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운대고 0.77대 1로 타격
- 부산국제외고도 0.93대 1
- 학생·학부모 선호도 급락
- 내년 일반고 동시전형땐 심화
부산지역 외국어고(외고)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국제고의 경쟁률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하락하고, 일부는 미달되는 초유의 사태(본지 30일 자 8면 보도)가 발생하면서 학교마다 비상이 걸렸다. 중3 학생들의 특목고 기피 현상도 현실화되고 있어 시간이 갈수록 이 같은 분위기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신입생 모집에서 가장 크게 타격을 받은 곳은 부산지역 유일 자사고인 해운대고다. 올해 해운대고의 입시경쟁률은 0.77 대 1로 지난해 1.14 대 1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일반 전형만 보더라도 192명 모집에 176명만이 지원해 0.91 대 1에 머물렀다. 해운대고가 자사고로 변경된 후 지원자가 미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운대고 정용학 교장은 “정부가 자사고 폐지 의지를 밝히고 내년부터는 일반고와 함께 지원자를 모집하겠다는 방침이 발표된 후 현장에서 큰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결국 정원이 채워지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외고는 일반전형만 보면 160명 모집에 169명이 지원해 미달은 겨우 면했으나 사회통합전형이 40명 모집에 16명이 지원해 전체 경쟁률은 0.93 대 1이었다. 보통 사회통합전형은 미달되더라도 일반전형 지원자가 많아 평균 경쟁률이 미달되는 경우가 없었으나 이번엔 일반전형 지원자도 크게 줄면서 전체 정원도 미달됐다.
이처럼 신입생 모집에서 정원이 기준 미달된 학교는 일반고 전형까지 마무리된 후 추가모집을 할 수는 있으나 이 경우에도 기존 입학생과의 성적 격차가 크면 입학을 허가하기 어려워 진퇴양난인 상황이다.
중3 교실에서 외고·자사고 기피현상은 이미 시작됐다. 외고·자사고 등을 준비하던 상위권 학생 중 일부가 일반고로 돌아섰다. 분포중 천현아 교사는 “예전에는 가고 싶어도 떨어져서 못가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선호도가 눈에 띄게 하락했다”며 “정부의 정책이 계속 바뀌니 교사 입장에서도 진학 지도를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대천중 김정헌 교사도 “학령인구 감소를 생각하면 생각보다 떨어진 수치가 아니지만 정부 정책이 발표된 후 부모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대부분 3년 뒤 대입 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한다”고 말했다.
특목고를 준비하던 부모와 학생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내년부터는 외고 자사고 국제고의 전형 일자가 일반고와 같아지고, 떨어지면 자리가 비는 학교에 강제 배정돼 기피 현상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1 자녀를 둔 김모(45) 씨는 “특목고 입시를 준비해 왔는데 분위기가 급변하면서 어떻게 할지 난감하다”고 했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