는 의욕을 가지고 드라마를 시작한 김 작가는 그간 제작진간 폭행시비, 선정성 논란과 시청률 부진 등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작가는 한달 전부터 집필을 그만두고 싶다는 의사를 보였고, 지난 주말에는 이녹영 책임 프로듀서에게 “췌장염 수술로 인해 더이상 대본을 쓸 수 없게 됐다”고 알려왔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제작진은 공동작업을 해 온 보조작가 강태완씨를 중심으로 드라마 제작을 진행하되, 강 작가를 보조할 작가를 섭외하는 방법을 모색할 방침이다. ‘장희빈’은 오는 10월까지 100회로 예정돼 있다. 이녹영 프로듀서는 “그 동안 작가가 건강 악화를 여러 번 호소하면서도 성실히 글을 써 왔기 때문에 작가를 비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방송가에서는 그 동안 잦은 작가 교체, 작가의 겹치기 집필 등 작가로 인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MBC 드라마 ‘상도’는 드라마가 한창 진행되는 도중 작가를 교체했다. ‘상도’가 10회 더 연장 방영하기로 결정됐지만 최완규 작가는 ‘상도’가 끝난 후 SBS ‘올인’을 집필하기로 계약했다며 입장이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에 MBC는 정형수 작가를 영입해 작가를 교체해 버렸다.
SBS ‘야인시대’의 이환경 작가는 KBS ‘제국의 아침’을 예정보다 7주나 앞당겨 종영할 수 밖에 없었다. ‘야인시대’ 집필을 위해 ‘제국의 아침’이 희생양이 된 셈이다. KBS ‘무인시대’의 유동윤 작가도 올 하반기 방영하는 SBS의 ‘왕의 여자’를 집필 중이다. 유 작가는 “겹치기 집필은 힘든 일이고 작품의 질을 떨어뜨려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게다가 겹치기 집필한 드라마는 방송 시기를 조절하기가 힘들다”라고 밝혔다.
겹치기 집필은 작가 기근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 기근은 방송사들이 몇몇 스타 작가에만 의존하는 편중성 탓에 더욱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새로운 작가를 양성하고 영입하지 않는 한 방송가의 작가 기근은 계속될 뿐이다.
/ 김태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