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수산물의 검역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 여태껏 정부는 안전하니 믿고 먹으라고 했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주변 해역에서 잡힌 노가리(어린 명태)가 부산을 비롯한 국내에 대거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후쿠시마원전 사고 당시의 영상. 국제신문DB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수입이 전면 금지된 일본산 수산물을 국내에 들여와 유통시킨 혐의(식품위생법 위반)로 국내 수입업자 A 씨 등 2명과 일본 현지 수출업자 B 씨를 구속하고 이들을 도운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 씨는 2014년 4월부터 7월까지 6차례에 걸쳐 B 씨의 도움을 받아 수입이 금지된 일본산 노가리 480ｔ(수입 신고가 7억1000만 원)의 원산지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국내에 몰래 반입해 어시장과 대형마트 등에 유통시켜 1억2000만 원 상당의 이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013년 9월 후쿠시마를 포함한 근처 8개 현에서 잡히는 수산물 국내 수입이 전면 금지돼 판로가 막히자 원산지를 조작한 것을 경찰 조사 결과 나타났다. 정부는 2013년 이후 수산물에 포함된 방사능 심사 기준을 기존 ㎏당 370㏃(베크렐)에서 ㎏당 100㏃ 이하로 강화했다.

경찰이 밝힌 이들의 수법은 이랬다. 이들은 후쿠시마와 미야기현 등에서 확보한 노가리를 수산물 수입 금지지역이 아닌 훗카이도로 옮긴 뒤 마치 이곳 해역에서 잡아들인 것처럼 원산지 증명서류를 조작해 훗카이도 관청에 수출신고를 했다.

훗카이도현의 수산물 방사능 검사는 총 3만㎏ 중 6㎏ 정도인 0.02%만 표본 조사하는 방식이어서 후쿠시마 근처에서 나온 노가리가 제대로 걸러질 수가 없었다. 부산에 도착한 수산물은 국내 검역기관의 방사능 표본 검사를 받았지만 이 과정에서도 후쿠시마산 노가리는 걸러지지 못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부산경찰청 김병수 국제범죄수사대장은 “이번 수사에서는 노가리만 원산지를 속인 것으로 밝혀졌지만 조개 등 다른 수산물도 이런 수법으로 이미 국내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기관의 도움을 받아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단속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