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력서 안 받고 면접도 안 보고
- 타지역 거주자는 상담 못 받아
- 상당수 채용 목표 인원도 안채워
- 참가만 해도 경영컨설팅 등 지원
- 일부 기업 성의없이 혜택만 챙겨

지난달 30일 ‘부산광역권 일자리박람회’가 열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 국제신문 취재팀이 경남 김해시에서 온 20대 구직자 A 씨와 함께 이곳을 찾아 현장 면접을 보려 했지만, 취업박람회인데도 다수 기업이 면접을 진행하지 않았다. 한 기업 관계자는 “현장 면접은 하지 않는다. 기업과 직무에 관한 소개만 한다”고 했다. 이력서조차 받지 않는 곳도 있었다. 모두 10개 기업 부스에 들렀지만, 4곳만 이력서를 접수했다. 사실상 채용에 관심 없는 기업이 많은 셈이다.

박람회 운영도 구직자에게 친절하지 못했다. 전공·경력에 맞는 기업과 직무를 추천해주는 상담 부스도 없었다. 메인 부스에 문의하자 “거주지역별 취업센터로 가라”는 안내를 받았다. A 씨는 “부산에 일자리를 구하면 집을 옮기려고 했는데, 다른 지역 거주자는 상담하기도 어렵다”고 허탈해했다. 박람회가 부산으로 전입할 가능성 있는 청년을 제 발로 내쫓은 것이나 다름없다.

부산시가 주최하는 대형 취업박람회가 겉은 번지르르하지만, 실제 고용 효과는 떨어져 ‘채용 이벤트’ 구실만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는 매번 대규모 ‘채용 예정 인원’을 발표하며 구직자를 끌어모으지만, 애초 공지한 인원을 채우지 못해도 “기업 재량이라 어쩔 수 없다”며 뒷짐을 진다. 그러다 보니 채용에 적극적이지 않은 기업이 박람회에 성의 없이 참여해 구직자가 반발하는 일이 속출한다.

기업이 채용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박람회에서 제공되는 이점만 챙긴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한 지역 서비스업체는 “기업은 어차피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정부나 지자체의 취업박람회를 통하면 급여를 보전받는 실익이 있다”며 “특히 정부·지자체 행사 실적이 많으면 공모 사업에 유리하다. 제공되는 혜택도 많아 채용 계획이 없더라도 이를 노리고 참가하는 기업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이번 박람회에 참가한 기업에 무료 경영 컨설팅을 비롯해 ▷개인 기업의 법인 전환 ▷대출 지원 ▷무료 홈페이지 제작 등 혜택을 제공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 취업박람회의 실속은 매우 적다. 시는 이번 부산광역권 일자리박람회 때 구직자 4101명이 현장 면접에 참여해 1249명이 1차 합격했다고 4일 밝혔다. 1차 합격자들은 앞으로 면접 등 기업별 채용 절차를 밟는다. 박람회에는 지역 기업 130곳이 참가했고, 730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을 내놨었다. 그러나 기업은 공지한 만큼 인원을 채용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부산 잡 페스티벌’에서는 2802명이 현장 면접을 봐서 1199명이 1차 합격했고, 이 가운데 442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900명 채용을 계획했지만, 취업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시 관계자는 “기업마다 구인 인원이 정확하지 않아 채용계획은 추정치로 발표된다. 기업과 구직자 간 ‘미스 매치’가 발생하기도 해 기업 재량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황윤정 기자 hwangy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