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 넘어
- 동북아·동남아 안정 기반 닦아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개최가 지난해 결정된 이후 최대 관심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한 여부였다. 최근 북미 간 대화가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김 위원장의 방한이 무산됐지만 한·아세안의 교류·협력 강화는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넘어 동북아·동남아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기반을 닦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개최 결정을 했을 당시 인도네시아 조코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초대하자고 제안했던 것도 한반도 평화가 아세안의 성장에 기여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대통령직속정책기획위원회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20~21일 공동 주최한 ‘아시아의 평화와 공동번영’의 세션3 주제는 ‘신남방 협력과 한반도 평화경제’로, 부이 뚜언 꽝 베트남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장이 베트남 도이모이 추진의 과정과 성과를 발표했다. 만약 특별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이 참석했다면 더욱 주목받았을 주제였다. 북한이 베트남의 도이모이 방식의 경제성장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아세안 10개국 모두 남북한 동시 수교국이라는 점에도 주목한다. 아세안은 동남아비핵지대조약을 체결한 경험을 북한과 공유하고, 친미도 친중도 아닌 중립적 입장에서 비핵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북미 대화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한반도 신경제 구상에 동참한다면 한·아세안 간에 축적된 신뢰가 북한의 개방을 촉진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 초대 신남방특별위원장을 지낸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아시아의 평화와 공동번영’ 컨퍼런스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북미 간의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개최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며 “신남방국가들과의 협력은 아세안과 인도의 평화와 번영은 물론이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에 이바지한다”고 밝혔다. 크게 보면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신북방정책과 한반도 신경제구상이 연결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이 만나는 지점이 부산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부산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열게 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남방정책 추진을 위해 임기 내 아세안 10개국 모두를 방문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으며, 지난 9월 취임 2년 4개월 만에 그 약속을 지켰다. 한·아세안 대화 관계 수립 30주년의 의미를 배가시키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중국의 ‘사드’ 경제보복과 미국의 보호주의 경제 정책, 미중 갈등으로 인한 국내 기업의 피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 배제 등은 기존의 미·중·러·일 중심의 4강 외교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부각시켜주는 상황이다. 이 같은 대전환기를 맞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부산을 중심으로 하는 PK가 아세안과의 교류 협력의 첨병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